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12월 13일 (수) 오전 5:28
mailbox by 송태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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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징그러울 거 아는데 이기심에 보내
마지막에 너한테 못 보일 꼴을 많이 보였던 것 같다 미안해
사실 그때 기억이 희미해 다행이지 선명했으면 쪽팔린 정도가 아니라 죽고 싶었을 텐데
정말로 너 처음 본 19살 때가 제일 선명하고 (그때 네 주소도 외워)
뒤로 갈수록 기억이 잘 안 나
혼자서 이사를 정말 많이 다녔는데 다른 마음 담긴 것들은 다 버리고
네가 써 준 편지만 챙겨서 다녔어
최근에 우연히 다시 읽었는데 너무 좋더라
너한테 받은 일기도 있지 않았나 다시 읽고 싶은데 못 찾겠다
내가 항상 말해 태어나서 읽은 제일 재미있는 글이 좋아했던 사람이 쓴 일기라고
농구 관두고 운동이라 부를 수 있을 만한 활동은 일절 안 했는데
올해 갑자기 미쳐서 몸 만들다가 깨달았어
체력적으로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아직도 네 생각이 나더라
평생 이럴 것 같아서 미안하다 진짜
지금은 네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면서
근데 나는 네 과거를 봤잖아 네가 쓴 편지가 너무 좋아
네가 읽지 못해도 좋고
답장을 안 써도 좋고
그냥 네 인생에 웃는 날이 더 많기를 바랄게
P.S. 나는 이제 네가 어렵지 않을 만큼 나이 먹었나 봐 이 메일도 금방 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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