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톡

갈라하이_연기演技

조각글. 담배는 게임 내 언급이 없어 날조했습니다

문을 열자마자 몸주변에 돌던 온기가 사라졌다. 카페를 나설 때 딸려갈라 미리서부터 커피잔에, 의자에 꼭 붙었을지 모를 일이었다.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가올수록 자리에서 뭉그적대다 이 시간이 왔으니.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적어도 지금은 영화 제목에 불과했다. 어두컴컴한 거리에 사람이라곤 우리 외에 보이지 않았다. 우리가 보인다니 그 외계인에게 옮았을까. 내가 보는 상을 말하려면 하이드뿐이라 해야겠지.

그러잖아도 바람 막을 구석이 없는데 하이드가 멀찍이 떨어져 걸었다. 길 가장자리에, 아예 보도블럭 턱을 따라 걸었다. 도로와 인도를 구분하는 선이니만큼 일자로 곧았다. 전위적인 누군가가 런웨이를 좁게도 만들어둔 듯 했다. 그야 하이드의 직업이 모델이니 이런 생각이 들겠지마는. 입간판이 가로막지 않는 한 그와 거리를 좁히지 않았다. 주머니든 품이든 담배가 나올 것을 알았다. 예전이다만 하이드와 나는 밤거리에서 자주 담배를 피웠다. 추위에 오히려 열기가 바짝 다가오는 건 둘째치고. 우리뿐인 밤거리에서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내가 병원 일을 하면서 담배를 끊은지라, 하이드는 혼자 불을 붙여야 했다. 선 위에서 멈췄다. 필터에 대고 밤공기를 빨곤 곧 따라잡았다. 걸음은 빠르되 여전히 흔들리지 않았다. 런웨이에서 흡연이 안 되는 건 옷 같은 상품보다 모델에 시선이 가니 그럴지도. 엉뚱한 생각을 더러 했다.

혼자 이러니까 여기도 변했단 기분이 드는군.

하이드가 도로로 목을 돌리고 연기를 뿜었다. 나는 입술 위에 손가락 두 개를 붙이고 떼면서 후, 날숨을 불었다. 김은 길고 곧고 희었다. 담배 연기처럼 공기 중에서 뭉실거리다 흩어지긴커녕, 뭉치는 시늉도 않고 사라졌다.

그건 키스 앤 피스야, 갈라.

자네 눈에 내가 그리 보이는 걸세.

이제 엉뚱하게 보이네.

눈이 마주칠 땐 벌건 불이 연초를 타고 올라갔다. 돌아간 고개 너머로 기체가 세를 키우다 홀연 사라졌다. 얼굴이 다시 오면 입가를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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