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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 백업

논컾+청우문대+청우건우+국밥즈

티온랩실 by 티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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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썰 백업+수정+추가

1. 학과체험 테스타

학과체험으로 화학과 가는 테스타 보고싶어요 이왕이면 연희대로 가자 류문대 놀려먹어야지

간단하게 안전교육 받고 실험실 들어가서 실험 준비하는데... 가슴팍에 새파란 방패문양 찍힌 새하얀 랩코트 까리하게 입고 장갑이랑 보안경 착용하려고 하는데 눈앞에 내밀어진 폴리-글로브(a.k.a. 비닐장갑)에 당황한 박문대씨... 조교한테 이이거 요리할 때 쓰는 장갑 아닌가요. 하고 질문했더니 돌아오는 답이 실험은 먹을 수 없는 걸로 하는 요리래서 아. 하고 주섬주섬 비닐장갑 끼기... 와중에 제일 안전교육 열심히 들은 배햄찌랑 아기밤비 동공지진옴 이게 맞아?;;

물론 곧 농담이었다면서 제대로 된 니트릴장갑 지급받음... 근데 다들 손 크겠지 처음엔 그래도 무난하게 L 사이즈 받았는데 끼고보니까 장갑 손가락 부분이 애들 손가락보다 짧아서 손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함( 특히 큰세... 특히 청우... 다급하게 더 큰 사이즈 수배해오는 실험조교... 여기는 장갑에 구멍나면 어떻게 해줄 수가 없다고 용매나 날카로운 것 진짜진짜 조심하시라고 신신당부를 받음

우여곡절 끝에 실험을 시작하는 테스타... 전공생은 아니니까 위튭같은 곳에서 얼추 한 번쯤은 봤을 법한 화려한 실험을 하기로 했었는데... 실험 설명 피피티를 열려고 usb를 열자마자 보이는 학부실험자료 '카페인 추출'...... 그걸 보고 무언가의 버튼이 눌린 배햄찌... 너희가 카페인을 얼마나 많이 먹는지 눈으로 보면 좀 덜 먹겠지 건강 좀 더 챙기겠지...! 하면서 선택함 다른 멤들은 그냥 힘없이 끌려감 왜냐면 한번쯤은 다들 건강 문제로 잔소리를 들어봤기 때문. 갑자기 실험이 바뀐 조교만 쪼끔 당황할 뿐임

어쨌든 추출 대상은 래빈이가 가장 자주 먹는 에너지드링크였음 무려 카페인이 200mg이나 들어간... 묘하게 달고 묘하게 쓴 그것. 실험에서 맡은 각자 역할은 이랫음 손끝이 섬세하단 이유로 모든 용매를 다루는 역할을 맡은 아현이... 인간저울이니까 모든 시약을 덜어내는 역할의 래빈이... 테스타의 요리사로 실험을 집도할 책임을 맡은 문대... 평정심이 강하단 이유로 덜어낸 시약들을 손 안 떨고 문대한테 갖다주는 청우... 실험기구 근처 기웃거리다가 실험도구 깨먹을뻔하고 래빈이 옆에 붙은 유진이... 문대 옆에 붙어서 다음에 뭐가 필요한지 알려주는 배세... 타이밍 봐서 숙련된 조교를 불러오는 큰세...

분리되길 기다리는 중에는 청우랑 큰세가 슬쩍 옆에서 모교에 돌아와서 실험하는 소감은 어떠냐고 물어봄 마이크에는 안 들어가게 가리고... 다른 멤버들도 안 듣는 척 하면서 이쪽으로 귀기울이는 게 빤히 보임. 물론 상경계 류건우씨가 이과대학 건물에 들어올 일은 교양과목 들을 때밖에 없었기 때문에 먹금당함 청우랑 큰세랑 지들끼리 막 웃으면서 제자리로 돌아감... 애들 돌아보니까 다들 웃고있음... 고개 절레절레 저으면서도 같이 웃는 박문대... 나중에 자막으로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오는 테스타...☆ 뭐 이런 거 나옴

물론 실험 초짜들이 한번에 성공할 수는 없었음 수득률 반토막남. 그치만 이게 반이라도 양이 상당히 많단 말이죠... 새하얀 가루가 수북히 쌓인 필터페이퍼와 그걸 보고 말문을 잃은 래빈이와 문대와 큰세... 그리고 그걸 보며 경운기 엔진처럼 털털거리면서 웃는 조교. 왜 그러시냐고 물어보니 저게 랩실에서 젤 많이 나오는 빈캔이라고 함 아무튼 곧 정신차린 조교님... 오늘 실험 수고 많으셨다면서 레포트는 다음주 이 시간까지 써오라고 함 당연함 실험의 정수는 레포트임

모두의 머리 위로 물음표가 떠오른 와중... 박문대의 머릿속에 예전에 떠돌던 소문이 떠오름... 그것은 바로... 화학과는 레포트가 노트 열 바닥을 채우지 못하면 A는 어림도 없다던 소문이었음 그리고 쫄?의 민족 박문대는 무조건 A를 받아야했음 어쩔 수 없었음 팝콘에도 그렇게 진심이었던 놈임 그렇게 테스타는 아이돌이면서도 지옥같은 레포트의 늪에 빠지고 마는데... -디엔드-

2. 몸살 온 문대 간호해주는 청우로 청우문대

나는 다정함이 부족한 사람이라 다정하기 짝이 없는 이 녀석에게 끌리는 모양이다. 박문대는 열에 들뜬 머리로 그런 생각을 했다.

사실 이것도 헛소리인 거 아니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이성이 그런 말을 한 것도 같다. 박문대는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휴가 이튿날. 바쿠스가 사라진 후로는 아주 오랜만에 만나는 후유증이었다. 휴가의 반절을 생으로 날려야 한다고 생각하면 많이, 아주 많이 아쉬웠지만 그만한 성과를 이뤘으니 아무렴 어떠냐는 생각과, 모처럼의 휴가이니 큰달을 찾아가 뭔가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어지러이 섞였다. 확실한 건 굳이 지금 아프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닐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박문대는 조금씩 열이 오르는 머리를 손으로 잠시 짚었다가, 비상약을 찾아 집어먹고 앓아누울 준비를 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한 시간 뒤 박문대는 침대에 뛰어들었다. 몸살은 자고 일어나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었다.

그랬는데 왜 이놈이 있지. 박문대는 왠지 시원해진 이마를 느끼고 눈을 떴다. 열기운에 가물거리는 시야로도 푸른 눈은 잘 보여서, 박문대는 그게 류청우라는 걸 알았다.

"정신이 들어?"

"... 청우 형."

"응, 문대야."

토닥이는 손길이 좋았다. 박문대의 표정이 풀리자, 류청우는 조심스레 약과 물을 내밀었다.

"이거 먹고, 좀 괜찮아지면 병원 가자. 속은 괜찮아?"

박문대는 애써 고개를 끄덕였고, 류청우가 주는 것을 그대로 받아 마셨다. 열기에 바싹 마른 목으로 뭔가가 넘어가자, 박문대는 저도 모르게 눈가를 찡그렸다.

"옳지."

다정하게 어르는 손길에 박문대는 다시 잠에 빠졌다. 복잡한 생각은 잊어도 된다고 말하듯 부드럽게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손에 머리를 부비자, 숨을 터트리는 소리가 들렸다. 박문대는 오랜만에 그 다정에 기대어 편히 잠들었다.

박문대와의 연락이 닿지 않아 초조해하던 와중에 류청우의 연락을 받고 자초지종을 알게 된 큰달, 류건우가 숙소로 쳐들어오기 2시간 전의 일이었다.

3. 텟청을 이해한 슽청, 슽청문

텟청이랑 문대가 사귀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사랑을 이해하지는 못했던 슽청이 문대가 자기 눈앞에서 쓰러지는 걸 보는 순간 텟청 마음을 이해해버리고 사랑에 빠지는 모습이 보고 싶네요

텟청이 사라지니까 의지할 사람이 갑자기 없어짐+슽청 멘탈 빠그라진 걸 알고 이걸 어떻게 해야 좀 나아질 수 있나 고민함+텟청 자리 차지하려고 꿈질거리는 슽청이 원망스러운데 결국 얘도 청우라 차마 미워할 수가 없음 등의 이유로 알게모르게 스트레스 쌓이던 문대...

안그래도 바쁜데다 예민하고 걱정도 많은 애가 바쿠스도 없고 잠도 못 자니 멀쩡할 수가 없었음 결국 피곤을 못 이겨서 멤버들 앞에서 까무룩 쓰러짐 다들 놀라고 당황한 채로 움직이는데... 슽청 혼자 어정쩡하게 일어선 자세로 문대한테 손만 뻗은 채 아무것도 못 하고 서 있음 사실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서 뭘 해야할지 모를 뿐임

멤버들의 반응을 보고 이게 문대의 평소 모습은 아니란 걸 알게 된 슽청... 아무리 아이돌을 하면서 겪은 일이 다르더라도 결국 뿌리는 같은 사람인만큼 슽청도 그 순간 깨달은거지 아 이 사람한테 류청우는 그렇게 큰 존재였구나 테스타 류청우는 박문대한테 그렇게 중요하구나 하고... 그치만 동시에 치고오르는 '그럼 나는?'...

그 이후로 묘하게 문대한테 더 치대고 시선이 자꾸 문대를 향하는 슽청... 그 변화를 모를 리가 없는 문대... 처음엔 문대도 저놈도 힘들겠지, 하면서 모르는 척 받아주다가 점점 더 심해져서 다른 멤버가 문대 옆에 있으면 자기도 붙으면서 견제하려는 기색까지 보이니까 하루는 너 대체 왜 그러냐고 차분하게 묻는 문대

그 질문 받자마자 슽청 얼굴에 균열이 가는 걸 보고 아, 잘못 건드렸다/아, 드디어.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드는 문대

4. 큰달과 류문대의 얼렁뚱땅 사진찍는 날, 국밥즈

명절 연휴를 맞아 류문대가 바리바리 싸가지고 온 온갖 명절 음식을 하나씩 주워먹으면서 소파에 반쯤 누워 명절 특집 프로그램을 보던 형제... 그리고 그들의 눈앞에 스쳐간 가족 특집 프로그램의 한 장면. 그것은 바로 고조할머니부터 고손자까지 5대가 모여 찍은 가족사진. 무심코 채널을 넘기려다가도 시선이 고정되고 손가락이 멈칫거리는 걸 큰달이 못 볼 수가 없지. 그날 바로 말하는 건 너무 티가 나니까 내일 말해봐야지...! 하고 일단 류문대 입에 송편 하나를 물려줌. 입에 뭐가 들어왔으니까 우걱우걱 씹던 류문대가 꿀꺽 삼키고는 큰달에게 말해. 밥 뭐 먹고 싶냐고 물어보는 것 같은 담담한 어조로, 우리도 가족사진 찍을래, 하고. 형이 자기 생각 읽은 줄 알고 깜짝 놀란 큰달... 류문대는 그 반응을 보고 머쓱해져서 제안 철회하려는데 큰달이 조금 울 것 같은 얼굴로 좋다고 말해.

그럼 이왕 찍는 거 밖에서 찍자며 삼각대랑 카메라를 이고지고 나온 큰달이랑 류문대. 사람들이 죄다 교외로 빠져 비교적 한산한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예쁜 풍경이 있으면 서로 찍어주기도 하고 같이 찍기도 하면서 여러 장을 찍어. 예쁜 벤치, 파란 하늘, 단풍이 들랑말랑 한 벚나무 아래... 가을의 도심은 또 나름의 운치가 있지. 그렇게 목적지 없이 걷다보니 어느덧 주변 풍경이 익숙해져. 묵묵히 걷던 류문대의 시선이 고정되길래 큰달도 그쪽을 보자 아주 익숙한 간판이 보여. 그 국밥집. 둘이 처음으로 같이 밥을 먹었던 곳. 큰달의 시선도 그 간판에 박히고, 큰달은 뭔가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말해.

"형, 저 배고파요."

"국밥 먹고싶냐."

기다렸다는 듯 대답하는 류문대에게 큰달이 고개를 끄덕이자 류문대는 큰달의 손을 잡고 국밥집 안으로 들어가. 익숙한 목소리로 주문을 받고, 익숙한 벽과 익숙한 텔레비전이 보이고, 익숙한 냄새가 코끝을 맴돌아. 저야 좋지만, 괜히 눈물이 날 것 같아서, 괜히 안 좋은 기억 떠오르게 하는 건 아닌가 싶어서 큰달이 고개를 숙이니까 맞은편에 앉은 류문대가 슬쩍 몸을 일으켜서는 큰달한테 속삭여. 네가 싫으면 나갈까, 하고. 큰달이 고갤 도리도리 젓자 류문대는 피식 웃고서는 그럼 다 먹고 이 앞에서 사진 찍자고 말하네. 큰달이 멍한 얼굴로 류문대를 올려다보니까 류문대는 머쓱한지 뒷목을 만지작거려. 어라, 자세히 보니까 귀도 불그스름하네.

"내 가족하고 만난 곳이잖아."

들릴락말락 한 아주 작은 목소리. 그치만 귓가에 대고 속삭인 것이니만큼 큰달에게만은 선명하게 들렸어. 큰달이 뭐라고 대답하려고 하던 찰나에 국밥이 나왔지. 이제 봤는데 오랫동안 영업하면서 주인이 바뀌지도 않았는지, 둘 다 익숙한 얼굴이야. 그리고 그 사장님은 류문대를 보고는 긴가민가 하는 듯 싶더니, 큰달을 보고는 대번에 알아봐. 총각 오랜만에 온다고. 큰달도 사장님을 알아보고는 반갑게 인사하지. 잠깐 안부를 물은 다음, 큰달은 조심스럽게 이 앞에서 사진을 한 장 찍어도 되냐고 물어. 흔쾌히 허락해준 사장님은 대신 앞으로 여기 자주 들러달라고 당부하곤 다른 주문을 받으러 떠났어.

기억하는 것보다 왠지 더 맛있는 국밥을 배부르게 먹은 형제는 국밥집 앞에 삼각대를 설치했어. 그리고는 나란히 서서, 동생이 형의 어깨 위에 손을 올린 채 사진을 찍었어. 남들이 다 찍는 것 같은 그런 가족사진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제법 훌륭하다고. 집에 돌아와 현상할 사진을 큰달과 함께 고르면서 류문대는 그렇게 생각해.

그리고 명절연휴의 마지막 날, 큰달의 집 거실과 테스타 숙소에 있는 박문대의 침대맡에는 같은 사진이 놓였어. 어느 허름한 국밥집 앞에서 찍은 두 사람의 가족사진이.

5. 옛날 캐해 청우문대

옛날에 임보함에 넣고 잊어버린 청문트윗이라 캐해 지금과 다를수있음 주의

청우문대... 둘이 하는 사랑을 맛에 비유하면 청우는 민트맛 문대는 초콜릿맛일 것 같아 그렇다고 둘이 합쳐서 민트초코가 된다는 건 아님 방향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여기는 둘 다 민트가 될 수도 초콜릿이 될 수도 있다

아무튼 청우가 왜 민트라고 생각했냐면 민트는 다 먹고나서 뒷맛이 깔끔한데 딱 청우가 하는 사랑이 그런 느낌일 것 같아...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없이 다정하게 보듬고 끌어안는 사랑을 할 것 같아서. 그러면서도 상대가 원하면 언제든 산뜻하게 보내줄 것 같음. 상대한테 막 집착하지 않을 것 같음. 상대도 깔끔하게 납득하고 떨어질 것 같고.

초콜릿은 먹을 땐 달달하고 좋지만 먹고나서 입에 텁텁한 느낌이 있는데 문대가 꼭 그런 사랑을 할 것 같음... 틈틈이 보이는 다정과 사랑의 농도가 너무 짙어서 그걸 받을 땐 너무너무 달콤하고 좋지만 문대가 손에 닿지 않게 되는 순간 그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진다는 느낌...? 그니까 뭐가 다르냐면 청우는 나중에 추억으로 뒤돌아봤을 때 아, 그게 사랑이었구나. 하고 만다면 문대는 받는 순간 이게 네 사랑이구나, 하는 느낌.

6. 류남매

? 진짜 뭐임 류씨네는 술 잘 먹는 유전자 타고나는거야? 아니 근데 이쯤되면 진짜 궁금해진다고요 어떻게 하면 류남매 넷이 나란히 이쪽 관계자일 수가 있어? 왜 술도 잘 마셔? 어떻게 그렇게 넷 다 음기로 가득해? 어떻게 그렇게 정도 많아 하놔... 아 이젠 큰달이도 이쪽 사람이네 류문대가 술 잘먹는거보면 큰달이도 술 잘 먹을텐데 진짜 어이없다(너무좋다)

아잇진짜 서진씨 류건우 개이뻐했잖아 세상 어느 선배가 친하지도 않고 성별도 다른 후배한테 술을 사멕여~~!~!!~~~!!!!!!! 류건우 이놈도 이거 웃기다니까 이놈 또 내적으로 서술트릭 엄청 쓰면서 따라갔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진짜 웃기다고

7. 청우가 양궁을 그만두지 않았다면, 청우+건우

만약에 아주 만약에 청우가 그 사고를 당하지 않아서 어깨가 멀쩡하고 양궁에 대한 마음이 식지 않아서 계속 양궁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해 그럼 류건우는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우는 언젠가 연예계에 왔을지, 건우는 여전히 스티어를 좋아했을지, 무의미함을 버티는 기간이 더 짧아졌을지, 아니면 결국 극복하고 살아남았을지.

8. 백허그한 채 입맞추는 청우문대

모종의 이유로 예민해진 문대 보더니 슬쩍 백허그하고는 조심스레 문대 얼굴을 돌려서 입맞추는 청우...

예전에는 가끔 머리가 띵해질 정도로 달게 만든 음료를 마셨다. 안 그래도 단 주스에 시럽을 잔뜩 넣고 마시면 설탕이 씹힐 것만 같은 달콤한 감각에 혀가 마비될 것만 같아서 다른 생각은 그대로 휘발되어버리곤 했었는데. 이젠 그 지긋지긋한 단 음료 대신 네가 있네, 하는 문대. 입술만 맞닿아 있던 키스가 점점 깊어지고 기세를 탄 둘이 침실로 들어가려는 순간 나타나는 멤버들.

9. 술취한 전애인 데리러 가는 청우로 청우건우

술에 잔뜩 취한 류건우가 하도 류청우를 찾아대서 결국 류건우 친구한테 제발 이놈 좀 데려가라는 연락을 받은 청우... 잘 채비 다 한 상태에서 옷도 못 갈아입고 급하게 뛰쳐나갔더니 네가 왜 여깄냐면서 웃는 류건우...

술에 꼴아선 저를 찾았다니까 입안은 쓴데 당신은 여전히 나를 잊지 못했다는 기묘한 독점욕과, 여전히 당신은 나를 사랑한다는 기쁨과, 나도 당신도 아직까지 서로를 사랑하는데 이럴거면 왜 헤어지자고 했냐는 슬픔이 뒤엉켜 복잡한 류청우의 마음은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저를 향해 웃으며 팔을 벌리는 류건우......

류건우를 집에 데려다주고 나가려고 하는데 류건우한테 자고 가라는 말 듣는 청우...... 하필이면 잠옷 바람이라 류건우네서 자고 갈 거라는 오해를 사버린 류청우. 그치만 청우라면 그 오해를 오해가 아니게 만들어주겠지 사심은 좀 섞였겠지만. 류건우는 침대에 얌전히 재워두고 왜 같이 안 눕냐는 질문에 온갖 핑계를 대면서 혼자 침대랑 떨어진 바닥에 대충 드러눕는 청우... 날이 밝고 술이 좀 깨자 전애인에게 술취한 채 전화를 했다는 미친 흑역사를 기억해낸 류건우... 그리고 이 뒤로 얼렁뚱땅 엉망진창으로 다시 사귀는 거 보고싶당

10. 오이마사지 하는 테스타

햇빛이 쨍쨍한 날 야외공연을 한 테스타... 스케줄 다 끝나고 숙소 복귀해서 씻고어쩌고 다 끝낸 다음에 느긋하게 거실에 드러누워 오이마사지를 즐기는 일곱 남정네...

보고싶은 건 아무래도 그거죠 오이 써는 문대 옆에서 깐죽대다가 오이스틱 먹고 입 다물라는 무언의 압박을 받는 큰세진이라던지 뭔가 도와주고 싶은데 뭘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안절부절못하는 아현이라던지 오이 썰은 걸 왜 얼굴에 붙이는지 몰라서 래빈이한테 설명듣는 유진이라던지 거실 바닥이랑 소파에 이불이랑 베개 세팅하고 티비 뭐 볼지 고르는 배세진이라던지 그새 회사랑 업무전화 하고 와서 고생했다고 문대한테 오이스틱 얻어먹는 청우라던지(큰세: 나는 왜?!) 얼굴에 붙이면서도 넘 차갑다고 엄살부리는 사람 시원하다면서 좋아하는 사람 오이마사지가 익숙한 사람 등등 다 있겠지

얼굴에 오이 찰팍찰팍 아낌없이 붙인 다음에 자리에 드러누워서 모니터링하다가 티비에 웃긴 거 나오면 막 웃고 낄낄거리면서 서로 놀리다가 오이 떨어지고... 자리배치도 생각해봤는데 소파엔 역시 청우가 올라가야겠죠 그 아름답고 두터운 흉부... 때문에 바닥에 누우면 다른 사람이 누웠을 때 티비 시야가 애매해지기 때문에

그러다가 까무룩 잠들어서... 일어나보니 얼굴에서 떨어진 오이로 난장판이 되어버린 이불과 베개... 빨래 생각에 표정이 암울해진 테스타

11. 에스퍼x가이드로 청우건우

양궁 국대에서 사고로 각성한 에스퍼가 된 무효화 에스퍼 청우, 정부기관 소속 연구원에서 사고로 각성한 가이드가 된 건우.

며칠간 철야를 한 탓에 피로에 쩔어버린 평범한 연구원 건우. 건우가 오랜만에 퇴근하는 걸 알게 된 청우가 건우를 데리러 연구소로 온 날. 연구소 앞에서 만난 둘은 천천히 근처 공원을 가로질러 걷고 있었어. 건우가 피곤에 쩐 것만 제외하면 평범하기 짝이 없는 날인데 사고는 언제나 그런 날에 터지지.

물론 살다보면 바로 옆에서 경찰과 피의자의 추격전이 벌어질 수도 있고, 하필이면 그 사람이 에스퍼일 수도 있지. 그러니까 건우가 인질로 잡힌 것에서 끝났다면 그날은 그냥 운이 더럽게 나쁜 날일 뿐이었을 건데.

악운은 겹쳐서 온다고? 근데 그것도 정도껏이어야지. 꽤 오랫동안 가이딩을 받지 못했는지 폭주 기미가 보이는 에스퍼에게 인질로 잡혔다면 앞으로 올 악운은 오늘 몰아쓰는 거 아닌가, 하고 건우는 생각했어.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에스퍼는 폭주 징조 발견이 비교적 쉬운 염동력 계열인지 주변 물체가 들썩이는 게 눈에 보여. 그리고 이 정도면 이미 꽤나 위험한 상태라는 것도 건우한테는 보이지. 건우는 최대한 침착한 표정을 유지하면서 청우를 보며 물러나라고 턱짓했어. 어차피 자신 때문에 경찰도 함부로 접근할 수 없고, 그럴 바에야 차라리 빨리 지원을 요청해서 폭주를 진정시키는 게 낫다는 것도 건우는 아니까.

평소라면 청우도 그 지시를 들었을 거야. 하지만 점점 불안하게 일렁거리다 피부를 찌를 듯 덮쳐오는 공기는 청우의 강한 평정심을 일그러뜨리기에 충분했어. 진원지에 건우가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 그래서 청우는 건우가 있는 쪽을 향해 손을 뻗었어. 뒤늦게 폭주 기미를 눈치챈 경찰들이 다급히 지원을 요청했지만 때는 늦었어. 인질극을 벌이고 있다는 상황 자체가 이 에스퍼에게는 부담일 수밖에 없으니까, 건우를 인질로 잡은 순간부터 폭주는 이미 시간문제였거든. 이능력에 영향을 받은 물체들은 이미 제 위치를 잊고 허공을 떠돌기 시작했어. 그리고 그걸 본 청우는 그 순간 이성을 죄던 고삐를 놓았어. 그 에스퍼와 건우가 있는 폭주의 눈으로 뛰어들었다는 소리야.

당연히 경찰들은 난리가 났지. 인질극에 휘말린데다 그에 이어진 에스퍼의 폭주에 뛰어든 민간인이라니. 하물며 그게 얼마 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유명인이라면. 하지만 간발의 차로 경찰은 류청우를 잡지 못했고, 류청우는 그대로 폭주의 영향권 안으로 들어갔어. 에스퍼의 폭주에 휘말린 민간인은 살아남을 확률이 극도로 낮고, 당연히 경찰들은 곧 좋지 못할 일이 일어날 것을 직감했는데.

이게 웬걸, 폭주가 차차 지워지기 시작해. 사그라든다거나 가라앉는 게 아니야. 말 그대로 '지워진다'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리고 경찰의 반대편에 서 있던 건우는 청우가 다가옴과 동시에 눈앞에서 사라지는 이능력과 여전히 폭주 상태인 에스퍼, 그리고 느껴지는 이질감에 이를 악물어. 건우가 알기로 청우는 가이드가 아니야. 애초에 그랬으니까 선수까지 한 거였지. 아무리 등급이 높은 가이드라 해도 에스퍼의 폭주를 방사 가이딩만으로 제압할 수도 없고. 그러니까 이건 화려하지도, 눈에 띄지도 않는 이능력. 그럼에도 폭주를 억누를 수 있을 정도로 강한 것.

그리고 건우에게는 영향을 미치기는커녕 우호적으로 감겨드는 파장을 통해 모든 걸 깨달았지. 그러니까 지금 이 순간, 청우는 에스퍼로 각성했고, 자신은 가이드로 각성했다는 걸.

12. 고구마와 테스타

숙소에 난데없이 생긴 고구마 7박스... 너무 많아서 일단 옆집 나눠주고(브이틱: ^^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큰달이한테도 좀 보내주고...

"흐억. 너무 많은데요 형?!"

"뭐가 많아. 모자라면 또 말해."

그리고 진짜로 다 먹어서 또 받아가는 큰달이... 잘 먹는다고 쓰담뽀담하면서 다른 반찬도 얹어보냄

그렇게 주고 남은 거 쪄먹고 구워먹고 생으로 깎아먹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고구마말랭이 만드는 문대... 찐고구마 뚝뚝 썰어서 말리는 문대... 이게 뭐지? 하고 부엌 알짱거리다가 테스타 입에 하나씩 물려지는 찐고구마... 덩치 산만한 남자 일곱이 동그랗게 모여앉아 길게 썬 고구마를 소쿠리에 널어두는 진귀한 장면

잘 마른 말랭이는 한입 크기로 잘라서 요거트 속에 넣고 간식으로 먹는 테스타.

13. 리더늑대랑 메보강쥐로 청우문대

데한민국 어딘가의 청문러가 <박문댕의 청우 적응기> 뭐 이런거 영상으로 쪄서 올려주셨겠지... 데뷔초엔 왠지 어색,, 묘한 거리감,,, 그런 것들이 가득하던 리더와 메보

그러다가 한... 약속 활동할 때쯤부터 문대한테 치대기 시작하는 청우라던가 그걸 덤덤하게 받아주는 문대 모먼트가 보이더니 나중갈수록 청우는 이게 늑대야 대형견이야; 하고 문대는... 너는 왜 청우 보면서 꼬리 흔드냐? 어색함어디감아니우리야너무너무좋긴한데 싶은 모먼트로 가득할듯

근데 자세히 보니까 청우만 문대한테 치대는 게 아니라 문대도 청우한테 치대고있어서 영상내내 자막으로 밑에 물음표 수십개 지나감 얘네 거리감 뭐죠? 이런 자막 뜨면서 확대샷 반복재생해주실듯

14. 김장하는 류남매

김장하는 청우랑 건우 그리고 그 시각 안에서 일하고 과제하는 서린씨 서진씨

서진씨는 수육 삶는 거 끓어넘치는 소리 들리면 냅다 가서 불 줄이고 밖에다 불 줄였다고 소리침 그러면 건우가 알았다고 대충 머리위로 동그라미 만듦

저녁에 배추 절여놓고 시간맞춰서 뒤집으려고 새벽에 일어난 류건우랑 그때까지 잠 못 자고 재택야근하던 서린씨의 아이컨택.

청우 안 깨우고 건우 혼자 나온 이유: 막내를 왜 부려먹어. 원래는 저거 시킬 생각도 없었다. 애는 힘든 거 하면 안 되고 밤에는 푹 자야된다고.

+) 그런데도 청우가 건우랑 같이 일한 이유: 걍... 자기가 같이 하고싶다고 나옴... 류건우는 류청우를 완력이든 고집이든 이길 방법이 없어서 걍 같이함

15. 알파와 알파, 청우건우

류청우도 류건우도 알파메일인데 어떻게 둘이 처음부터 사이가 좋겠어요 당연히 싸우지ㅎㅎ 그런 의미에서 피지컬로 건우 찍어누르려는 청우랑 계략으로 청우 찍어누르려는 건우로 혐관청건... 근데 그렇다고 자기 추종자가 비겁한 계책 들고오면 뭔 개소리냐고 싸늘한 목소리로 쳐내야 함 저 사람/저 놈 찍어누르는 건 오직 나만의 권리라고 해야 함.

16. 악필 류건우

류건우 교양과목 들을 때 필기 열심히 해서 성적 깔끔하게 A+ 받겠지 그러고 나중에 같은 강의 들었던 서진씨가 필기 구경하다가 "...? 이거 뭐라고 쓴 거냐?" 라고 물어보는 거 보고싶다 분명 서진씨도 아는 내용인데 너무 악필이라 뭔 말인지 도저히 알아볼 수가 없는 필기

그러고 이제 류건우 본인도 그 필기가 무슨 내용인지 알아볼 수 없어야함 자신만만하게 그건... 이러면서 봤는데 대체 과거의 나샛기가 뭐라고 썼는지 모르겠어서 고장나는 거 보고싶네

17. 아가가 된 테스타와 일일선생님 큰달

저의 농간으로 갑자기 아가가 되어버린 테스타. 그들은 이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테스타에게 도움을 줄 사람으로 큰달을 간택하는데...... 시스템도 없어졌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기냐는 큰달의 절규에 형문대는 말없이 화면 밖의 어딘가를 가리킨다.....

머리는 그대로라지만 몸은 어쨌든 대여섯 살 꼬마가 되어버린 테스타였기 때문에...

"으헙! 호... 혹시 이건 못 드시는 건가요?"

"아니, 그건 아닌데 왜... ... 아."

깔끔히 비워진, 강아지가 그려진 식판 위에 덩그러니 남은 당근이랑 피망이라던지

"김래빈 너무해! 나 이거 갖고 놀거야!"

"바보야! 그건 큰달 님이 나중에 다 같이 하려고 가져오신 거잖아! 너 혼자 먼저 하면 안 돼!"

"저, 그, 으아아......"

... 막내들은 텐션이 똑같고.

"어, 왜 안 닿지? 헤헤."

"어디 그럼 제가... 저도 안 되네요?"

"아무래도 다들 작아졌으니까..."

"잇챠, 의자, 가져왔어요......!"

몸만 작아진 것 같다가도 목소리는 영락없는 아가가 되어버린 멤버들.

처음엔 갑자기 작아진 충격 때문에 얌전했는데 그게 좀 익숙해지니까 슬슬 앉아만 있는 게 좀이 쑤시는 멤버가 생김... 그렇다고 얘네를 함부로 밖에 내보낼 수도 없음 당연함 테스타임... 무슨 스캔들이 생기려고. 그래서 한참 고민하던 큰달이 떠올린 건 찰흙놀이였음. 요리를 같이 해보기엔... 테스타엔 절대 불과 칼을 써서는 안 되는 멤버가 있기 때문에 그 생각은 바로 기각되었습니다. 암튼 그런 이유로 큰달은 재빠르게 근처 마트에서 클레이랑 기타 공예물품을 한가득 사왔음. 일곱 명이 동시에 갖고 놀아도 충분할 양의 클레이를 색깔별로 멤버들에게 적당히 나누어준 큰달은 위튜브에 나온 것들 중 가장 쉬워보이는 것을 하나 골라 같이 만들기로 함. 노란 클레이로 꽃잎을 만들고, 색 배합을 해서 만든 갈색 클레이로 꽃심을 만들어 붙인 다음에 철사 주위를 초록 클레이로 감싸는 형태의 꽃 조형물이었음. 다들 어릴 때 한 번쯤은 클레이 놀이를 하며 놀아본지라 신나게 클레이를 조물락거리며 조금 서툰 손길로 꽃을 만들었음.

하지만 큰달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테스타에는 다른 건 다 잘하면서 미술 쪽에는 영 소질이 없는 사람이 둘 있었다는 것.

"..."

"..."

"... ... 멋있어요 형! 청우 님 것도요!"

'반응까지 텀이 긴데.'

"헤헤."

분명 빨간색이랑 노란색을 섞었고 거기에 검은색을 약간만 섞으면 갈색이 나올텐데... 옆을 보면 다들 예쁜 갈색 만들어서 가운데에 잘 붙여줬는데... 심지어 아현이는 진짜 해바라기처럼 무늬도 있는데 어째서 이 둘이 섞은 건 곰은색과 고동색 사이의 무언가가 되어있는걸까... 역시 내가 부족한 탓인가...! 큰달이 으앙하면서 자기 머리를 쥐어뜯으려는 걸 황급히 틀어막은 배세와 큰세가 청우와 문대의 작품을... 유심히 봄.

"... ㄸ"

"아니요! 아니에요 형아 그거 아냐!"

색이 다른 클레이를 섞느라 조물거린 탓에 지금 그것들의 색과 모양은 대놓고 말하기엔 쪼끔 그런 그것의 모습과 흡사했음. 그저 웃는 청우와 뻔뻔강쥐가 되어버린 문대 앞에서 테스타와 큰달은 결국 그대로 다시 클레이 모형을 만들기 시작함... 다행히도 그 뒤로는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이 되어 테스타와 큰달은 예쁜 해바라기 8송이를 세워둘 수 있었음

여차저차 클레이 놀이를 끝내고 넋부랑이 된 큰달과 ...... 아직 기운이 덜 빠져서 큰달이 사지에 달라붙은 일곱 명의 아이들. 큰달의 사지를 가지고 잘 놀던 아이들에게 찾아온 낮잠 시간. 하나둘씩 하품을 하기 시작했는데도 안 졸리다며 꾸벅꾸벅 버티다가 결국 침대 세 개에 배세-청우, 큰세-아현, 유진-래빈 이렇게 두 명씩 뭉쳐서 잠이 듦. 다행히도 짜증을 낸다던지 안아달라고 조른다던지 하는 잠투정은 적었음. 일단 생각은 성인의 그것이기 때문에...

하지만 유독 형문대만은 큰달 품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고... 큰달이는 형이 가장 약할 때(=아가인 채로 잠들었을 때) 자길 의지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지만 요령도 없이 두 시간 내내 잠든 아가를 안고 어르느라 팔이 빠지는 줄 알았답니다

다행히도 낮잠 시간이 끝나자 아가들은 다시 성인이 되었고 큰달의 일일 선생님 역할은 끝이 남

그리고 나중에 형문대가 동생네 놀러가서 동생건우 고생했다고 9첩반상을 차려주었다고 합니다 메데타시 메데타시

18. 리부트 청우문대

기억나시나요 리부트 마지막에 문대가 현실서 막 다시 깨어났을 때 손을 잡고 있던 건 청우였다는 것이... 청우는 문대 손을 계속 잡고 있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힘이라곤 한 톨도 남지 않은 너의, 형의 손을 잡고 있을 때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두 손을 아무리 잘 포개어도 흐르는 물은 온전히 담아낼 수 없었던 것에 대해.

너, 라고만 부르던 시절에 나는 너의 아픔을 알았다. 형이라고 부를 수 있게 되었을 때 비로소 너는 내게 기대는 것을 허락했고. 그 기묘한 세계를 헤치고 다른 기억이 우릴 잠식했을 때가 되어서야 나는 네가 내게 의지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나와 네가, 나와 형이 서로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나 혼자 형을 잡기엔 어려웠나보다. 지금도, 형은 내가 잡은 이 손에 조금이라도 힘을 주면 사라질 듯, 빠져나갈 듯 위태로워서.

사람의 몸이 이토록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는 것은 내게도 처음이어서, 그럼에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너를 끌어오려는 저 사람들에게 아주 작은 힘을 보태주는 것뿐이어서, 그래서 나는 손을 놓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너를 잃어버리고 마는 그 절벽 끝에서마저.

그래서, 결국 현실로 돌아온 네가 나를 벅차게 만들어서. 우리가 있는 현실을 택해준 형이 너무도 고마워서, 다정해서, 사랑스러워서.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형이 내 손에서 빠져나갈까봐 두려웠다. 내가 아무리 두 손을 곱개 포개어도 잡아둘 수 없는 것이 너, 형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19. 문대 재워주는 청우, 청우문대

겨울이라 날이 추우니까 청우 이불이나 데워놓을까 하고 온수매트 켠 문대... 이왕 데워놓은 김에 나도 들어가서 기다릴까 싶어서 침대로 쏙 들어감 그치만 씻고있는 청우를 기다리다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먼저 잠들어버린 문대...

한편 청우... 씻는데 누가 문 밖에서 뽀시락거리니까 누구지? 하고는 수건으로 머리 탈탈 털면서 나오는데 뜻밖에도 침대에는 문대가 있었습니다

"문대야?"

...zZ

제 이불을 돌돌 말고는 옆으로 누운 채 잠든 문대를 보곤 피식 웃는 청우. 깨울까 하다가 잠든 문대 표정이 너무 말랑하니까 그냥 안 깨우고 자기가 옆에 적당히 끼어서 잠들기로 함

"잘 자요, 형."

그냥 잘까, 싶기도 했는데 그러기엔 좀 쌀쌀해서 청우도 문대 침대에서 이불 가져와선 문대랑 같이 덮음 잠든 문대 백허그하고는 부드럽게 웃다가 인기척을 느낀 문대가 뒤척이면서 꼬물꼬물 청우 품으로 파고드니까 천천히 팔 들어서 문대 토닥토닥하는 청우

"잘 자라, 우리 문대."

깨끗한 이마에 굿나잇키스도 하고. 악몽같은 거 꾸지 말고 깨지도 말고 푹 자라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자장가 불러주다가 자기도 서서히 잠드는 청우.

20. 늑대수인 청우건우

늑대일족의 막내였던 류건우는 쏟아지는 귀여움을 독차지하던 아기늑대였음 근데 건우가 5살이 되던 해에 같은 마을에서 처음으로 동생이 태어난거임... 자기가 독점했던 어른들의 애정이 아기한테 쏠리니까 쪼끔 서러웠던 건우... 그래도 나는 형아니까 괜찮아! 라는 생각은 들어서 (아기 태어나기 전에 어른들이 열심히 세뇌시켰음) 아장아장 건벅건벅 걸어서 애기 보러감 그리고 그 자리에서 사랑에 빠짐... 어떻게 저렇게 아기가 동생을 예뻐하나 싶을 정도로... 아기 이름은 청우라고 알려주니까 맨날맨날 아침마다 똑똑 청우 자요? 하면서 찾아옴... 말도 얌전하게 하고 아기 앞에서 하는 행동도 조심조심 나름 차분하게 하고 있지만 꼬리가 붕방거리는 건 숨길 수가 없었음 그야 당연함 동생이 청우임... 그래서인지 청우도 낯가릴 때가 되었는데도 건우 보면 방긋방긋 웃고 손 뻗고 난리남... 말도 엄마아빠맘마 떼자마자 건우형부터 찾음

청우가 형아, 하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인 건우... 청우가 수인화해서 건우 발목을 코로 톡톡 치면 건우도 자연스럽게 수인화해서 청우 핥아줌 둘다 아직 아기라서 핥아주는 게 서투르기 짝이 없는데도 청우는 그게 좋다고 그르릉거림 그르릉거리다가 형아 주둥이도 꼭꼭 깨물고 꼬리도 찰싹 붙여놓고... 그럼 건우도 좋다고 그르릉거림 어른들은 그거 보면서 아이고 귀여워라 애들이 사이가 좋네~ 하는데 그거 사실 형은 내 꺼라고 찜꽁하는 아기늑대의 선언이었음이 나중에 밝혀짐 언제냐면 건우가 성체가 되고 난 뒤에... 청우도 막 성체가 되었을 쯤이었음

슬슬 혼담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건우를 보면서 은은하게 미소짓던 때 눈치를 챘어야 했다면서 류건우는 머리카락을 거칠게 헤집음 물론 그래봐야 방금 제 혼담을 깨고 돌아온... 저한테 치대는 저 거대한 회색늑대는 개의치 않고 온몸으로 건우형이 좋다면서 덤벼듬...... 사실 제일 골때리는 건 건우도 그게 좋다는 점이었음 청우랑 매일 붙어있는데도 떨어지면 은근히 서운하고 청우가 자길 안 찾아오면 계속 생각이 나고... 그리고 그게 문제였음 건우가 생각하기에도 이게 일반적인 아는 형 동생 사이는 아닌 것 같았기 때문에... 세상 어느 아는형동생이 맨날 만나서 서로 핥아주고 주둥이를 깨물어댄단말임

그래서 건우는 고심 끝에 마을을 잠깐 떠나기로 함 떨어져서 생각해보면 이 관계에 대한 답이 나올 것 같았음... 안 그래도 학업 때문에 다른 마을로 떠나야 하는지라 핑계는 충분했음 문제는 그 소식을 들은 청우가 시무룩해지다못해 거의 앓아누웠다는 것이었음... 평소엔 거의 뭐 날아다니던 놈이 그렇게 됐으니 당연히 청우네가 발칵 뒤집어짐 건우도 뒤집어질...뻔함 하지만 건우는 이미 정해진 걸 바꿀 의향이 없었고 그대로 마을을 떠남... 배웅나온 청우가 처연하게 지은 미소에도 건우는 애써 덤덤한 척 인사를 나누고 뒤돌아서 떠나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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