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길레프] 캐릭터 해석 타입 샘플
뮤지컬 <디아길레프> 조성윤 배우님 기반 디아길레프 캐릭터 해석
디아길레프는 주변인 혹은 후원자들에게 냉철한 사업가라는 평을 들을 법한 사람이다. 이 얘기를 하면 나에게 이 글을 쓸 것을 사주한 사람이 화를 내겠지만... 어쨌든 조성윤 디아길레프도 주변의 평으로는 그런 얘기를 들을 것 같다. 그가 후원자들 앞에서, <봄의제전>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무용수들 앞에서 펼쳤던 기가 막히는 설득 실력을 보라. 그 사업 수완을 보라... 주변인이나 같은 예술가들과도 소통하지 못해 자신만의 세계를 이해받지 못하는 니진스키와는 일견 굉장히 달라보인다. 목적을 위해 남을 설득하고, 상대의 니즈를 파악해 그 눈높이에 맞게 설명할 줄 아는 것은 사업가에게 아주 중요한 재능이며 디아길레프는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이 재능을 아낌없이 사용한다. 그가 설득하는 것은 대체로 디아길레프나 니진스키의 이상은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다. 그들은 관습이나 돈에 얽매여 현실에 발묶인 채 살아가는데, 디아길레프는 그들의 족쇄를 푸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들의 눈높이에서 설명하기 위해 본인이 땅을 딛고 서서 말한다. 그러니 그들에게 호소하는 순간만큼은 디아길레프가 무척 현실적이고 냉철한 사업가로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현실적인 면모에도 불구하고, 디아길레프는 누구보다 땅에 발 딛길 싫어하는 사람이다. 사람이 평생을 날아다닐 수 없는 법인데 디아길레프는 날지 못하는 순간순간 중력에 매인 자신이 처참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현실과 타협하지 않으면 발레를 올릴 수 없으니 현실과 어느정도 타협하며 땅에 발을 붙이곤 하지만, 그 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있음은 틀림없다. 그것은 대사에도 나타나는데... 더 필요한 것과 덜 필요한 것 중 덜 필요한 것을 버리는 일? 이었나... 본인이 하고 있는 일이 자기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지만 동시에 이상에 배반하기 때문에 회의감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디아길레프는 현실에 타협할 줄 모르고, 남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한 채 오로지 자신의 이상 속에서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니진스키를 동경했을지도 모르겠다.
동시에 현실에 발붙이고 살면서 그가 조금이라도 더 이상에 머물 수 있도록 돕고, 땅에 서 있을 때도 하늘을 보는 법을 아는 브누아의 옆에서 안정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어쩔 수 없이 현실과 타협할 때면 혹 자기의 이상을 잃을까 괴로움을 느끼는 디아길레프에게 현실에 있을 때도 이상을 잃지 않는 브누아는 한결같이 이상으로 향하는 길의 방향을 알려 주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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