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가
네가 이런 표정도 지을 줄 아는구나.
량상/664자
미르연성창고 by 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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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을 잘랐더구나.
머리가 잘리는 것보다는 낫지요.
......눈썹에, 흉이 졌더구나.
적의 검이 부러지며 파편이 튀었습니다. ......실명되는 것보다는 낫지요.
이게 진담인지, 농인지 구분하기 어려워 거량은 냅다 얼굴을 찌푸렸다. 앙은 농담에는 재주가 영 없었다. 그러나 저기 저렇게 미묘하게 웃고 있는 것을 보라. 그와 거량이 사실에 둘만 있노라면 종종 보이는 미소다. ......역시 농인가. 그런데 누가 농을 저렇게 하는가. ......상앙이면 그럴 만도 한가거량
거량은 대뜸 손을 뻗어 휑해진 그의 뒷목께를 쓸었다. 당황한 앙은 차마 그의 손을 뿌리치지도 못하고 가만히 굳었다. 거량의 얇고 기다란 손가락이 목 뒤를 스치고 짧아진 머리카락에 감겨오면 어쩐지 이상야릇한 기분이 들어 얼굴이 화끈거리는 탓이었다.
앙의 그런 당황한 낯을 보고, 거량은 비로소 얼굴을 풀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앙아, 네가 이런 표정도 지을 줄 아는구나. 앙은 고개를 살짝 들고 그를 마주보았다. 그리고—.
—아, 얼굴이 너무 가까웠다. 자각은 늦었고 피차 당황한 둘은 삐걱이며 물러났다. 거량의 얼굴이 붉었다. 그는 조용하게 축객령을 내렸고 상앙은 지체 없이 물러났다.
......그런 표정은 처음 보았는데. 거량의 붉어진 얼굴이 상앙의 뇌리에서 도통 떠나지를 않았다. 아직도 얼굴이 화끈거리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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