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렁임
나는 이것이 나의 원죄에 대한 벌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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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나는 알고 있었다. 그것은 그저 나의 오판이고, 잘못이고, 어설픈 도망침일 뿐이라는 것을.
‘···저게 뭐야?’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마치 시체를 운반하듯이 다른 이들의 손에 들려 교실로 들어선 그것이 사람이란 것을 미처 눈치채기도 전에. 온통 붉게 물들어서는, 저게 사람인지 넝마인지도 분간이 안 되는 것. 첫눈에 보고는 그렇게만 생각했다. 그럼에도 검은 머리카락을 본 순간에 깨달았다. 저것이 너라는 것을. 해맑게 웃고 시답잖은 소리를 하며 떠들던 너는, 조사를 떠나고, 그렇게 첫눈에 사람이라고는 생각도 못 할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번 밤에도 역시나, 불쾌함과 졸음을 못 이겨 잠들고, 잠결에 뭔갈 들은 것도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쩐지 서늘해지고 말아서, 나중에는 얕게 깨었던 것도 같았다. 그럼에도 그것은 내가 늦은 이유가 되어주지 않았다. 그런데 말이야, 견주아. 내가 외면했기에 네가 다친 거라면, 그럼 ···‘내가 다치는 걸로 네가 괜찮아진다.’라는 바보 같은 계산으로 되는 거라면 좋았을 텐데. 이것이 정말로 내가 죄를 외면한 것에 대한 벌이라면, 그렇다면 네가 끼어들 이유 같은 건 없었을 텐데. 네가 왜 그랬는지, 나는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르겠어.
그러니까, 형편없이 일그러졌던 얼굴을 눈을 꾹 감았다 뜨는 것으로 되돌렸다. 입꼬리를 올려 평소의 장난기 가득하던 웃음을 흉내 냈다. 잘게 떨리던 양손을 들어 올려, 네 멱살을 잡고도 쓰러지지 말라는 듯이 매달렸다. 억지로 장난기를 욱여넣은 목소리가, 허물없이 무너져 뭉그러지고 부서진 발음으로 겨우 문장을 내뱉었다.
“······이런 상황에 장난 그만 치고 일어나, 새X야. 조사 힘들었다고 엄살이냐?”
퉁명스럽다 못해 날카로운 말과는 다르게 너를 붙잡은 팔도, 내 몸도 사시나무 떨듯이 떨리고 있었다. 같잖은 허세와 괜찮은 척, 부러 더 목소리를 높이고 마는 건, 결국 스스로가 겁먹었다는 것을 드러내는 꼴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기실은, 아마 당신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형편없이 겁에 질리고 절망한 것은, 찰나로 숨겨질 만한 것이 아니니까.
그럼에도, 이것이 네가 죽어가고 저들은 살아 돌아온 것에 대한 이유가 되질 않았다. 어째서였는지, 꼭 너여야만 했던 건지, 다른 미래는 없었는지, 나는 그 수많은 질문 중에 어느 것에도,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아마도, 앞으로도 쭉─.
그 자리에 있던 것이 내가 아니었으니까, 설사 그 자리에 내가 있었다고 해도, 네 마음을 전부 알지는 못할 테니. 그렇기에 나는 궁금해했다. 왜 네가 이런 꼴이 되어야 했는지. 그래서 너를 붙잡은 손을 놓았다. 멱살을 잡는 듯이 매달리던 것은 그만두고, 너를 편히 뉘어두었다. 그리고 주먹을 쥐었다. 말끔하게 정리된 손톱은 과히 아프지 않을 정도로만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그 안온하고도 얕은 고통이 싫어서, 시야를 둥글게 휘어버리는 이 섧은 햇살이 싫어서, 그저 적개심만이 남아 슬픔을 낮게 눌러버린 눈으로 너희 모두를 바라보았다. 그런 채로 질문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고, 얘는 왜 이런지. 너희라면 알 거 아니야? 전부 설명해. 하나도 빼놓지 말고, 처음부터 끝까지.”
그럼에도 머리끝까지 치솟은 노기를 차마 갈무리하지는 못했으므로, 말투는 자연히 뾰족하게 제 모습을 바꾸었다. 마치 제가 겁에 질린 고슴도치라도 된다는 듯이, 그 몸을 둥글게 말아 연약한 본심을 숨기고 날카로운 절망만을 드러낸다.
아아, 빌어먹을 인연 같으니. 너는 나를 구원하였음에도 나는 너를 두고 도망친다. 다시 그래서는 안 된다. 그래서는, 이렇게 너를 놓치고 말 거라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그것은 이내 강물처럼 몸집을 불려 거대한 파도가 된다. 범람하고 넘쳐나서는, 결국 나를 향해 넘실거리는 그 파도에 눈을 감고 몸을 맡겼다. 파도야, 전부 삼켜버리자. 전부 뒤덮어서, 저 하늘에서 빛나는 태양마저 삼킬 수 있도록. 정말로 우울이 물이라면, 그것이 불을 덮어서 더는 쓸데없이 화내지 않도록. 전부 가라앉혀버리자.
그런 생각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시야는 여전히 둥글게 휘어지다가 잠잠해지기를 반복한다. 뺨을 가로지르는 체온과 비슷한 온도에도 아무 반응 없이, 그저 넘실대는 감정만이 눈을 통해 당신들에게 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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