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독스 로이드

패러독스 로이드 3화

카인

오웬. 부탁이니까 내가 하는 말을 들어줘.

오웬

부탁한다는 태도가 아닌데. 그거 무기 같은 거잖아.

카인

잘 알고 있구나. 테이저 총이야. 역시, 초기 설정이 되어있네.

오웬

날 도와준다고 말했으면서 그거?

카인

시민의 안전을 위해, 관리자 불명의 어시스트로이드는 방치할 수가 없거든.

아키라

왜, 왜인지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긴장하면서 질문하자, 카인은 곤란한 듯이 어깨를 움츠렸다.

카인

어시스트로이드와의 프렌드십은 중요하게 생각한다고는 말하지만, 어시스트로이드는 로봇이라서야.

인간보다도 강한 힘을 가지고, 튼튼한 바디를 소유하고 있어. 거리에서 날뛴다면 큰일이 날 거야.

네가 내 말을 듣지 않는다면, 나는 곧바로 기동을 정지할 정도의 레벨까지 너를 파괴해야만 해.

하지만, 모처럼 만들어졌어. 상처 없이, 귀여워 해주는 오너의 곁에 가고 싶잖아?

오웬

오너가 뭐야?

카인

오너는 관리자야. 너희들을 소유하는 주인님이지. 분명 하이클래스겠지.

나는 가난한 경찰. 너희들이 테러리스트의 도구라면, 나는 지금 당장 응전을 해야만 하지만…

하이클래스의 소중한 어시스트로이드라면, 상처 하나 입힌 것만으로도, 막대한 빚을 껴안고 내 인생은 끝이야.

안 그래도 범인을 추적하는 중에 부서버린 의원의 에어바이크 수리비도 남아 있어.

부탁이니까, 얌전히 관리 정보를 확인하게 해 줘. 문제가 없다고 확인이 끝나면, 아무것도 안 할게.

오웬

헤에… 나한테 상처를 입히면, 네 인생은 끝나는구나?

카인

뭐야, 히죽거리면서…

오웬

좋아. 뒷목을 확인해 봐.

카인

정말이야? 거기 서서 아래를 향하고…

오웬

손가락이 닿는 순간, 놀라면서 떨다가 얼굴부터 지면에 굴러주지.

카인

너, 제법, 성격 나쁘게 설계되어 있구나… 오너의 얼굴이 궁금한데.

아키라, 거기서 기다려 줘. 오웬의 관리자를 조사하면 너를 집까지 데려다 줄테니까.

나는 대답을 할 여유도 없었다. 머릿속에서 하나의 의문이 빙글빙글 돌았다.

아키라

(나… 로봇이었어…?)

(…거짓말, 그런 거. 손도, 따뜻하고… 하지만, 아까 이상한 숫자가 멋대로 입에서 나왔어.)

(…이 피부를 벗기면, 철이나 실리콘이 들어있어…? 설마… 아니, 정말로…?)

카인

…어라, 이상하네. 반응이 없어…

카인의 목소리에, 나는 얼굴을 들었다. 카인이 오웬의 뒷목에 수첩을 꽂고 있는 참이었다.

자세히 보니, 수첩에서 나오는 가느다란 빛이, 오웬의 뒷목과 이어져 있었다.

게다가, 빛이 이어진 피부 아래에서 파랗게 빛나는 숫자열이 띄워져 있었다. 형광색을 주사한 금붕어처럼.

숫자열은 초마다 변화한다. 인간의 피부 밑이, 이런 식으로 빛날 리가 없다. 나는 점점 현기증이 났다.

아키라

(내 뒷목도, 저런 식으로 되어 있으려나…)

카인

이러면 출품 전 상태야. 하지만, 출품 전의 어시스트로이드가 자유롭게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어…

오웬

뭐야, 중얼중얼거리고. 빨리 해. 이제 됐어?

카인

아니, 잠깐만 기다려.

그때, 카인의 허리에 붙어있던 리시버 같은 것에서, 나른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른한 남성의 목소리

카인, 무신호 어시스트로이드는? 무사히 포획했어? 위험한 안건이라면 지원하러 갈게.

카인은 허리에 손을 올리고, 어떤 스위치를 누르자 리시버의 상대와 대화하기 시작했다.

카인

네로. 한 대는 데이터를 취득했는데, 다른 한 대는 데이터가 하나도 없어. 라보 데이터도, 개체 식별 번호도.

나른한 남성의 목소리

움직여?

카인

활동하고 있어. 평범하게 말도 하고, 표정도 풍부해. 최신형 같아.

나른한 남성의 목소리

최신형 무신호인가… 귀찮게 됐네. 범죄 목적으로 이용된다면 위험해. 한 발 발사하고, 고철로 만들어 놔.

오웬이 카인을 돌아본다. 카인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어깨를 좁혔다.

카인

하지만…

나른한 남성의 목소리

당신 말이야, 또 망설이고 있는 건가. 그 녀석들은 어시스트로이드. 감정은 전부 프로그램이야. 가짜지.

특히 범죄 목적의 어시스트로이드는, 동정을 유발하기 쉽도록 사랑스럽게 만들어졌어. 당신, 이 거리에서 경찰 일을 몇 년이나 하고 있다고 생각해?

카인

알고 있어, 네로.

나른한 남성의 목소리

혼자서 처리할 수 없다면, 내가 그쪽에 갈게. 제대로 구속해놔. 놓치면 서장이 호통칠 거야.

우리 보스, 어시스트로이드 싫어하니까.

카인

나는 숨을 삼키고, 카인을 바라보았다. 통화는 두려운 내용이었다. 오웬을 처리해라, 라는 말을 듣고 있는 듯 했다.

오웬은 불쾌하게 카인을 노려본다. 카인은 입술을 뜯고, 얕은 호흡을 쉬었다. 홀더에 넣었던 총에, 손을 뻗으며…

내 얼굴을 보고, 동작을 멈췄다. 무언가를 떨쳐내는 것처럼, 짧게 고개를 흔든다.

카인

…괜찮아, 네로. 어떻게든 ID를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아.

네로

정말로?

카인

그래, 또 무슨 일 생기면 연락할게. 그럼.

통화를 끊자, 카인은 크게 숨을 뱉었다. 후회나 안도라고도 할 수 없는 표정이, 밝은 금색 눈동자에 깃들어 있었다.

카인

…메인터넌스를 하고 있는 지인이 있어. 그 녀석이라면 분명 ID를 해석할 수 있어.

ID만 알 수 있다면, 너를 오너의 곁에 데려다 줄 수 있어. 막 만들어졌는데 폐기하는 건 불쌍…

…아니, 아까우니까.

스스로에게 말하는 것처럼, 카인은 말을 고쳤다. 오웬에게 쓴웃음을 지으면서 나를 바라본다.

곤혹과 반성이 섞인 시선은 서투르게 상냥했다.

카인

무섭게 했구나.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하고 있었어. 괜찮아?

아키라

아… 네.

카인

그런 표정을 하다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의 오너도 너무한 사람이네.

아키라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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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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