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키워집니까?
아니, 난 스무살이 넘었는데...._플리베의
나는 말단이다. 할 줄 아는 건 많다고 자신해도, 지금은 커피 타는 게 일상이요, 선배의 심부름이나 하는 것이 내 일상이었다. 오늘 또한 그랬다.
“이 거래 내역 말이야— 네 파리 목숨보다 중요한 거니까 잘 가져다 놔라~. 알겠냐?”
“예에.”
그렇게 중요한 거면 지가 가져다 두지. 나는 투덜거리면서 두터운 장부를 들고 장부보관용 서랍으로 향했다. 이 장부만 가져다 둔 뒤에… 또 뭘 해야 하더라. 머릿속에서 할 일을 정리하고 있을 무렵. 쾅! 소리와 함께 사무실의 문이 열렸다.
“여전히— 누추하시구만. 아— 다들 정지. 정지가 무슨 말인지 모르는 사람이 있진 않지?”
저 재수 없는 얼굴, 제대로 기억하고 있다. 적대하고 있는 조직의 이름있는 멤버였다. 그 옆엔 모르는 얼굴이 함께였다.
“여기 이 분이 할 말이 있으시다는군.”
“회계상의 비리가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모두 하던 일 멈추고 협조하세요.”
비리? 설마… 이 장부말하는 건가? 어떻게 알고? 설마…….
“뭘 그리 찾으러 왔는지 모르겠는데.”
“무례, 위아래, 상도덕도 없는…….”
“3개월 내 회계 기록 싹 수거해와.”
아, 망했다. 나는 서랍에 넣으려던 장부를 꽉 쥐었다. 다행스럽게도 이쪽엔 파티션이 있어 아직 저들이 이 문서를 눈치채진 못했다. 큰 형님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이걸 들키면 조직은 물론 나도 끝장이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장부를 자켓 안, 허리 뒤편에 끼우고 옷매무새를 정리하는 척 자연스럽게 숨겼다. 다음엔… 다음엔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 이 자리를 피할 수 있지? 시선은 조용히 움직여 익숙한 종이컵으로 향했다. …이거다.
“…커피 드시겠습니까?”
“아~ 나야 고맙지! 여기는 부하 직원이 인정도 깊나 봐? 곧 회사 망하게 할 놈 커피도 갖다주고?”
뜨거운 커피와 다르게 손끝은 점차 차가워진다. 떨림을 감추려고 남몰래 침도 삼켰다. 부디 등 뒤에 있는 장부가 들키지 않기를 빌었다. 큰 형님의 차가운 시선이 나를 향하는 것이 너무나도 잘 느껴져서 내가 벌써 땅에 묻혔나? 같은 착각까지도 들렸다.
“—꺼져.”
“아, 네, 네.”
됐다. 이제 됐다. 나는 고개를 숙이며 물러났고, 그대로 선배들의 옆에 딱 붙어서 벽을 등지고 섰다. 등에 있는 차가운 장부의 감각이 소름 끼치게 느껴졌다.
“그나저나 왜 이렇게 오래 걸려?”
“…없습니다.”
그야 내가 가지고 있으니까 말이지. 쌤통이다, 이 재수 없는 자식. 너 때문에 큰 형님한테 미움받게 생겼다고. 출세길 전에 저승길로 가게 생겼단 말이다. 나는 속으로 욕을 거하게 퍼부었다. 가다 넘어지기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샘솟았다. 큰 형님의 매서운 웃음에 작은 형님이 소매를 걷어붙였다.
“업무 방해의 대가는, 어떻게 배상할 생각이지?”
“망할……! 얘기가 다르잖아!”
역시 알고 들어온 거였군. 지금 보니 원래 장부가 들어있어야 할 자리를 집중적으로 뒤지는 사람이 있었다. 정말 내 판단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위협적으로 서 있는 형님들이나 선배들 옆에 없는 사람처럼 서 있다 보니 어느새 상황은 종료되고. 아무도 모르게 돌려놔야지, 생각하던 찰나에 머리 위로 그림자가 졌다.
“내놔.”
알고…있었어? 나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다가 주섬주섬 장부를 꺼내서 재촉하듯 내민 그 손에 내밀었다. 설마 더러운 바지 속에 넣었다고 수장시키진 않겠지.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알프레도.”
“예, 큰 형님.”
작은 형님을 부르다니 역시 수장인가. 어느 바다일지 요새 수온은 어떨지 무수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데.
“저거 키워.”
“예.”
역시 수장되는…응? 나는 그 말에 황당한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일단 저… 20대 초반의 다 큰 성인인데요?
어찌 됐건, 그렇게, 망할 선배들도 제치며 승승장구하던 나는 큰 형님의 왼팔이 되었다. 응? 오른팔은 왜 노리지 않냐고? 나는 오르지 못할 나무를 노리는 원숭이가 아니다.
…뭐, 하여튼. 그렇게 잘살고 있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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