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은 어떻게 보낼 건가요?
판타지 하스노소라 외전입니다.
“코즈, 여기.”
“코즈에, 늦었네? 접수처에서 보니까 의뢰는 진작에 마무리한 것 같더니.”
코즈에는 카호와 손을 꼭 잡고 여관으로 돌아왔다. 자신들을 기다리는 다른 페어를 보며 미안하다며 가볍게 웃었다. 카호는 기분이 좋은 듯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먼저 방에 올라간다며 코즈에가 츠즈리와 메구미랑 대화할 수 있게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런 카호의 뒷모습을 바라본 메구미가 코즈에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별일 없었어.”
“메구 쨩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눈으로 말하고 있었잖니.”
“카호가 기분이 좋아 보여. 응, 기쁜 일.”
츠즈리의 말에 코즈에가 다소 부끄럽다는 듯이 웃었다. 그 웃음에 메구미가 좋을 때라며 코즈에를 놀려댔다.
“메구미, 너도 루리노 씨와 좋을 때 아니니.”
“나는 루리 쨩이랑 항상 좋은데?”
“나도, 나도 사야랑 항상 좋아.”
“응, 좋은 일이야. 여기까지 하고 각자 방으로 올라갈까. 상대방을 너무 기다리게 하는 건 좋지 못하니까.”
“그래그래, 가서 너무 시끄럽게 굴진 마.”
“메구미.”
“코즈, 밤을 새는 건 내일 의뢰에 영향을 끼칠 거야. 코즈 앞으로 온 의뢰가 하나 있어. 메구랑 나는 없어. 응, 코즈만 조심하면 돼.”
“츠즈리… 그런 의미가… 아니 됐어. 일찍 잘 거니 너무 걱정하지 마렴.”
“다행이다. 잘 자.”
“굿 나잇!”
“좋은 꿈 꾸렴.”
가벼운 인사를 끝으로 각자 파트너가 묵고 있는 방으로 갈라져 걸어나갔다. 츠즈리는 노크 없이, 메구미는 가볍게 두 번 노크를, 코즈에는 정중하게 두 번 노크를 하고 문을 열었다.
사야카는 몸을 흐르는 마력을 점검하고 있었는지 눈을 붙이고 앉아 있었다. 츠즈리는 방해되는 건 아닌지 고민했지만, 어정쩡한 행동이 오히려 거슬렸다는 말을 떠올렸다. 그래서 그냥 평소처럼 사야카 옆에 딱 달라 붙어 앉았다. 사야카의 마력이 츠즈리까지 감싸는 느낌이 들었다.
“츠즈리 씨, 어서오세요.”
사야카가 눈을 뜨고 츠즈리를 맞이했다. 오늘은 조금 일찍 끝난 모양인지, 츠즈리가 막 사야카의 손가락을 입에 넣으려고 할 때 행동을 저지당했다. 아쉽다. 조금만 더 있었으면 따끈따끈한 사야카의 손가락을 핥을 수 있을 텐데. 이번에 잡은 몬스터의 향이 아직 남아있었다.
“사야, 내일은 늦잠 자도 되는 날이니까, 조금 더 붙어 있으면 안 돼?”
“츠즈리 씨, 이미 붙어 있잖아요?”
“음…. 조금 더. 이렇게… 당고처럼”
“정말….”
손에 진하게 남아있는 향을 맡으며 장난치고 놀 계획은 실패했지만 그것 외에도 할 것은 많았다. 츠즈리가 자꾸만 손에 관심을 가지자 사야카는 그제야 츠즈리가 노리는 게 무엇인지 알아차리고 화를 냈다.
“정말, 츠즈리 씨! 몬스터는 다른 때에도 얘기할 수 있잖아요!”
“어라, 이것도 실패네….”
“시무룩해지면서 화염볼을 공중에 띄우지 말아주실래요!?”
“사야, 괜찮아, 잠깐이면 돼.”
“저는 먹을 게 아니라니까요~!”
소란을 피우지 않으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이 소리가 바깥으로 새어나갈 것만 같았다. 츠즈리는 사야카의 입을 막을 방법을 고심하다가 꽤 효과가 좋았던 방법을 쓰기로 했다.
“사야.”
“네?”
“키스해도 돼?”
“…치사하다니까요.”
회피하기 위한 방법은 아니지만 츠즈리는 이 열감을 잠재우고 호기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가장 최적의 방법을 달리 알지 못했다. 사야카는 언제나 츠즈리의 부탁을 들어주곤 했었으니까.
사야카가 눈을 감으면 츠즈리는 눈을 감은 모습을 마음껏 관찰할 수 있었다. 오늘은 조금 오른쪽 눈이 떨리고 있었다. 지난번에 부딪혔던 충격이 아직 남아있는 걸까. 파편은 뒤쪽으로 가기 마련이니 조금 더 조심해야겠지. 츠즈리는 다음 의뢰에서는 후방에 더 신경 쓰기로 다짐했다.
“츠즈리 씨?”
“사야, 서두를 필요는 없으니까.”
“네, 저도, 츠즈리 씨도 여기 있으니까요,”
어쩐지 별다른 마법을 쓰지 않았는데 방이 뜨거운 느낌이었다. 사야가 마법을 썼을까? 츠즈리는 고개를 갸우뚱거렸지만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사야카를 위해 똑같이 눈을 감았다. 이럴 때는 눈을 감는 거랬지. 사야를 음미하기엔 딱 좋은 감각차단 방법이었다. 사야카의 긴장한 듯한 표정을 보는 것도 좋아하지만 일정 박자 이상 빨라진 심장 소리를 듣는 것도 좋아하니까.
“사야, 좋아해. 내일도 힘내자.”
“네!”
문을 열면 그 안에 자신의 화살촉을 다듬는 루리노가 보였다. 깔끔하게 손질된 화살촉을 통에 다시 집어넣어 둔 양을 보니 거의 다 끝나가는 모양이었다. 딱 맞게 잘 돌아왔구나. 메구미는 싱글벙글 웃으며 루리노 옆으로 다가갔다.
“루리 쨩, 오늘도 고생 많았어.”
“메구 쨩! 거의 다 해가니까 잠시만 기다려줘! 내일은 또 어떤 일을 하러 갈까?”
“오~ 루리 쨩은 오늘따라 더 기운이 넘치네. 하지만 이젠 잘 시간이야? 푹 자야 내일 또 기운 넘치게 돌아다니지.”
“알지만! 역시 메구 쨩이랑 함께 있으면 기력도 잘 안 닳아서 기분이 좋단 말이지!”
루리노의 말에 메구미가 방긋 웃었다. 자신보다 한참을 오래 산 엘프면서 이따금 어린아이 같이 순수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신뢰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어렸을 땐 한참이나 커 보이는 멋진 엘프였는데 말이지.
루리노가 들을 수 없게 중얼거리며 메구미는 침대에 아무렇게나 드러누웠다. 루리노는 소중히 여기는 활과 화살을 바닥에 내려놓고 메구미를 따라 침대로 뛰어들었다.
침대 매트리스가 출렁거렸기에 메구미가 살짝 중심을 잃으면, 루리노가 메구미를 껴안아 상쇄시켰다. 서로를 품에 안고 꺄르륵 웃고 나면 다른 말이 필요 없어도 즐거웠다.
“루리 쨩.”
“왜? 메구 쨩.”
“키스 할까?”
“오, 선전포고임까?”
“아니, 싸우자는 게 아니거든?!”
“헤헤, 알아, 메구 쨩, 응!”
물어본 건 메구미가 먼저였지만 키스를 한 건 루리노가 빨랐다. 어느 정도 천천히 분위기를 잡고 얼굴이 붉어진 루리노를 놀리려고 꺼낸 말이었는데 자신이 당해버리다니! 메구미는 루리노가 이렇게 재빠르게 다가올지 몰랐던 게 분해서 루리노의 약점을 노렸다.
“아하하, 옆구리는 안 돼, 메구 쨩, 아하하!”
“요 녀석, 요 녀석! 선수를 치다니!”
“아하하, 하지만 메구 쨩이, 먼저 하하, 앗, 그만, 흐읏!”
루리노의 약한 부분을 간지럽히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엄한 곳을 만지게 된다는 결과도 있다는 걸 지금 알았다. 메구미는 루리노의 눈치를 보다가 조용히 손을 내렸다. 이참에 옆방에 놀러 가는 건 어떨까? 응, 츠즈리가 의뢰도 없다고 했으니 그 방에 가는 게 좋을지도! 슬금슬금 침대에서 내려온 메구미는 문고리를 돌리려다가 루리노에게 붙잡혔다.
마법은 비겁하잖아!
“메구 쨩.”
“으응… 루리 쨩….”
“우리 내일 일정 없다고 했지.”
“아~ 그게, 나도 요새 가지고 싶은 게 생겼달까, 팔 물건이 생겼달까.”
“메구 쨩?”
“응. 루리, 쨩….”
“혀 내밀어야지.”
루리노의 벽안이 반짝였다. 목표를 노리는 눈으로 변한 걸 막을 수는 없으니까. 메구미는 자업자득이란 생각을 하며 루리노의 말대로 입을 살짝 벌렸다.
“코즈에 씨, ”
“미안해, 방해했니?”
“아뇨! 적당히 멈추기 좋은 곳까지 읽었어요!”
어느 정도 읽은 책을 덮은 카호는 협탁 위에 물건들을 정리해 올려두었다. 그 사이 책을 구했구나. 코즈에는 한창 독서에 집중하고 있던 카호에게 미안하다 사과했다. 걱정하지 말라며 책갈피까지 보여준 카호는 제 옆으로 오라며 침대시트를 두드렸다. 팡팡 소리까지 내며 닦달하는 바람에 코즈에는 로브만 벗고 침대에 앉아야 했다.
“카호 씨, 옷은….”
“괜찮아요! 내일은 떠날 거잖아요?”
“그건… 맞지만.”
“이렇게 둘이서 얘기하고 싶어요. 일찍 주무실 거잖아요. 그러면 일 분 일 초가 아까운걸요.”
“그래, 그렇겠네. 분수대에서 한 약속도 있ᄋᅠᆻ고 말이지.”
“아! 이제는 약속이라고 말해주시네요!”
카호의 놀림이 섞인 말에 코즈에가 후후 웃었다. 마치 잊지 않았다는 듯이 카호의 옆 얼굴에 가볍게 뽀뽀를 하면 카호가 동그랗게 뜬 눈으로 코즈에를 바라보았다.
“이건… 약속이 아닌데요.”
“어머, 달랐을까?”
“네! 방금은 볼에 하신 거고, 약속은,”
“입술에, 맞지?”
“네. 입술에 안 해주시나요?”
기대하는 눈빛을 보내는 카호를 바라보던 코즈에는 그 입술에 제 손가락을 살며시 가져다 대었다. 정령들이 시끄러웠다. 바라는 게 아니라 실망한 카호를 가볍게 달래주고 정령들과의 연락망을 잠깐 껐다.
“어라? 지금 잠깐…”
“카호 씨, 괜찮으니까 눈 감아보렴?”
“앗, 네!”
분수대에선 가볍게 입만 맞추는 정도였다면 이번엔 은근히 아랫입술을 핥았다. 코즈에의 혀를 견디지 못한 카호가 입을 열면 살짝 각도를 틀어 편한 자세로 바꾸었다. 살짝 뜬 눈 사이로 시트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게 보였다. 코즈에는 카호의 파트너들이 시끄럽지는 않을지 걱정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다들 조용히 쉬고 있는 모양이었다. 소환수들은 아공간에서 쉴 수 있다는 게 장점이지.
코즈에는 내일 받을 의뢰가 전투는 아니길 빌었다. 옷이라도 망가지면, 조금, 곤란해질지도 모르겠다.
“코즈에 씨, 집중해주세요.”
“미안하단다? 한 번 더 할까?”
“네….”
카호가 코즈에의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보통은 맨살보다 손끝이 체온이 낮아 차가운 느낌에 화들짝 놀라기도 한다는데, 카호의 손은 언제나 따끈따끈해서 오히려 기분이 좋다. 코즈에는 카호가 옷을 벗기기 쉽게 몸을 들어올리며 조심스럽게 몸을 숙였다.
밤은 길고 아침은 늦게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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