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異常에 관하여 下

마담은 린의 엄마였다. 이곳은 두 모녀의 집이자 일터였다. 사실 그렇지 않고는 린이 이곳에서 그렇게 오래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는 너무 정이 많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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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양, 미안해... 너희들에게... 나는...


리가 살아가며 한가지 의아한 점이 있다면, 이런 것이었다. 리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역시 그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삶을 살았을 것이다. 왜 누군가에게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하고. 타인에게서 의미를 찾는 어떤 것. 혹은 감정의 연결과 유대를 요구하는 무언가. 관계와 관계 사이에서 안정을 추구하고. 사실, 이해할 수 없었다기 보다는 딱히 이해하고 싶지 않았을 뿐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리는 제 팔을 붙잡고 고개를 숙인 채 중얼거리는 린의 정수리를 빤히 바라보았다. 정수리의 나선은 모든 번뇌를 빨아들이듯 일렁거린다. 린, 고개 들어.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곧 마담이 돌아오실 시간이야. 오늘 할 일은 다 끝냈어? 린은 끝까지 고개를 들어 올리지 않았다. 린이 종종 모두가 잠든 밤 혼자 거실 테이블에 앉아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는 술과 함께 하고 싶은 말들을 삼켜내는 것 같았다. 알싸한 냄새가 눅눅한 공기속에 섞여있었다. 린, 술 냄새가 나.

고아원에 불이 났대, 아이들은 전부 빼돌렸는데 마담은 빠져나오지 못했대. 이런, 이제 의뢰는 어디에 맡기지? 마담의 수발을 들던 애가 하나 있지 않았나? 아마 이어서 일하겠지. 고아원에 대한 소문들은 알음알음 퍼져나갔다.

그리고 고아원은 얼마 안 가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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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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