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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4
그 애는 키가 컸다. 나도 작은 키까지는 아니었는데, 나보다도 삼십 센티미터 가까이가 커서 눈을 맞추려면 고개를 상당히 들어야 했다. 그래서인지는 그 애는 허리를 반쯤 굽힌 채 대화를 나누곤 했다. 스스로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는데, 상대가 그걸 싫어할 수도 있어서랬다. 그 정도로 배려심이 깊은 사람이었다.
그 애는 멋있었다. 키가 크고 배려심이 깊고, 또 쿨하고 그러면서도 상냥한 구석이 있고, 그런 칭찬을 하면 무슨 소리냐며 웃고서도 좋게 봐 줘서 고맙단 얘기를 하고, 뭐… 얼굴도 잘생겼고. ‘사귀고 싶다’는 마음으로 좋아하는 애들도 많았다. 하지만 친구로서, 그걸 넘어 한 인간으로서 좋아하는 이들은 정말 엄청나게 많았다. 줄곧 그렇게 살아온 탓에 의식하진 못하는 것 같았지만. 좀 얄밉긴 했어도, 인기 좀 있다고 콧대가 높아지는 녀석들보단 훨씬 나았다.
그 애는 대단했다. 자기가 잘났다고 허세를 부리던 녀석들보다 훨씬 대단했다. 용감했다. 겁이 없는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더 대단했다. 두려움보다도 모두를 위하는 마음이 강했던 거다. 자신이 키가 큰 게 이토록 다행이었던 적이 없다고 말하며 웃던 얼굴이 뇌리에 박혀 사라지지 않는다.
그 애는 정말로 대단했다. 물러서지 않고 싸우는 것보다도 훨씬 대단한 일을 할 수 있었다. 변하지 않는 것. 평소 싫어했던 사람을 떠밀지 않는 것. 나 혼자 이득을 볼 수 있을 때도 기꺼이 그런 선택지를 버리는 것. 약한 사람을 돕는 것. 한 사람도 죽지 않기를 바라는 것. 이루어지지 못했을 때도 무너지지 않고서, 오히려 웃는 얼굴로 남들을 도닥여 주는 것. 죽게 두지 않겠다고 다시 말하는 것. 그리고 그렇게 말한 주제에…
그 애는 최악, 최악이었다. 사람에게는 죽는 것보다 싫은 일이 있단 걸 뻔히 알면서도 삶이라는 선택지를 들이미는 인간이었다. 웃으면서 이기적이라서 미안하다고 하지만 역시 나한테도 죽는 것보다 싫은 일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는 최악의 인간이었다.
그러니 저것은, 절대로, 그가, 아니다. 그러니 방아쇠를 당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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