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폭력배의 일상
엥? 조폭이 일상이 있습니까?/낸들아냐_플리베와 비아체 유리의
조직폭력배는 항시 남을 위협하고, 위협당하는 삶을 살고 있다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플리베가 보고 있는 조직폭력배는, 세상은 그러했다. 그렇기에 자신이 이렇게 차가운 병원 바닥을 구르고 있는 것이겠지.
“끙… 이거, 체면 구기는구만.”
몸을 다시 일으키려 하면 여지없이 발길질이 내리꽂힌다. 그럼에도 다시 일어나야 하는 이유는, 제 목숨보다 소중한 것이 등 뒤의 병실에 있기 때문이었다.
“아직도 일어날 힘이 있나보군.”
그가 더 이상 싸울 힘이 없다는 걸 아는지, 플리베를 두들겨 패던 놈들이 낄낄거리며 웃고는 되려 그를 일으키고 뺨을 툭툭 쳐 조롱하기 시작했다.
“이봐, 아무리 이름 없는 졸개라도 이렇게 힘이 없으면 쓰나. 바실레우스의 이름이 울겠구만?”
“댁은… 배에 구멍난 사람 다굴쳐놓고 뭐가 그리 당당합니까?”
“주둥아리만 살아가지고는—.”
이내 복부에 발길질이 박히고 그는 꼴사납게 바닥을 굴렀다. 안되는데, 이 안에는 몇 시간 전에 수술을 마친 형님이 있는데. 이 이상 침입을 허용하면……. 벌컥, 병실의 문이 배려없이 열리고, 그 앞을 성큼성큼 들어가던 적들은 불의의 습격에 쓰러졌다. 한방 한방이 묵직한 치명상이었으나 정말로 죽이지는 않는, 전형적인 제압에 의해 적들의 손발은 하나 둘, 묶여, 마지막에는 그 위에 껄렁하게 걸터앉는 의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봐들… 밤늦게까지 노는 건 좋지만 환자는 절-대 안정이라고 요녀석들아. 잘 자고 있는 우리 애가 깨면 어쩔거야. 책임 질건가?”
그는 실내 금연인 병실에서 당당하게 담배를 물고 있었다. 말 그대로 물고만 있었기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찌됐건 그 자태는 껄렁하다 못해 불량했다. 플리베는 끙끙거리며 배를 부여잡고 일어났다. 그러나 그 몸짓도 억센 몸짓에 저지되고 말았다.
“어어, 환자2는 앉아 있어.”
그래. 문제가 있다면 이 사람이다. 어두운 뒷골목에 닳고 닳은 장정을 손쉽게 때려눕히고 악당의 얼굴을 하고 있는 주제에 백의를 입고 있는 이 의사. 비아체 유리. 이 사람은 상냥하다가도 변덕스러워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옳지, 옳지. 혹시나 해서 구급상자를 챙겨오길 잘했구만. 나, 참. 요새 젊은 애들은 몸 사릴 줄 모른단 말이지?”
투덜대면서도 다친 곳을 돌보는 손길이 상냥하다, 골목생활을 하며 영 느끼지 못한 손길에 플리베는 얌전하게도 그 손길을 받았다. 그야, 이 사람에게 개기면 어깨가 빠지거나, 혹은 저 의자(사람이지만)신세가 될테니까. 플리베는 한결 안심한 표정이 되었다. 그래, 어찌됐건 형님도 무사하고, 자신도 무사하니 모두 잘 된 것 아닌가.
“아, 그러고보니 이 사람들을 치워야 하지. 그… 너희 작은 형님 좀 불러봐. 병원에 이런 사람들이 돌아다니면 곤란하다고—?”
방금 한 말은 취소. 플리베는 마음 깊숙한 곳까지 망했음을 직감했다. 부디 알프레도씨가 자신을… 죽이지 않기를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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