백세 (2)

- 004 rec.

이전 기록은 무의미 했습니다.

아무도 보질 않았거든요.

자기 연구 외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니.

연구원이면서 이렇게 호기심이 떨어지는 놈들만 모여있을 줄이야… 

그래서 난 조금 다른 방법을 구상해내었습니다.

???#-33 -3?33.00C

?이들은 실험체를 엄격히 관리하고 경계합니다.

미지의 것이라는 이유 하나로 말입니다.

그래서 난 돌아가기 위해 이 경계심을 건들이기로 했습니다.

간섭하는 방법은 익숙해졌으니, 날 보게 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지요. 

그래서 고민할게 무어가 있습니까.

나는 바로 이들의 인지에 간섭을 시도 했습니다.

##-#__–

경고하건데 이_이상- 간섭하,지마세요.

나의 시도는 아주 성공적이었습니다.

모두가 날 인지하게 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아, 작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들은 나의 모습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인지를 조금 비틀어야했죠.

아, 어려운건 아닙니다. 

직접을 간접으로 바꾸었을 뿐이니까요.

*

[경고! A0 구역에서 실험체 탈출 사고 발생.]

[현재 상황은 실제 상황입니다.]

기록이 채 끝나기도 전에 경보음이 울리며

안내 방송음이 울려 퍼진다.

[실험체 분류 등급 : A . 정신 조작계 능력 보유. 메뉴얼의 지시사항대로 행동하십시오.]

[진압 부대 B섹터 통과중.]

[현재 상황은 실제 상황입니다.]

[현재 A0 구역에서 A등급 분류 실험체 도주 중.]

[정신 조작계 능력을 보유했으니, 연구원들은 취급에 주의하십시오.]

“A0면… 여기잖아. 젠장. 그냥 이 방에 조용히 있는게 제일 안전하겠어.”

이해의 영역까지 생각해줘야한다니.

생명들은 피곤하기 그지없습니다. 

우웅-.

방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비소는 다시 문이 닫히기를 기다렸다.

문제의 탈출한 실험체가 이곳을 지나가질 않기를 바라며,

문 너머의 비어있는 복도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하나.

둘.

셋.

문의 센서에 인식되는 것이 없었다.

비소의 눈에 보이는 것 또한 없었다.

문은 다시 조용히 닫힌다.

“휴.”

비소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

그리고 시야는 암전된다.

위험해. 도망쳐. 

#---#

하지만, 이해하지 못한다면 자신이 죽어가는 것도 모를텐데 어쩌겠습니까.

이 불쌍한 ##들은 내가 잡아먹어도 단지 나를 인지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 조차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 ### ## ######.

내가 정성스럽게 그들에게 친절히 설명 해주어야하지 않겠습니까?

전, 아주 친절하고 선량한 외부인사거든요.

*

비소가 다시 눈을 떴을 땐 희고 넓은 방이었다.

붉은 분홍빛 눈동자가 차갑게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민화인, 그였다. 그 이상한 박사.

그런데,

“좀 거대해지지 않았냐?”

비소가 기억하던 그의 모습과 조금. 아니, 아주 많이 달랐다.

30미터는 족히 넘어보이는 전신이 방 안을 가득 채우다 못해 벽을 통과해 있었다.

거대한 존재감이 비소를 갑갑하게 만든다.

“좀, 답답해서 말이죠. 신경쓰지마시죠. 어차피 당신말고 아무도 못 봅니다. 느끼지 못하는 것도 덤이고.”

“신경 쓰고 싶지 않아도 엄청 신경 쓰이는데.”

비소의 말에 커다란 눈동자가 반으로 접힌다.

“글쎄요. 날 신경쓸 때가 아닐텐데.”

“...그래. 그래서 이게 무슨 상황인데?”

민화인의 말대로 비소는 현재 다른 곳을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

자신의 상태를 보아라. 

실험체 마냥 사지를 결박당해 딱딱한 철제 침상 위에 누워있다.

“당신이 사고를 쳤거든요.”

“사고? 내가?”

“음-. 정확히는 도망친 실험체 하나에게 정신 지배 당한 당신이요.”

민화인이 재밌다는 듯 낄낄 웃었다.

“그래서 이렇게 꽁꽁 묶인거라고?”

“그 녀석이 당신에게 워낙 진득하게 들러붙었어야죠. 떨어질 생각이 없길래 강제로 떼어내야 했습니다. 느낌이 어떻습니까?”

“음… 별 이상은 없는 거 같은데.”

“당연히 그럴겁니다. 내가 떼어냈거든요. 떼어낸 그 놈은 사고를 쳤으니 폐기처리 됐고. 이제, 당신만 회복하면 됩니다.” 

민화인은 비어있는 듯한 눈동자로 비소를 내려다보았다.

저 비어있는 눈동자가 감정을 보이는 듯 표정을 지으면 그 괴리에서 발생하는 이질감이 무척이나 기분이 나쁘다.

“왜 그렇게 봐? 이제 가.”

“제가 경고 하나하는데 말입니다.”

“...?”

“절대 간섭하지마세요.”

“...엥?”

민화인은 그렇게 경고하고 서서히 모습을 감추었다.

이번은 조금 색다른 퇴장이었다. 

아무도 보지 못한다는 그의 말을 생각해보니 무슨 방법… 그러니까 제 능력을 사용한 것 같아보였다.

늘 사람 사이에 섞여 돌아다니던 사람이 왜 뜬금 없이 모습을 바꾼채로 돌아다니는 것인진 모르겠지만.

뭐, 본인이 답답했다니 그러려니하는 비소였다.

다만 그가 한 경고는 조금 신경 쓰였다.

‘절대 간섭하지마세요.’

‘이_이상- 간섭하,지마세요.’

이전에 들었던 기록 테이프와 우연히 말이 겹쳤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하나 그가 무엇을 얘기하는 것인지 비소는 결코 알 수 없었다.

여기서도망쳐여기서도망쳐야해도야망쳐해도처망야해망도쳐야만해 도망쳐.

“말을 할 거면 끝까지 하고 가던가…”

비소는 누운 몸을 돌리려 했다.

하지만 묶여있는 몸은 돌릴 수 없었다.

“아… 풀어달라고 하는 거 잊었네. 에이씨…” 

**

깊은 잠에 들고 일어난 비소는 결박이 풀어진 자신의 몸과 마주할 수 있었다.

방의 문도 열려있는 것을 보아하니 자신의 격리는 이제 끝난 듯 하였다.

몸을 일으키자 침상 옆 테이블 위에 놓여진 테이프가 보였다.

“저번에 그 테이프잖아? 왔다가 또 두고 간건가?”

‘004.실험 기록 1 / 2 / 3 / 3 / 3 / 3’

이전과는 다르게 실험이라는 단어가 붙은 테이프였다.

비소는 또 다시 들어볼까 하는 호기심이 들었지만 관두었다.

남의 것을 멋대로 건드리는 취미는 없었다.

이전에 좀 듣긴 했지만… 

혹시 민화인이 근처에 있을까 싶어 방 밖을 살펴 보려 일어나 침상에서 벗어난 참이었다.

달칵.

비소의 뒤로 테이프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 안 건드렸는데…?”

3##/# 가십시오.

가세,요. #가.  ■■요.

제발 도망가.

이번 기록은 시끄러운 노이즈와 함께 시작되었다.

  - 004 rec. _실험기록1

인지 간섭의 이론은 간단합니다.

상호 작용이 이뤄지는 모든 것에 나의 힘을 관여하면 됩니다.

과정에서 많은 신경 소모가 이뤄지지만 내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인지 간섭은 나에게#도 적용 시킬 수-있습,니다.

여하튼 잡설은 여기까지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이들은 나의 소환을 목적으로 한 실험에서 나를 인지 할 수 없어, 실험은 실패로 종지부로 찍은 뒤에 그에 관한 기록은 백업센터에 저장해 두었습니다.

관련 연구일원들은 긴 세월에 모두 교체된지 오래라 현재 이 기록을 활용할 수 있는 이들이 남아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현재 연구진에서 가장 유능한 인재를 찾았습니다.

이름은 상월.

그의 시선을 나에게 닿게 하기 위해 한 실험체의 인지를 비틀었습니다.

그는 지금 방을 탈출해 연구원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이 실험체가 상월이라는 연구진에게 닿기만 하면 됩니다마는.

음.

아직 여러 인지에 간섭하는 건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좀 더 집중하면 되는 일이지요.

잠깐 다른 길로 세었지만 다시 바로 잡았습니다.

실험체는 상월에게로 도달합니다.

-

실험체는 A0 구역의 위험 등급 A, 정신조작계열 능력을 갖고 있는 녀석입니다. 

담당연구진들은 양귀비라고 부른다고 전해집니다마는, 정확히 정해진 이름은 없습니다.

이 녀석에게 접근한 사람 중에 멀쩡한 정신을 유지한 사람들은 없었거든요.

위험한거 아니냐고요?

걱정마시죠.

인지는 정신과도 연결 됩니다.

내가 상대의 인지를 흐트려놓으면 저 녀석의 힘도 별 의미가 없다 이말입니다.

굳이 저 녀석을 꺼내온 이유는, 

양귀비의 힘으로 나의 인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망설일 것도 없죠. 

난 양귀비를 통해 상월과 접촉했습니다.

그리고 당신에게도.

*

[이능 노출 사고 발생.]

[등급 분류 β]

[피해 연구진 추적을 위해 안내합니다.]

[이전 A0 구역 탈출 실험체에게 피해 입은 것으로 추정 중.]

[정신 이상 증세를 보이고 있으니, 접촉시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

[사고 처리반이 이동 중입니다.]

[해당 연구진 목격시 즉시 보고 바랍니다.]

[연구진 정보를 공유합니다.]

[A8 구역 연구진. 상월.]

결과는 뭐 예상했다시피 실패입니다.

간접적으로도 이들은 나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