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녹음기
달칵.
그러니까 말입니다, 루스 대원이 그 놈의 대가리를 의자로 내려쳤다니까요? 그걸로도 모자라서 손에 들리는 모든 것들을 무기로 사용하는 꼴을 당신이 봤어야 하는데! 아, 재밌었냐고요? 아뇨, 전혀요! 그건 재미의 영역이 아니었습니다. 아군과 적군을 분간하지 못해서 제 대가리도 잘못하면 똑 따일 뻔했거든요. 본래의 색이 무엇이었는지를 잃어버린 그 시뻘건 쇠 파이프가 가여운 제 목에 닿기 전에 멈춰서 다행이지.
달칵.
캣 대원이요? 글쎄요, 상태는 말로 하기 어려울 만큼 심했는데 말입니다. 정작 본인은 웃고 있었다니까요? 두 사람의 대화가 진짜 살벌했는데, 그걸 녹음하지 못한 것이 정말 아쉬울 따름입니다. 요약해 달라고 하셔도 할 말이 글쎄요. 비속어가 좀 많아서. 저는 루스 대원이 그렇게 많은 비속어를 내뱉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니까요. 캣 대원이 마냥 웃고 있어서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지만.
달칵.
두 분은 지금 각자 안정 상태에 들어가 있습니다. 예, 뭐. 사실 과잉 진압이라고 하셔도 저희 측에서 할 말은 없지만요. 캣 대원의 상태를 보시라고요. 두 분은 오래 된 파트너란 말입니다. 당신이 루스 대원의 눈을 봤어야 하는데! 어떤 상태였냐고요? 어떤 상태이긴요! 당장이라도 눈 앞의 사람을 찢어버리고 싶은데 자신이 살생을 즐기지 않기 때문에 봐 준다는 눈이었다니까요? 아마 그래서 제 목이 날아가기 전에 멈춘 것이겠지요.
달칵.
그래도 다들 숨은 붙어있잖아요? 아, 이거 루스 대원에게 말하면 안 됩니다. 분명히 자신도 고문실에 참관 시켜 달라고 요청 할 테니까요. 하여 간에 두 분 다 고집이 왜 이렇게 센 건지, 평소에는 참 조용한데 이럴 때면 저희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든 들어가고 말 거예요. 어쩌면 이번에는 정말로 생사 결을 낼 심산 일지도 모르죠.
달칵.
확실하게, 두 분은 저희 케어-서비스 팀이 맡기에 상당히 어려운 분들입니다. 그런 분들을 도맡아 기름칠 잘 된 톱니바퀴로 만드는 것이 저희 일이지만 말이죠! 하지만 두 분을 화나게 할 법한 일은 진작에 그만 두라고 경고하고 싶습니다. 정말, 진짜, 다신 그런 현장에 파견되지 않았으면 하니까요. 네, 그러면 이제 슬슬 다음 대원을 케어하러 가야 해서 말이죠!
그럼 여기서, 케어-서비스 팀의 현장 보고용 녹음을 마칩니다.
달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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