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우신] 조각글 모음
포스타입 20220918 발행
조각글 5편 + 캘백시/너백시AU 1편.
진단메이커, [짧은 연성을 위한 소재]
진단메이커, [짤막한 연성 주제]
소우신 의 짧은 연성 소재는 [코스모스]와/과 [마지막 인사]입니다.
500자 이하의 글(또는 1장의 그림)로 연성해주세요.
κόσμος(코스모스)
: 질서
"안녕, 신."
그에게 이름이 불린 순간, 츠키미 신은 직감했다. 이 순간부터 그의 삶에는 새로운 질서가 생길 것이라는 걸.
츠키미 신의 삶은 좋게 말하면 모범적이었고, 나쁘게 말하면 지루하고 평범했다. 별다른 목적도 동기도 없이, 그저 시키는 대로 살아가기만 하는 삶. 츠키미 신은 그것을 좋아했다. 그저 말을 잘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칭찬을 받고 특출난 짓을 하지 않는다면 비난받지 않는다. 그것이야말로 신이 바라는 평온이었다.
그러나 그를 만나는 순간 모든 것은 달라졌다. 그는 끝없이 신에게 선택을 강요했다. 세상에 그렇게나 다양한 선택의 갈림길이 있다는 것을, 신은 처음 알았다. 단순하고 평면적이기만 하던 세상은 그의 시선에 의해 낱낱이 분해되어 마치 미로처럼 변해버렸다. 그럼에도 무서워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신과 함께 걸어주는 사람이 옆에 있었기 때문에.
"…안녕."
신이 그에게서 들은 마지막 인사는 그것이었다. 다음날 편지-그것을 편지라고 불러도 괜찮을지는 모르겠으나, 수신인과 발신인이 명확하다는 점에서는 그렇게 부르더라도 무방할 것이다-를 받기는 했으나, '그동안 신세 많이 졌다'며 이야기하는 그것은 그저 잘 꾸며놓은 겉치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신은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 편지는 신에게 있어 작별 인사가 될 수는 없었다. '안녕'이라며 짧게 내뱉은 인사 역시도, 신은 작별 인사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마땅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흩어져 나온 말은 필연적으로 혼돈을 초래했다.
질서가 사라진 세계. 꼬여 버린 길은 신을 배려해 주지 않았다. 미래를 조금도 짐작할 수 없는 일그러진 세계에서, 신은 도망치고, 외면하고, 눈을 감았다.
그러나 더 미룰 수는 없게 되었다. 언젠가는 나아가야 할 길이므로.
처음으로 자신에게 길을 가르쳐 주었던 그처럼, 신은 히요리 소우의 이름을 지고 나아가기 시작했다. 잃어버린 마지막, 작별인사를 찾기 위해서.
소우신 의 짧은 연성 소재는 [아, 이젠 꿈인가 보다]와/과 [부치지 못한 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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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도리에게.
이 편지를 네가 읽는 날 같은 건 오지 않겠지. 이미 너는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일 테니까. 그럼에도 이 편지를 쓰는 것은, 혹시라도 인형으로서 되살아난 네가 내 장례를 치뤄줄 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일까. 이건 내가 네게 남기는 편지이자 유언장이야. 네가 그랬던 것처럼.
내가 어째서 네 흉내를 냈는지 너는 이미 알고 있으려나. 너는 언제나 나보다도 나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있었으니까. 네가 나에게서 '히요리 소우'에 대한 기억을 지우지 않았던 것처럼… 그것마저도 계획의 일부라고 하더라도 그렇게 놀랄 것 같지는 않네. 내가 생각한 것보다도, 너의 모습과 데스게임의 삭막한 분위기는 무척이나 잘 어울렸어. 널 만나기 전부터, 재회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지.
너를 그리면서, 너를 그리워하면서, 다시 만났을 때에는 조금 너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그건 무리였나 봐. 너 역시도 나에게 이해받으려는 생각은 없었을 테니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을게. 다만 친구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만큼은 조금… 안타까우려나.
이것으로 완전히 끝이네. 혹시나 너와 다시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제법 오래 기다렸지만, 역시나 이제는 꿈인가 봐. 안녕, 미도리.
소우신 의 짧은 연성 소재는 [덧없고 다정해서 부서질 것만 같은]와/과 [졸업]입니다.
500자 이하의 글(또는 1장의 그림)로 연성해주세요.
"졸업 축하해, 신."
그는 나의 품에 꽃다발을 안겨주었다. 분명 그 역시도 오늘이 졸업식일 테니 꽃다발을 사 들고 오지는 않았을 텐데, 그럼 이건 그가 선물받은 꽃다발이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거절하려고 했지만, 히요리는 여전히 웃으면서 그저, "네 것이야," 하고 웃음으로 거절을 표했다. 어쩔 수 없이 그가 준 꽃다발을 손에 들었다. 이미 품 안에는 다른 꽃다발들이 있었지만, 구태여 그의 것만을 들고 고개를 돌렸다. 사진기를 든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히요리를 바라보고, 될 수 있는 한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려 입꼬리 끝을 말아올렸다.
찰칵, 카메라 셔터 소리가 울렸다. 드물게 폴라로이드 사진기를 들고 온 그는 즉석에서 인쇄된 사진을 내 손 안에 쥐여주었다. 점차 선명해져 가는 사진에 내 머리색이 뚜렷했다. 제 위치를 찾아가는 이목구비를 빤히 바라보던 중에, 나와 사진 사이를 가로막는 것이 있었다. 히요리의 손이었다.
손을 펼치면, 사진 위에 놓인 것은 자그마한 단추였다.
"아…,"
나직하게 탄성이 새었다. 항상 단정하게 채워져 있던 히요리의 교복 사이가 느슨하게 벌어져 있었다. 가장 위의 단추에서부터 일정하게 떨어져 있던 거리가 어긋났다.
"신은 내 가장 친한 친구,니까. 그렇지?"
고개를 끄덕이는 것 말고 무엇을 할 수가 있었을까. 저 멀리로 걸어가는 히요리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지금이라도 붙잡는다면, 나도 그에게 전할 수 있다면. …그러나 어느 쪽도 정하지 못한 채로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에는 이미 그는 인파 속으로 사라진 후였고, 결국 남은 것은 어디에도 들어갈 수 없는 단추 하나뿐이었다.
모든 것이 덧없다. 한없이 다정할 것만 같았던 너의 미소도, 쉽사리 부서질 것만 같았던 우리의 인연도. 그리고 그 안에서 싹트지도 못한 채 사라져버린 나의 감정도.
소우신 의 짧은 연성 소재는 [소꿉놀이]와/과 [스무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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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이 되던 해에, 그러니까, 초등학생을 지나고 중학교를 넘어 고등학교까지 졸업하고 나서, 더 이상 어떤 언어로도 내 행동을 부정할 수 없게 되던 때,
나는 히요리에게 고백했다.
"…이건 무슨 의미일까, 신?"
"마, 말 그대로야…. … 좋아, 한… 다고."
목소리가 형편없이 떨리고 있다는 것은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몇 년이고 미루고 미룬 끝에, 마음 깊숙한 곳에 고여 있는 감정을 뱉어내고 나니 후련함이 가장 먼저 심장 속 비어버린 공간을 채웠다.
이제는 아무래도 좋아, 히요리 군의 대답은, …사실은 긴장되지만, 그래도 괜찮아. 차일 것도 각오했으니까. 받아들여주지 않을 거라고 스스로도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렇지만 그것조차도 부족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은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하하… 신,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모르겠네에. 장난이라면 조금 과한 것 같은데."
"…."
"설마 진심일 리는 없지? 아이도 아니고 말이야."
"…."
충격에, 혹은 상처 탓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나는 히요리를 올려다보았다. 눈물이 흘러내리지 못하게 입술을 깨물고, 목 안에 가득 들어찬 응어리를 밀어내리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히요리는 내가 무언가를 이야기하길 기다리지 않고, 다시금 입을 열었다. 뱉어지는 말들에 숨어있는 가시가 내 심장을 아리게 찔렀다.
"뭐어, 그래도… 이런 장난, 신이 혼자 생각했을 리는 없으니까! 분명 나 말고도 다른 친구가 생긴 거려나아. 그건 조금 만족스러울지도! 성장했구나, 신."
그렇지 않았다. 예전에도 지금도, 나에게 친구라고 부를 만한 사람은 그, 히요리 하나밖에 없었다.
"그런 거라면 조금 어울려주는 정도는 얼마든지 해 줄 수 있어. 어린애 소꿉놀이 같은 유치한 장난이지만… 신을 위해서라면, 말이지."
그러자고 할 수도, 아니라고 할 수도 없었다.
이렇게 단호하게 선을 그어버린 그에게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장난이 아니라고, 진심이라고 말해봤자 히요리가 자신을 받아줄 리는 없었다. 오히려 연을 끊었으면 모를까. 그렇다고 장난이 맞다고 한다면? 히요리의 작은 선행, 혹은 변덕에 기생하여 고작 며칠짜리 행복을 누리는 것밖에는 되지 못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스스로를 괴롭게 만드는 것은, 그 행복이 너무나도 기꺼워서 자꾸만 흔들리게 된다는 점이었다. 한 번 맛본다면 절대로 잊을 수 없게 만드는 금단의 과실. 그러나 두 번 다시는 얻을 수 없는….
…나는 입을 열었다.
당신은 소우신 (으)로 「마지막 연인」(을/를) 주제로 한 420자의 글 or 1페이지의 그림을 연성합니다.
사랑은 사랑으로 덮을 수 있다고 하던가.
츠키미 신은 그 말을 조용히 곱씹었다. 사랑이 떠나고 남은 빈자리는, 똑같은 양의 사랑으로 채우면 된다. 그것은 1은 1과 같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진리처럼 들렸다.
그러나, 그렇다면, 그는 어찌해야 할까.
떠나버린 이는 심장에 커다란 구멍을 뚫었다. 그 구멍을 통해 수많은 감정이 넘쳐흘렀다. 사랑이 떠난 곳에는 후회와 그리움, 탄식과 미련, 평온과 안정이 남았다. 그것들을 전부 채울 수 있는 새로운 사랑이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아니, 이것을 사랑이라고 불러도 괜찮은 걸까.
츠키미 신은 없어진 것을 어떻게 채워야 할 지 알지 못했다. 그렇기에 두 번 다시 그 마음에 누군가가 들어차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히요리 소우는 츠키미 신의 마지막 연인이 되었다.
아이돌AU 소우신(only 순애)
캘버리를 향해 걷는 100시간(캘백시), 너를 돌려받기 위한 100시간(너백시)의 간접적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소우신 의 짧은 연성 소재는 [전해주러 온거야, 조각난 기억을 더듬어서]와/과 [지금, 여기, 우리]입니다.500자 이하의 글(또는 1장의 그림)로 연성해주세요.
"…신."
히요리는 더듬거리며 목소리를 내었다. 자신의 목소리마저도 어색하다는 듯이 목을 몇 번이고 어루만지는 모습이 신에게는 견딜 수 없을 만큼 힘들었다. 눈을 감으면 지난 시간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와 같이 걸었던 시간들과, 그를 잃고 보냈던 시간들.
그리고, 그를 다시 만난 이 시간까지.
"소우, 이거 기억나? …소우가 찍어줬던 사진들, 소우가 선물로 줬던 오르골, 소우와 함께 쇼핑 가서 샀던 옷들…,"
이야기를 이으면서 떠오르는 것은, 아까 떠올렸던 것보다도 이전의, 이제는 쉽사리 떠올리는 것조차 안타까운 그 시절의 기억들. 함께 웃고 떠들고, 아름다운 사랑을 말하고 결혼을 논하던 때의 추억들. …그는 잊었으나 잊었을 리 없는 것들. 그러므로 이제는 신이 전해주어야 하는 것들이다. 조각나고 망가진 기억들을, 퍼즐 맞추듯이 끼워맞추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신을 부르던 목소리에 새로운 감정이 서릴 때에,
"신,"
지금, 여기에서, 히요리 소우와 츠키미 신은, 우리는,
"…응, 소우."
이제야 다시 행복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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