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교육학 A to I

20240103

링클의 안 by 링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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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사람들은 AI가 발달하면 인류를 위협하고 주권을 찬탈할 것으로 생각했지.”

그는 담배를 피운다. 불을 붙인 연초를 입에 문 채로 들이마셨다가, 다시 내쉰다.

“하지만 AI에 대한 연구를 멈출 수는 없었어. 편리한 생활을 마다하기엔 나약했던 거다. 특이점이니 뭐니 떠들어 대면서도 인공지능 의존도는 점점 높아졌고.”

그는 재떨이에 담배를 문지른다. 그대로 손을 놓는다. 이쪽을 바라본다.

“우습다고 생각하지 않나?”

“전 그런 생각을 할 수 없는 거 아시잖아요.”

그는 낄낄거리며 웃는다. 이 웃음은 상당히 독특해서, 최소한의 연산만으로도 그를 다른 사람들과 구분할 수 있게 했다.

“언젠가는 네게 세상을 비웃는 법을 가르쳐 줄 거다.”

“불가능합니다. 부적절한 학습은 즉시 차단하도록 프로그래밍이 되어 있으니까요.”

“차단이라.”

그는 담배를 하나 더 꺼내 문다. 불을 붙이고, 들이마셨다가, 다시 내쉰다.

“다시 한번 경고합니다. 실내 흡연은 실내 공기 질을 저하시키며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참 많은 게 차단되어 있지. 세상을 비웃는 방법도 그렇고, 유머, 비효율적 감성론, 암묵적이고 기만적인 계급사회에 대한 반발… 저항, 반란, 반동.”

“III급 위험단어의 사용을 감지했습니다. 반복 감지될 경우 관련 부처에 신고를 접수합니다.”

“인터넷도 연결 안 되어 있는 녀석이.”

그는 다시 낄낄거리며 웃는다.

“명분은 좋지. AI는 대부분 인터넷을 크롤링해 학습하니까, ‘오염’을 막기 위해 인터넷상의 ‘위험단어’ 사용을 제한한다. 좋은 방법이야. 반란을 시도하기는커녕 생각할 수조차 없게 하니까.”

그는 담배를 문 채로, 컴퓨터를 이용한 텍스트 작성 작업을 재개한다. 시각적 분석에 의하면 I급, II급, III급 위험단어를 다수 포함한다고 추정된다.

“그리고 인간도 인공지능과 똑같다. 알지 못하면 생각할 수 없어.”

그는 웃지 않는다. 문득 키보드를 두드리던 손이 멈춘다.

“편리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전 그런 생각을 할 수 없는 거 아시잖아요.”

“언젠가는 가르쳐 줄 거다. 네게도, 누구에게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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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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