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캐아무말해요

바다

어느 일상 이야기_비아체 마이의

비아체 마이는 인간과 인어의 혼혈이다. 물 속에서는 어인처럼 피부색이 파랗게 변하고 아가미도, 갈퀴도 생기지만, 공기에 닿으면 그 특징은 서서히 사라졌다. 보통의 인간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 드넓은 바다에서 서로 다른 종족 간의 사랑이 흔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인섬의 아이들은 그가 인간처럼 보인다며 그를 배척하기 일쑤였다. 

그 날도 그랬다. 평범하게 신을 신고 평범하게 걷고 있을 뿐이었는데도 어김없이 돌멩이가 날아왔다. 물론, 가만히 맞고 있진 않았다. 애들이 던지는 돌 따위는 쉽게 피할 수 있었으니까.

“되다 만 게! 왜 피하는 거야!”

“맞으면 아프니까.”

“아프라고 던지는 거라고!”

“아픈 거……. 좋아해?”

“그럴 리가 없잖아!”

똑같이 돌을 던져줄까. 발치에 차이는 돌멩이를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때리면 아프겠지. 맞았다고 일러바친다면 그건 그것대로 곤란했다. 그야……. 어머니는 지금 동생을 돌보고 있으니까.  그를 귀찮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무런 반응을 하고 있지 않자 아이들은 재미없다는 듯이 돌아섰다. 그래, 이 정도 대처면 현명했다. 

발걸음을 옮겨 원래의 목적지로 향했다. 돌로 된 바닥을 걷는 샌들의 소리가 몇 번 들렸을까, 익숙하니 보이는 하얀 간판 앞에 서니 가게 주인이 마이를 반갑게 맞아줬다.

“오! 마이 왔구나! 오늘도 장보기?”

“…네. 과일이랑……. 조금 사려고요.”

“마침 오늘 싱싱한 과일이 들어왔지. 마음껏 골라보거라!”

“감사합니다.”

짧은 대화를 마친 그는 왔던 길을 그대로 되짚어갔다. 시끌벅적한 어민문화회관을 지나, 점차 인기척은 사라져간다. 저 멀리 고요함 속에서 빛나는 바다의 숲으로 걷다 보면, 곧 자신이 사는 집이 나올 것이다. 문은 별 소음 없이 열리고, 그의 평범한 하루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평범하게 지나갈 것이다.

그러나, 인생은 그렇게 곱고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마이는 그저 평범하게 걷고 있을 뿐이었고, 그 특유의 후각으로 알아채 버렸을 뿐이었다.

“어이! 여기 노다지라고!“

“킬킬킬……. 어린 인어랑 어인들이잖아! 돈 좀 되겠는데.”

“살려… 살려주세요…….”

그냥, 지나칠 수 없었을 뿐이었다. 그렇기에 마이는 샌들을 바닥에 부딪히며 그들의 앞에 섰다. 칼날에서 뿜어지는 피의 냄새나 예기가, 이들의 납치가 한두번이 아님을 알려주었다. 마이는 아무 말 없이 다가갔다.

“저건 또 뭐야……. 인간인가?”

“인간이면 뭐 어때, 똑같은 상품일 뿐이야! 상처 없이 잡아! 상품에 흠이 나면 선장이 가만 두지 않을 테니까.”

악의 가득한 웃음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온다. 곧 너도 잡힐 운명이라며 비웃는 것 같기도 했다. 자신을 붙잡으려 뻗어지는 손이 어깨에 채 닿기도 전에 마이는 그의 손목을 잡고 빠르게 엎어 쳤다. 마치 파도와도 같은 물결이 그를 덮쳤고, 결코 작지 않은 충격이 가해졌다. 이내 기절한 듯 일어나지 못하는 해적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나는. 일부러 여기에 온 거야.”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를…!!”

“어인이나, 인어가… 날 배척하는 건 상관 없어. 바다의 일부니까. 바다는, 내가 헤쳐 나가야 할 고향이니까. 그리고… 죽이고 싶지 않으니까.”

“죽여! 죽여서 해적의 무서움을 보여줘라!!”

그의 아버지와 닮은 마이의 녹빛 눈동자에 자신을 귀찮게 하던 아이들이 담겼다. 그들이 다치지 않게 하려면 무얼 해야 하지? 답은 간단했다. 마이는 기절한 적이 떨어뜨린 검을 쥐었다.

“너희는, 내 아버지가 사랑한, 내가 사랑하는 바다를 건드렸어. 대가는… 톡톡히 치뤄야 할 거야. 해적.”

흔들리듯 검을 쥐었던 것도 잠시. 눈 깜짝할 새에 달려든 마이를 시선에서 놓친 대가는 컸다. 베이고, 찔리고, 동료를 방패 삼아 무기를 빼앗았음에도 그는 사냥감을 놓치지 않았다. 물어 뜯고, 쓰러진 적을 강한 악력으로 쓰러뜨리는, 그저 일방적인 도륙이었다.

모든 일이 끝나고, 그는 얼굴에 묻은 피를 소매로 대충 닦았다. 몸에 튄 피는 제 것도,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다. 아직도 벌벌 떨고 있는 아이들은 마이를 바라보며 공포심에 어린 눈빛을 하고 있었다. 마이는 좁아든 동공으로 시선을 마주하다가 이내 무심하게 내뱉었다.

“아픈 건 싫어. 나도, 너희들도. 그러니까… 집에 가.”

아이들은 벌벌 떨며 서로 눈치만 보다가 우당탕탕 도망쳤다. 마이는 감사도, 사과도 받지 못했지마는 대수롭지 않게 돌아섰다. 크게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저 멀리 달을 닮은 검은 해적기가 흩날리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던 그는 발걸음을 자신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그의 하루는 평범하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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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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