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6세대

상속 (1)

개척함대헤일로

[첫째는 자신, 둘째는 안전, 셋째는 복귀임을 기억하십시오.]

[헤일로 총사령관은 언제나 여러분을 위해 전부를 다하겠습니다.]

***

“이건 꼭 익혀두십시오.”

헤일로가 새플리에게 단말정보를 전송하였다.

그것엔 개척함대의 시민들에 대한 행정 정보와 각종 편리,편의. 또는 보급이나 경제 등의 생활 관련 데이터가 담겨있었다.

단말기에 눈길조차 주지 않고 그 내용을 줄줄이 외고 있는 헤일로의 기나긴 ‘수업’을 들은 새플리는 머리가 지끈거린다.

“...으… 갑자기 이렇게 많이 주시면…”

새플리는 앉아있던 테이블에 풀썩 널부러지며 헤일로를 올려다본다.

꼿꼿이 변함없는 무표정으로 앉아있는 그의 상사였다.

헤일로는 자신을 올려다보는 새플리의 눈을 마주본다.

“그럼, 잠시 쉬는시간을 갖고 이어나가도록 하죠.”

헤일로는 띄워져있던 단말들을 모두 회수했다.

온갖 다양한 정보들로 번잡했던 허공이 깔끔해졌다.

헤일로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 밖으로 나섰다. 새플리는 황급히 일어나 그의 뒤를 놓치지 않고 따라갔다.

“왜 갑자기 이런걸 알려주시는 거예요? 매일 임무만 주셨으면서…”

“그저 때가 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새플리씨도 부함장직에 제법 익숙해졌으니까요.”

새플리는 그런 헤일로의 옆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흔들림 없이 완벽함을 유지하는 그의 앞에서 자신은 한없이 부족하다는 것만 뼈저리게 느껴질 뿐이다.

새플리는 헤일로의 판단이 잘 납득이 되지 않았다.

“걱정마세요. 새플리씨는 잘 해낼겁니다. 주변에 도와줄 사람들도 많고요.”

그런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헤일로는 뒷말을 이어나갔다.

그런 그의 말에 새플리는 그저 믿기만을 정했다. 자신이 서툴러도 부함장인 자신의 위엔 언제나 완벽한 총사령관님이 존재했으니.

*

“제가 함대에 없다면 어떨것 같습니까.”

“갑자기?”

헤일로는 메피스토텔레스에게 물었다.

연구실에서 분석 데이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메피스토텔레스는 턱을 짚고는 잠시 고민한다.

“뭐, 대충 잘 굴러가지 않을까? 함장은 자리비우기 전에 비워졌을 때의 만약의 상황까지 전부 다 대비해두고 갈거잖아?”

“그렇습니까.”

헤일로는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메피스토텔레스는 질문했다.

“노망났어?”

헤일로가 멈칫한다. ‘또 이상한 농담을…’이라는 눈빛으로 고개를 돌렸다.

“전 아직 팔팔합니다만…”

“뜬금없는 질문을 하길래. 함장은 빈말 같은 거 안하는 성격이잖아?”

헤일로는 그의 말에 잠시 대답이 없었다.

몇 초 그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돌려 올라가는 분석 진행도를 바라보았다.

“별뜻 없습니다.”

그렇게 대화는 마무리 되었으나, 눈치 빠른 메피스토텔레스는 그의 말의 의미를 조금 짐작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모든걸 바라보면서 그 어느것도 바라보지 않는 저 부동없는 눈빛이 그의 질문에 담긴 예고를 암시 시킨다.

메피스토텔레스는 어깨를 으쓱인다.

“함장은 다 늙은이에게 너무 많은걸 바란다니까.”

“당신의 수고에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

헤일로는 최고층의 개방 휴게실의 통창 앞에 서 밖을 바라보았다.

8미터의 높이 정도로 시원하게 펼쳐져있는 창은 개척지에 도착한 것이 아닌이상 늘 같은 풍경만 담고 있을 뿐이다.

함에도 헤일로는 그 넓게 펼쳐진 은하들을 바라보았다.

“함장님!”

누군가의 부름에 감상에서 뒤 돌았다.

“간식 사왔어요!”

오늘도 두 손 한가득 먹을 거리를 잔뜩 챙겨온 새플리였다.

그 모습에 헤일로는 미소지었다.

“잘 쉬고 오셨습니까.”

“네, 함장님은요? 함장님도 조금 쉬세요.”

헤일로는 새플리를 창가쪽의 자리로 안내했다.

“그렇지 않아도 잠시 창밖을 보며 한숨 돌리는 중이었습니다.”

“그럼 제가 타이밍 좋게 온거네요? 히히.”

새플리는 사온 간식들을 늘어놓으며 웃었다.

“오늘은 뭐 드실래요?”

“음. 전부 다 먹죠.”

“에..?”

헤일로의 대답에 새플리가 고장난 듯 얼빠진 표정을 짓는다.

헤일로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정신을 차리는 듯 고개를 젓는다.

“함장님 오늘 설마 굶으신건…!”

“잘 챙겨먹었으니 걱정 마세요.”

새플리가 안도의 숨을 내쉰다.

“그치만 이거 다 드시기엔 시간이 모자르실거 같은데…”

“오늘은 괜찮습니다.”

헤일로는 그렇게 말하며 먼저 간식 상자를 열었다.

설탕이 뿌려진 얼그레이 쿠키 세트였다.

“드시죠.”

“......”

새플리는 그런 헤일로의 모습이 어색한 듯 그를 빤히 바라본다.

“함장님, 어디 아프신건 아니죠?”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아니이… 매일 늘 바쁘게 ‘다음 일정이 있습니다.’ 하고 금방 돌아가셨으…니까…”

무언가 어색함을 깨달은 새플리가 뒤로 갈수록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위화감을 지적했다.

“전 건강합니다.”

헤일로는 그저 미소지었다.

*

[접전 발생]

[해당 인근 주민은 즉각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제 1도시 B, C구…]

경보음과 함께 도시 안으로 안내음이 울려퍼진다.

도시의 주민들은 혼란하긴 하였으나, 언제나 대비해두었던 상황이기에 일사분란하게 안전한 곳으로 빠져나갔다.

“와… 많이도 몰려왔는데요. 제가 가서 지원할게요!”

작전지휘부에서 상황을 내려다보던 새플리가 헤일로에게 말했다.

“안됩니다.”

헤일로는 단호히 거절했다.

“사령관님, 곧 외벽이 뚫립니다.”

“방어코어 가동하십시오. 동시에 전투 마무리 후 바로 수복 가능하게 기능사들에게 대기명령을 내려주세요.”

“곧 진압부대 도착합니다. 접전까지 5초. …4초, 3초, 2초, 1초. 진압부대는 실시간 보고와 함께 적진을 제압해주시기 바랍니다.”

상황을 지켜보는 헤일로와 그 사이에서 차분하고 신속하게 움직이는 지휘부 선원들이었다.

“새플리씨.”

“네.”

헤일로는 고개를 돌려 새플리에게 말했다.

“적진은 C구로 모여들고 있고, 적진의 후방에는 본대로 보이는 대형함선이 있습니다. 어떤 작전이 가장 적절하실 것 같습니까.”

새플리는 잠시 고민한다.

“유격대를 보내 적의 침투를 방해하는 것이 우선을 것 같아요.”

“적에겐 아직 수를 확인 할 수 없는 후방 본대가 있습니다. 교란의 경우 적의 공격 지점이 분산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헤일로의 고민이 이어진다.

새플리는 다시 잠시 생각한다.

“C구라는 한정적인 자리에 적과 아군이 몰리면 저희가 불리해요. 선택지가 한정적이니까… 유격대를 통해서 대피가 끝난 B구로 적을 유인해서 분산시키겠습니다.”

“지휘부, 유격대를 준비시켜 적의 침입 경로를 분산시키겠습니다. 유인경로는 제 1도시 B구. 대기중인 후발 진압부대는 B구로 이동해 접전을 대비하십시오.”

헤일로는 새플리의 작전을 그대로 옮겨 작전을 내렸다.

합격점이라는 뜻이었다.

새플리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새플리는 헤일로를 보았다.

전장의 긴박함이란 느껴지지 않을만큼 차분한 얼굴이었다. 그 차분함은 마치 전황을 전부 꿰뚫고 있는 것처럼 확신으로 가득차 있는 것만 같았다.

“새플리씨.”

“ㄴ..네?”

잠시 그 모습에 넋을 놓을까하는 시점에 헤일로가 새플리를 부르자, 그가 조금 더듬는 목소리로 답했다.

“다음 작전을 생각하세요. 적진의 본대는 여전히 흐트러지지 않았습니다.”

오늘따라 직접 바로바로 작전을 내리지 않고, 자신에게 물어보는 이유가 궁금했으나. 이를 질문하기엔 하직 전황이 안정되지 않았다.

“적진을 후퇴시킬만한 충격이 필요하겠군요. B구에 복귀한 유격대에 지원을 추가해 본진에 침입 시키겠습니다. 적진 내부를 흔들면 포격대가 지원 사격. 작전에 효과가 있다면 소함대를 출정시키겠습니다.”

시선을 잠시 돌려 전황 화면을 확인한 헤일로는 새플리에게 말한다.

“명령하십시오. 지휘부, 새플리 부사령관에게 지휘권을 옮기겠습니다. 작전을 이행하십세요.”

말을 마친 헤일로는 뒤돌아 그의 저격총을 챙겼다.

“네? 자…잠시만요, 함장님!”

답지않은 돌발행동에 당황한 새플리가 헤일로를 멈춰세운다.

“새플리 부사령관은 들으세요. 사령관은 언제나 전장에서 함께할 수 있지만은 못합니다. 항상 최소의 희생를 생각하세요.”

“그게 아니라, 함장님. 갑자기 지휘권을 넘기시… 아니, 제가 나갈게요! 위험하잖아요!”

새플리가 헤일로를 저지한다.

“새플리씨.”

헤일로가 뒤돌아 새플리를 바로 마주한다.

이어 차가운 목소리가 흐른다.

“정신차려라, 새플리 부사령관. 당신은 부대원이 아니라 사령관입니다. 당신에게도 선원들의 목숨에 대한 책임이 달려있는 것을 잊지마십시오.”

“......죄송합니다.”

지적에 살짝 주눅이 든 새플리가 이내 고개를 도리도리 젓고는 전황 화면을 살핀다.

이를 확인한 헤일로는 지휘부에게 말을 이었다.

“총사령관 헤일로, C구 지원 저격 들어가겠습니다.”

“확인했습니다. 사령관님, 코어 출력을 낮춥니까?”

“필요 없습니다.”

헤일로는 곧바로 뒤돌아 지휘실을 나갔다.

*

헤일로는 C구를 향해 뛰었다.

가장 빠른 이동을 위해 지하통로를 달리던 도중 복도 중앙에 누군가가 서있음을 확인한다.

“정말 무서워서 혼났다니까. 아들 삐지는거 아냐, 아빠?”

할로였다.

헤일로는 무시하고 달려 그를 지나친다.

지금 상황에서 그는 가장 상대할 가치가 없는 것이었다.

“...!”

할로가 헤일로의 앞을 가로막으며 나타난다.

“그러지 말고 내…”

탕!

헤일로가 고민의 순간도 없이 뒷짐에 차고 있던 총의 총구를 할로의 얼굴에 들이밀었다.

총격의 충격으로 할로는 뒤로 넘어간다.

헤일로는 그의 상태에 눈길도 주지 않고 다시 뛰기 시작했다.

뒤집어진 할로의 시야로 달리는 헤일로의 뒷모습이 보였다.

할로는 시익 입꼬리를 올렸다.

“아, 진짜 매정하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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