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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BL] 물꽃

창작전력 주제 : 파랑

MERTVEC by 김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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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대양 한가운데에 던져진 기분이다. 풍덩 소리를 마지막으로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투명한 물에 가둬진 나는 점점 가라앉았다. 빛이 들지 않아 점점 짙어지는 시야에 버둥거리는 나의 팔다리가 보였다. 짙은 파란색이 눈앞을 가득 채웠다. 물고기도 무엇도 보이지 않고 물거품만이 방울 거리며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15년 만이던가, 그의 변한 모습은 어릴 적의 부기가 빠져 이목구비가 더 뚜렷해진 점 밖에 없었다. 반해 상당히 스타일이 바뀐 나는 그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놀랍게도 그는 한 번에 나를 알아보았고, 그로 인해 조금 마음이 흔들렸는지도 모른다.

우연이라 함이 정말로 감사한 순간이었다. 자리 없던 카페에서 이미 앉아있던 그가 날 발견했고 이리 마주 앉아 있을 수 있었다.

헤어지던 순간이 떠올랐다. 나는 타지로 가게 되었고, 우린 그저 단순한 친구였을 뿐이었다. 조금 문제가 있다면 내가 짝사랑을 했고, 그 짝사랑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을 정도로 깊었다는 거다.

다시 만나게 되니 당시의 기억이 계속 떠올라 고통스러웠다. 왜 그때 마지막 인사와 함께 고백이란걸 하지 못했는가, 생각이 반복됐다.

안부 인사부터 시작해서 현재 무얼 하는지 이야기를 피웠지만 머리는 뒤죽박죽이었다.

시시콜콜한 말은 시계를 빠르게 돌려 감았고 어느새 그가 일어날 시간이 되었다. 카페에서 하려던 일은 하지 못했지만 재회만으로 큰 수확이 아닌가 싶었다.

내 휴대폰에는 그의 전화번호가 남았기에 이제 언제든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게 분명했다.

밖에서 작별 인사를 하고 다시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 서로 등을 돌려 터벅터벅 걸었다. 내 발소리엔 별 힘이 들어있지 않았다.

“재정아.”

그의 부름에 뒤돌아보니 이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다. 뼈가 굵어 두툼한 내 다리와 다르게 길고 얇은 다리는 학처럼 큰 보폭으로 움직였다.

삽시간에 앞으로 온 그가 입을 열었다.

“다시 연락 할거지?”

“당연하지.”

“이김에 동창 단체 메신저에 초대해 줄까?”

“아니, 그 정도까진 필요 없어. 너만 있으면 돼.”

“나만?”

입이 방정이지. 생각이 튀어나오고 말았다.

“미안, 아무것도 아니야.”

급히 가던 방향으로 걸어가려 했는데, 손을 잡아 오는 그의 중력에 다시 뒤를 바라봤다.

맑은 얼굴로 마주쳐오는 눈은 정신 사나운 내 머리를 하얗게 만들었다.

한순간 비친 밝은 빛이 반사도 되지 못한 채 수면을 뚫고 나를 향해 다가왔다. 물은 어두운 파랑에서 점점 밝은 푸른색으로 바뀌며 하늘색에 가까워졌다.

잡아당겨진 팔과 한 발짝 다가온 그의 행동에 코가 닿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이 상황은 옆으로 눈을 돌리게 했다.

잘못 움직이면 큰 사달이 날 모양새였다. 곁눈질한 결과 주위에 사람이 있진 않았다. 다행인지 아닌지 몰랐다.

“정말로 다시 연락하는 거다?”

“…알았어.”

함박웃음을 지으며 가까이 다가와 큰소리가 날 정도로 입을 마주했다.

“이래도 하는 거다?”

다, 다, 다, 당황스러웠지만 태연한 척했다.

“당연하지.”

어느새 물 밖으로 나온 나는 축축이 젖은 몸으로 바다를 보았다. 해변으로 쏟아지려다 마는 물은 강한 볕에 반짝이며 빛났다. 실소를 흘리며 저 깊고 짙은 파란색과 작별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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