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아래 비밀 #1

첫걸음 + 막내와 회초리(1)

작은 방 by 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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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 배경을 과거 조선시대로 하고 있으나 내용의 인물과 사건은 현실과 무관합니다. 따라서 실제와는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체벌, 훈육 등의 소재가 있습니다. 취향이 아니시라면 넘겨주세요.




짜아아악-

전보다는 더 강한 강도로 해준의 종아리에 자국을 남겼고, 또르르 떨어지던 눈물을 후두둑 터지고 말았다. 다시 한번 매가 떨어지자 해준은 결국 자세를 무너뜨렸다.

“흐읍, 흐으, 흐어엉,”

햇살이 따스히 내리쬐고 있었고 그 따스함 속에 해준의 울음소리가 하염없이 흘러나왔다. 해준은 작은 고사리 손으로 바짓가랑이를 잡고 주저앉아 흐느끼고 있었다.

“해준, 일어나거라.”

“흐윽, 끕,”

목놓아 우는 해준에 어머니 수희는 차가운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일으켜 꼭 안아주고 싶지만, 몇 번이고 반복되는 제 아들의 행동을 오늘은 고쳐야겠다 마음먹었기에 수희는 일어나라는 말을 제외하곤 할 수 없었다.

수희는 평소 순둥순둥하게 웃어른 말씀 잘 들으며 사슴 같은 눈망울을 반짝이던 해준이 계속 이런 일을 만드는 것이 그저 밉기만 했다.


*


약 한식경(30분) 전,

“누님!”

해준은 누이 화의 손을 잡고 오랜만에 장터에서 돌아오고 있었다. 예조판서 유정안의 막내 아들 해준은 집안 모두의 사랑과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온 아이였기에 지금 이 외출도 자신이 졸라 만들어진 것이었다.

“왜 그러는 것이냐?”

해준의 부름에 그의 손을 잡고 걷고 있던 화가 답하였다. 그녀는 유가(家)네 첫째 여식으로 올해 17이었다. 여자로 태어나 안타깝다는 주변의 말이 멈추지 않을 정도로 문과 무에 모두 뛰어난 아이이다.

“헌데 윤아, 어째 이리 멀리 떨어져 걷는 것이냐?”

맏이 화에게는 해준 이외에 2명의 남동생과 하나의 여동생이 있는데, 지금 뒤를 보며 말을 건네는 이가 바로 해윤으로 그녀의 남동생이었다. 그는 올해 15, 서자 출신으로 젖을 떼자마자 생모의 손에서 떨어져 정안과 함께 살았다. 그리 마음에 들지 않지만, 뭣도 모르는 어린아이일 뿐인 해윤이기에 수희도 친자식처럼 대하며 키워왔다. 수희 뿐만 아니라 해윤은 밖의 사회와는 다르게 집안에서는 적자처럼 대우받으며 차별 없이 키워져 왔다.

“아닙니다 아가씨.”

하지만 해윤 자신만이 스스로 벽을 세우며 누님께 아가씨, 제 동생들에게 도련님이랑 칭호를 사용해왔다. 어느순간부터 그리 불러왔다. 그리하여 언제나 화에게 누나라고 편히 부르라고 수도 없이 많은 질책을 받아왔었지만 그 호칭은 바뀌지 않았다.

“그래….”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해윤이었고, 고처준다 하여도 금세 다시 바뀌는 아가씨라는 호칭을 듣는 화의 마음은 그저 아파올 뿐이었다.

“누님! 가연 누님입니다!”

차분해진 화의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해준은 반짝이는 눈으로 저기서 사뿐히 손을 흔들며 걸어오는 규수를 가리켰다.

“준아, 아무리 반가워도 다른 이를 그리 손가락질하는 것은 아니 되는 것이다.”

“가연 누님!”

“해준, 대답.”

“읏, 예….”

어린 동생의 잘못된 행동에 이를 바로 고쳐주는 화였고, 이를 그저 하나의 잔소리로 넘기는 해준이었다.

“해준이 안녕,”

“누님 오랜만입니다!”

“그래, 못 본 사이에 많이 컸구나.”

얇고 긴 손이 해준의 머리 위로 올라가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가연은 화의 오랜 벗이며, 화가 자신의 속을 다 보여주는 몇 없는 이중 하나였다. 가연은 화와 해준 뒤에서 홀로 걷고 있던 해윤을 흘깃 보며 눈웃음을 지어주었다.

“오늘은 축제도 아닌데 동생들 다 데리고 어딜 가는 길인 거냐?”

가연이 화에게 묻는다.

“막내가 심심하다 하여서 잠시 나왔다 들어가는 중이었다. 하면 너는, 네 오라버니는 어디 두고 어인 일이야.”

“이번에 연지 하나 들어왔다 하길래. 그날이 곳이잖아.”

“푸흐- 정말이네. 손잡고 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그날이라니.”

“누님, 그날이 무엇입니까?”

두 소녀는 웃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날이 곳이라는 말에 해준은 궁금한 것은 못 참는다며 불쑥 묻는다. 어린아이의 눈은 반짝이고 있었다.

“준이가 알고 싶은 것이 많구나.”

“….”

“하오나 지금은 이르다. 나중에 때가 되면 알려주도록 할게.”

“…예에? 함구하시는 것입니까? 저두 알려주세요오!”

“쉬이, 준아 목소리가 크다. 가연 누님께서 나중에 알려준다 하지 않았느냐 응? 떼쓰지 말고.”

첫말은 가연이었고, 마지막은 화이었다. 떼를 쓰는 해준에게 화는 그의 볼을 가볍게 잡으며 달랜다. 그리고,

“윤아, 잠시 이리 오겠니?”

“예.”

옆에 서 있던 해윤을 불러 귀에 속닥였다. 잠시 가연과 ‘그날’에 대한 일로 이야기 좀 하겠다고, 집 근처로 안내해줄 터이니 해준과 먼저 들어가 있으라고 뒤따라 갈 것이니. 화의 말이 끝나자 해윤은 고개를 끄덕이고 해준에게 말을 걸었다.

“도련님, 아가씨들께서 하실 말씀이 있으시니 저와 먼저 들어갑시다.”

“어… 어?”

“준아, 네 형님께서 물으시잖니.”

“아니….”

“준아, 답을 해드려야지.”

“….”

“도련님?”

“응, 가자.”

“어허, 준아….”


뾰루퉁한 목소리고 짧게 말하는 해준의 모습에 화는 눈쌀을 찌푸렸다. 자신을 쏙 빼놓고 담소를 나누는 두 누님이나, 거기서 이 자리에서 비키자는 해윤이나 모두가 미워진 해준이었기에 해윤에게 말을 짧게 쓰는 버릇이 나왔다. 입은 오리처럼 삐죽 나와 쿵쿵대며 앞서 걸어가는 해준을 보고 화는 해윤을 향해 한숨과 함께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미안 해.”

화가 해윤에게 입 모양으로 조용히 말했다. 화는 물론 그녀의 부모님도 사회에서 서자라 차별받는다 하여도, 집 안에서는 최소한 가족끼리는 예의를 지키며 적자와 같은 대우를 받기를 추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 하나 뺀 것 가지고, 제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삐치는 게. 고치라고 한 지 오래된 버릇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이. 해준은 아직 제 가족들을 이해하기에는 많이 어렸다.

“저 아일 어찌할까….”

화가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조용히 말했다. 그러자 옆에서 가연이 그녀의 팔짱을 끼며 어깨를 툭 쳤다.

“조금 더, 몇 해 정도 지나면 이해하겠지. 너무 걱정하지 마. 조금씩 좋아지고 있잖아.”

“….”

“진짜….”

금세 조용해진 화를 보고 가연은 희미하게 웃더니 대화 주제를 바꾸었다.

“나 오라버니랑 가락지 맞추기로 했어.”

“…가락지?”

“응. 요즘 혼인하면 그리 맞추는 게 유행이잖아. 내가 아는 언니도 그러시더라.”

“이쁘겠다.”

“엄청 예뻐. 연모하는 이와 가락지도 맞추고 정말 좋아.”

”허- 부럽네에.”

“그러면 너도 혼인하던가.”

그저 평범한 17 소녀들의 대화였다. 남들에게는 숨기고 있는 이듬해의 혼인 이야기는 둘 사이를 다시 활기차게 해주었다. 한편 앞에서 걷고 있던 이 둘은 뒤의 누님들과는 다르게 삭막했다. 아주 툭 튀어나온 입술로 걷는 아우와 걸음을 맞추며 걷는 형.

“….”

“…그날이 뭐야.”

그저 조용하기만 하던 해준은 침묵을 깨고 해윤은 무언가 알고 있다 판단하여 물어온다. 질문 하는 그의 걸음은 조금 부드러워졌다.

“궁금하신가요?”

“…응. 나 빼고 다같이 대화하는 거 싫어. 왜 나만 몰라.”

“예…”

어린 동생의 물음에 그저 따스히 입을 연다. 무언가 알려줄 것 같자해준의 입은 어느새 들어가 있었다. 그러나 이미 제 누님과 약조한 일인걸. 해윤은 이걸 말해도 괜찮을까 잠시 고민하더니 말을 이었다.

“더 좋은 곳으로 함께 가는 것.”

“응?”

“도련님이 원하는 답입니다.”

“그게 뭐야.”

“그건 비밀입니다. 아까 아가씨들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때가 되면알게 될 것입니다.”

“누님들끼리 어디 가?”

“이것 또한 때가 되면.”

아무리 총명하다 하여도 아이는 아이였다. 그나마 누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생각나는 대로 돌려 말한 해윤은 그저 웃기만 할 뿐이었다. 자신이 원치 않은 답과 뒤에서 들려오는 누님들의 수다 소리. 게다가 자신을 놀리는 듯한 얼굴로 웃음을 띠고 있는 해윤. 해준은 단단히 삐졌다.

“때가 되면… 몰라! 나도 말 안 해.”

“예?”

“이익 따라오지 마! 그깟 비밀 누님들과 실컷 떠들어.”

결국 해준은 쿵쾅거리며 빠른 걸음으로 저만치 먼저 나섰다.

“어?”

해준이 실컷 속보(速步)로 걷고 있을 때 저 멀리서 소달구지 하나가 그의 반대편으로 오고 있었다. 워낙 작은 발로 빨리 걷고 있기도 했고 삐져 앞도 보지
않고 걷던 해준이었기에 그는 제 앞에 자신의 몇 배나 되는 소가 꽤 빠른 속도로 오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게다가 소를 모는 이는 자신의 시아 밖에
있는 작은 도령을 보지 못하여 빨리 속도를 늦추지 못하였다.

“어어 저기!”

“도련님!”

“준아!”

처음은 소를 끄는 이의 당황한 목소리였고 그다음과 마지막은 해윤과 화 였다. 하지만 모두 저를 부르는 소리와 주변의 웅성거림에도해준의 시선은 바닥에, 정신은 저기 멀리 가 있었다. 그의 눈앞에는황색의 소의 짧은 털이 가득한 그때,

“…준 도련님!”

해윤이 달려와 그의 팔을 잡아당겨 그를 소가 가던 경로 밖으로 나오게 했다. 그 결과 해준과 해윤은 바닥으로 넘어지게 되었다. 순식간에 이 모든 것이 일어났다.

“아악 뭐야!”

상황을 전혀 모르는 해준은 넘어져 더러워진 옷을 보고 빽 소리를 지르며 금세 일어난 해윤을 힘껏 밀쳤다.

“뭐 하는 거야! 네가 뭔데 날…”

“유해준!”

소와 부딪히기 직전에 달려온 화가 해준을 불렀다. 그녀는 놀랐기도 했고, 동시에 그녀는 동생의 부주의함과 무례함에 화가 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두 동생을 살필때.

“하… 준아 괜찮으냐? 다친 데는.”

화가 한쪽 무릎을 접고 꿇어앉아 해준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흙을 털어주었다.

“윤아, 잘했다. 그나저나 넌 어디 긁히거나 다친데는 없느냐?”

“예, 전 괜찮습니다.”

화의 질문에 해윤이 침착하게 말하며 한쪽 손을 쓰윽 뒤로 숨겼고 옆에서 죄송하다는 소 주인에게 괜찮다며 말하는 가연 은 이를 보았다.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었고, 가연은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으니 나중에 다시 만나자고 말하였다. 물론 화에게 해윤의 손상태도 말해주었다. 소달구지와의 충돌 사건은 나름 집 근처에서 일어났기에 그들이 대문 앞에 도착했었을 때는 이미 안채까지 이야기가 들어왔었을 때였다. 집에 도착하자, 어멈은 마님이 첫째 아가씨를 찾는다 말했다. 그 말을 들은 화는 고개를 끄덕이곤 유모를 불러와 해준의 옷을 갈아입히라 시켰고, 해윤에게는 처소로 들어가 기다리라고 일렀다.

“어머니, 화 입니다.”

화는 안채로 들어가 수희에게 인사를 했다.

“밖에서 소란이 있었다고 들었다.”

“예, 그렇게 되었습니다.”

“상황은 대충 들어서 아는데,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하나 있구나. 혹 자신을 구해준 사내를 밀쳤다는 게….”

“…예. 당시 준이가 상황을 몰랐기에 그런 것 같은데, 그때 하였던 말이,”

화는 수희에게 자신이 듣고 본 상황을 모두 실토하였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 수희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몇 주 전 호되게 혼난 뒤로 고쳐진 줄만 알았는데….

“제가 할까요?”

화가 물었다. 원래도 가장 맏이로서 동생들에게 회초리를 가끔 들었었지만, 어머니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 된 이후로부터는 화가 수희를대신하여 어머니 역할을 해왔다. 아이들에게 기본적인 도(道) 예(禮)를 가르쳤고, 어긋난 행동을 하면 회초리를 들어 달초를 하였고, 집안의 일에 참여하였다.

“아니다. 내가 하마. 이미 넌 아이에게 경고를 주지 않았느냐.”

“송구하옵니다. 그때 확실히 말했어야 했는데….”

“넌 네 할 일을 다 했다, 그 정도면 되었어. 화 내 아가, 넌 잘하고 있는 거야.”

기가 죽은 화의 모습에 수희는 그녀를 다독이며 말해주었다. 아직 17인 아이가 자신을 대신하여 4명의 아이의 부모 역할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 터인데.

“화야, 넌 가서 해윤이를 살피거라. 강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속은 무척이나 여린 아이다. 분명 티는 내지 않지만, 속이 상했었을 것이야.”

“예 어머니.”

“그래, 아직 나보다 너를 더 익숙해하니 잘 보듬어주거라.”

화는 수희의 말이 끝나자 고개를 끄덕이고는 일어나 작게 인사를 한 후 밖으로 나왔다. 그러곤 앞에 있던 자신의 몸종에게 말했다.

“봄아, 가서 해준이를 불러줄래? 마님께서 찾으신다고.”


*


안채로 해준이 쭈뼛쭈뼛 들어오자마자 수희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앞에는 목침 하나와 회초리 서너 개가 자리 잡고 있었다.

“해준아, 이리 와서 종아리 걷고 서.”

수희의 말이 떨어지자 문턱에 서 있던 해준의 눈은 순식간에 촉촉해졌다.

“어머니이-”

“어서.”

수희가 낮게 자신을 부르는 그를 재촉했고, 결국 해준은 대님을 풀고 목침 위로 올랐다. 흘러내리지 않을 정도로 단정히 바지를 접어 올렸을때

짜아악-

소리도 없이 얇은 회초리가 공기를 가르며 내려왔다. 그렇게 해준의희고 맑은 종아리에 빨간 줄 하나가 그어졌다.

짜아악-

“흐읍,”

다시한번 소리 없이 떨어지는 매에 해준은 참고 있던 눈물이 흘러나와 분홍빛 뺨을 적셨다.

“쉬이.”

짜아아악-

전보다는 더 강한 강도로 해준의 종아리에 자국을 남겼고, 또르르 떨어지던 눈물을 후두둑 터지고 말았다. 다시 한번 매가 떨어지자 해준은 결국 자세를 무너뜨렸다.

“흐읍, 흐으, 흐어엉,”

햇살이 따스히 내리쬐고 있었고 그 따스함 속에 해준의 울음소리가 하염없이 흘러나왔다. 해준은 작은 고사리 손으로 바짓가랑이를 잡고 주저앉아 흐느끼고 있었다.

“해준, 일어나거라.”

“흐윽, 끕,”

목놓아 우는 해준에 어머니 수희는 차가운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일으켜 꼭 안아주고 싶지만, 몇 번이고 반복되는 제 아들의 행동을 오늘은 고쳐야겠다 마음먹었기에 수희는 일어나라는 말을 제외하곤 할 수 없었다.

수희는 평소 순둥순둥하게 웃어른 말씀 잘 들으며 사슴 같은 눈망울을 반짝이던 해준이 계속 이런 일을 만드는 것이 그저 밉기만 했다.

“유해준, 지금 네가 왜 혼나는지 알고 있느냐.”

“흐윽, 흡 어머니이,”

“어허, 대답하거라.”

애교를 부리는 듯한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는 해준에 수희는 회초리로 바닥을 내리쳤다.

“히끅, 흡 제가, 흑 소자가 부주의 하였어서….”

“그래, 또.”

“흡, 그리고… 그리고 흐읍,”

“잘 생각해 보아라.”

“제가, 흐흑, 흐어아앙,”

한번 터진 울음보는 멈추지 않았고 그저 하염없이 흐르기만 했다. 지금 해준은 너무 억울하기만 했다. 물론 앞도 안 보고 걸어간 것은 제 잘못은 맞다만 그것이 이리 혼날만한 일인지도 모르겠고 계속 저만 빼고 대화하던 이들과 제 마음을 몰라주는 어머니와 누님의 모습에 더욱 서글퍼졌다.

“정말 모르겠느냐?”

“흡, 예….”

“하… 준아, 네 형님이 널 도와주었지 않느냐.”

“예,”

“헌데 너는 그때 무어라 하였지?”

“…! 아,.”

-뭐 하는 거야! 네가 뭔데 날…

작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전의 상황이 머릿속을 스쳐나갔다. 분명 해준은 버릇없이 형님께 ‘너’라고 불렀다. 물론 고의는 아니었다. 그저 순간적으로 욱하여 제 형님을 은근 낮게 보는 어릴 적 습관을 지니고말했다. 전에도 어머니께, 아버지께, 그리고 화에게도 이런 일로 혼이 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해준은 아랫입술을 꾸욱 깨물었다.

“어머니가 네게 그리 말하면 아니 된다고 몇 번을 말했느냐.”

“송구, 흡, 송구하옵니다….”

“게다가 오전에 이미 누님께서 잘못된 행동아다 라고 짚어주었다 들었는데,”

“….”

“누님이 우스우냐. 한 번도 아니라 몇 번을 지속하여 일러주었는데 계속 반복하는 것은 누님이 우스워 그러는 것이 아니느냐.”

“아닙니다.”

수희의 엄한 목소리에 해준은 코를 훌쩍이며 고개를 저었다. 그의 하얀 얼굴은 붉어져 있었고 긴 속눈썹에는 눈물이 방울방울 맺혀있었다. 시선을 아래로 하고 잔울음을 제외한 호흡은 어느 정도 진정 돼 있었다.

“준아, 어머니가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찌한다 하였지?”

“훌쩍, 10대, 흑, 더해서 혼나기로, 흡,”

“울음 멈추고 똑바로 다시 말하거라.”

“흐읍, 10대 더 혼나기로 하였습니다….”

“그래, 그럼 몇 대야.”

“스… 스물….”

해준이 수희의 질문에 훌쩍이며 기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지난번에 이런 일로 혼이 났었을 때 회초리 10대를 맞았었다. 그리고 또다시 그럴 때마다 10대씩 더하기로 하였다. 그러니 즉, 해준은최소 20대를 버텨야 하였다.

“흐윽,”

싸늘한 분위기에, 차가운 어머니의 어조에 해준은 겁에 질려 토끼마냥 눈물을 주륵주륵 흘리고 있었다. 나는 누님을 절대로 우습게 여긴적이 없는데, 그렇다고 형님을 낮게 보려는 것 또한 아닌데. 반복되는 생각이 해준의 머릿속을 채웠다.

수희는 두 볼의 마른 눈물자국이 새로운 눈물로 사라지는 것을 보며 눈쌀을 찌푸렸다. 분명 자신의 잘못을 아는 태도였고, 그것에 스스로에게 의문을 가지며 반성을 하는 듯 보였다. 그런 작은 아이에게 20대라니. 방 안에 매를 드는 이도, 맞는 이도 모두 마음이 무거웠다.

“스물…. 아가, 네가 반성하는 태도를 보여주면 굳이 그만큼 매를 들 필요도 없겠지. 안 그러느냐?”

“훌쩍, 예, 흡,”

“그러면 일어나거라.”

잠시의 정적을 깨고 수희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녀의 말에는 그녀의 마음이 뚜렷이 들어나 있었다. 댓수를 다 채우고 싶지 않으니, 반성하는 예쁜 태도를 보여라. 해준은 어머니의 말을 이해하고 다시 일어나 바짓자락을 꾸욱 잡았다.

“수 세고, 소리 내도 좋으니 소리 삼키지 말고, 입술 깨물지 말고.”

수희가 회초리를 고쳐잡으며 주의를 주었다. 그녀가 팔을 허공으로 들어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매를 종아리를 향해 휘둘렀다.

짜아악-

“흐읍, 하나.”

짜아악-
짜아아악-

“흐윽, 둘, 세, 에엣.”

해준이 물기가 남아있는 목소리로 수를 세었다. 이제 시작이다. 그에게는 아직 17대가량의 매가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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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 (17)

유해윤 (15)

유해준 (10) 

이가연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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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글은 포스타입 연재 중인 글에서 테스트를 위해 올린 글입니다

다음화 링크: 달 아래 비밀 #1 : 포스타입 포스트 (postype.com)

(다음화는 펜슬에 올릴 계획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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