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와 깜짝상자
다시는 이딴 짓 안 해/에이, 또 할거면서_제이와 플랜비의
한적한 날이었다. 따뜻하고, 하늘이 높고 구름한점 없이 맑은 날이었다. 제이는 그런 한적한 거리를 휘적, 휘적. 정처없이 걷고 있었다. 평화로운 거리였다. 제이 또한 그 거리의 일부처럼 일상을 즐기는 듯 보였다. 본인 또한 일상이라고 생각했을테다. 귀에 꽂아넣은 이어폰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아니었다면 말이다.
“ー그래서 여기 진짜 깜짝 상자가 있는 건 맞아?”
“그런 제보가 들어왔다니까요. 아니면 다행이고, 맞으면 미연에 방지해야 하는 거 아니겠어요?”
바삭한 과자를 씹어먹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온다. 누구는 임무중인데 한가롭게 과자만 씹어먹는다며 제이는 투덜거렸다.
“힘 내세요~ 현장직 히어로 제이씨~. 마지막으로 쇼핑센터만 돌면 끝이니까요?”
“아아… 쇼핑센터는 별로 좋지 않아. 사람도 많고, 시달렸단 말이다.”
누군가를 떠올린 제이가 젠장, 하고 욕설을 내뱉었다. 그 웃는 얼굴이 떠오르면 한동안은 골이 울려올 정도였다.
“얼른 끝내고 두 발 뻗고 자야지…….”
제이는 한숨을 내쉬며 꽤 규모가 큰 쇼핑센터 안을 걸었다. 평일 치고는 사람도 많아 만일 여기서 폭탄이 터진다면… 상상하기도 힘든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그것을 막는 것이 제이와 파트너의 일이었다.
아무튼,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할때가 아니지. 제이는 잡 생각을 털어내려 두어번 머리를 흔들고 드넓은 쇼핑센터를 걸었다. 꽤 넓은 탓에 중간중간 쉴 수 있는 벤치도 있었다. 그 위에 누군가가 두고간 듯한 종이가방도 있었다.
“…대놓고 나 수상해요— 하고 말하는 게 있네.”
“네에— 네. 이제야 제가 활약할 차례죠. 제이, 당신의 시각에 침투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시겠어요?”
“그 멘트는 늘 들어도 마음에 안 들어. 속이 느글거린다고. …그래, 허락해줄게.”
감긴 듯 흐리게만 보이던 분홍빛의 눈동자가 일순 검은 빛을 띄웠다. 제이는 익숙한 듯이 걸어가 종이가방을 슬쩍 들여다보았다. 검은색의 셔츠가 가지런히 개어져 있는 모양이 어딘가 모르게 부자연스럽다. 제이는 그 옷가지를 슬그머니 들췄다.
“이런 젠장. 아무래도… 대피명령이 필요 할 것 같은데.”
5분 남짓한 시간을 남기고 타이머가 째깍, 째깍, 돌아가고 있었다. 제이는 뿌득, 이를 갈며 말했다.
“일단 화재 경보를 울려서 피난을 유도하고… 젠장, 이 인원이 5분 안에 전부 대피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 일단 시작해!”
제이의 다급한 말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센터 내의 안내방송이 들려오고 사람들은 하나 둘 두려운 얼굴로 대피하기 시작했다. 제이는 끈질기게 시한폭탄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게 무슨 폭탄인진 아직 파악 안 됐어?”
“그게 됐으면 제가 여기 앉아있겠어요? 이런, 폭탄제거반이 도착하는데도 10분은 걸릴텐데……!”
“늦어! …젠장, 아, 어쩌지. 어떻게 해야.”
포기할까, 포기하고 지금이라도 도망칠까.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쥐었다 피었다.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지금까지 버려온 것들의 눈이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그래. 그러면 되잖아.”
“…제이?”
“아하하, 그런 쉬운 방법이 있었는데.”
제이는 폭탄이 든 종이가방을 양손으로 잡고 그대로 엎어지듯 품으로 감쌌다. 정확히 말하면 제 몸 안에 ‘수납’하고 있었다.
“이거면 돼……. 이거면 된거야.”
째깍, 째깍, 있지도 않은 시계의 초침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사실은 도망치고 싶었다.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도망쳐서 안전하게 숨어있고 싶었다. 하지만,
“제이! 지금 무슨 짓을……!”
“꼴에 나도… 사람을 구해보겠다는거지.”
이번엔, 도망 안 가. 이 뭣같은 놈들아. 목소리가 웃음소리에 섞여 어지럽게 흩어진다.
3, 2, 1……. …카운트 다운이 끝나고. 모두가 두려워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터지지 않았어……?”
“거 봐. 이쯤이야, 별 거 아니라고?”
평소처럼 낄낄 웃던 제이가 몸을 툭툭 털면서 일어났다. 그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두어 걸음 걷다가 우뚝 멈췄다. 콜록, 작은 기침소리와 함께 얼마의 핏방울이 바닥으로 흩뿌려지고 새된 비명이 제이의 귓가를 때렸다.
“아… 골 울려.”
“제이! 젠장, 당신 괜찮은 거에요?”
“시끄러워……. 골 울린다니까. 아, 그래. 그… 범인을 잡으면 전해줘.”
엿이나 까 잡수시라고. 그 말을 끝으로 제이의 의식은 물에 젖은 솜처럼 무겁게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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