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NIA
OX
Happy Halloween D+1.
* * *
그대, 바다에게 보답하였느뇨?
…바다를 볼 때마다 매번 이래요. 명치가 어스름하게, 식어가는... 그날의 파도 한 줌이. 으에, 엣취! 으, 춥다. 괜히 나왔어요. 춥기만 하고. 유난이긴요, 이런 바다도 낭만이란 게 있지 않습니까? 목 끝에서 찰랑찰랑. 네, 네. 마치 파도 사이로 겨울이 부서지는 것 같잖아요... 어디서 주워 들었냐니요. 다 제가 생각한 겁니다. 그렇게 띨띨하진 않거든요, 바이던트 신삥 티 벗은 지가 언젠데! 매번 얼간이, 얼간이 하시니 지성 넘치는 제 모습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거죠. 다들 이런 말 하면 귀여워해주신다고요. 듣고 계세요? 저기, 저기요? 님? 듣고 계시냐니까요? …악!!! 진짜 짜증나. 와, 제가 이 얘기 얼마나 했는지 아세요? 그럴 때마다 갑자기 나가지 마시라고요.
다들 잘 지내신다면서요. 당연하겠죠, 뭐, 집도 없다던 인생 말아먹은 인간말종을 집어온 게 저니까. 으음… 공리적 관점에서 옥스의 사회적 행복 총량에 기여를 했달까요? 아, 이건… 누가 이런 말을 했더라. 아무튼 당신은 좀 불행해야 함다. 네! 걍 술도 먹지 말고, 담배도 피우지 말고. 영원히 불행하게 사세요! 죽어서도 흠향 같은 건 기대하지도 마시라고요. 와, 혈압 올라. 이딴 X같은 것도 전우라고. 두통 때문에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저한테 뭐라던지 아세요? 제발 정신을 좀 차리랍니다. 멀 처웃으세요. 제 순수한 사랑이 당신 때문에 오염되었다고요. 제 취향은 다정하고, 똑똑하고, 잘 웃는… 아무튼 이딴 연고도 없는 서른 넘은 망나니, 네. 당신 때문이잖아요, 집에 주워왔다고 이런 말이나 듣고. 미쳤어. 당신 낯짝 볼 때마다 속이 터진다니까요. 동물 유기는 범죄라서 버릴 수도 없고. 예, 왜요. 존칭 써 드리잖아요. 선배 같지도 않은 사람인데 뭔 대우를 바라심까? 술만 처먹으니까 밥이 안 들어가는 거 아님까!! 금주 금연 좀 하십쇼!
푸에취! 훌쩍. 아, 아. 목소리가 맛간 게 분명해요. 기억하세요? 그날, 모두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간 날. 전원 생존해서는 어떻게든 얼굴을 다시 볼 수 있으니 기뻐했던 게 어제 같네요. 가끔은 다 거짓말 같아서, 제 볼을 꼬집어 본 적도 있슴다. 귀 잡아당겨 드릴까요? 꿈에서는 아프지도 않다면서요, 조금 얼얼하더라고요. 현실이니 망정이지.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저를 얼간이처럼 보던지 아심까?? 그 날 먹지도 못하는 술을 먹고 싶었다고요. 네, 네. 술 얘기에만 집중력 돌아오시는 거 다 압니다! 술 없어요, 숨겨두신 것들도 싹 치워뒀슴다. 빨리 산책이나 마저 하세요. 그런데, 다시 모두가 시끌벅적하게 모여서 출항할 순간이 올까요?
…모두 살아만 있다면 기회는 오겠죠. 분명히. 음, 베리 님에게 가서 고등어회 물리고 싹싹 빌어야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개선식을 할 날이 온다면, 그때도 분명 목숨이 위험할 순간이겠지만, 그래도. 그 장면 속에서 함께해야지. 아, 본인이 하신 말씀도 까먹으셨어요? 언제는 그러셨잖아요. 바다의 최강자를 우습게 보지 말라고요. 바이던트가 그렇게 나약해 빠지지는 않았다고. 그렇게 본인이 특별한 것처럼 착각하지 마시라면서요. 가끔 말씀을 엄청 얄밉게 하시는 것 아심까? 어떻게 이런 사람이 좋다는 사람들이 널렸나 몰라. 아, 진짜 토할 것 같네. 이상한 말 좀 하지 마세요. 정말 속이 안 좋아졌어요. 우욱, 웁. 속이 안 좋아… 이상하다, 햇볕은 따스한데 왜 이렇게 얼어 죽을 것 같지.
사실 다 허세임다. 잘은 모르겠지만, 그날 이후로 바다를 보면 속이 울렁거려요. 파도의 이랑이 넘실댈 때마다 손가락이 사늘하게 얼어붙고, 혈관 사이로 미세하게 얼음 조각이 박혀 있는 것 같습니다. 바닷바람에 서린 숨결에 근육 얼기가 박리되어서는 하얗게 서리가 얹힌 것 같아요. 바다의 부동을 깨는 파도는 제가 태어났을 적부터 치고 있었을 겁니다. 얼굴이 창백한가요? 어쩔 수 없슴다. 전 태생이 겁쟁이잖아요. 미움 받고 싶지 않아요. 들키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꾹, 참는 거죠. 오늘이 날이다 보니 조금 털어놓는 검다, 개한테 털어놓는 것처럼요. 당신이 듣고도 머리에서 흘려버릴 걸 알고 있슴다. 무관심하고, 매정하고, 또. 하하. 술배나 채우는 빚쟁이 알코올 중독자도 쓸모 있는 때가 오네요. 파도는 언제 부서졌냐는 듯 모래로 덮히고 또 새롭게 이지러지더라고요. 저기 수평선까지, 그 위로 또 부서지는 것은 햇빛, 선수가 드리우는 그림자. 그리고, 그리고.
아.
*
발등을 툭,
치는 손. 말라비틀어진, 물에 불어터진, 물고기가 파먹은, 갈변한 고깃덩어리. 손가락, 손바닥. 근육, 힘줄. 신경, 깨진 손톱, 바다의 보답, 심해의 일부. 연안류, 지중해의 일부가 되어 버린, 망연, 실종, 소실된 유기체, 비존재, 무의미, 유리된 얼음, 지중해 연안. 옥스, 망나니, 마녀, 그리움, 초록의 불빛, 고래의 우짖음, 소라고둥이 전하던 편서풍, 건조하게 떠밀려간 해파리, 발 끝을 파고드는 모래, 모래, 모래. 숨 끝을 붙잡고 육신을 가득 채우는, 바스라지고 건조한 모래. 말 끝으로 모래가 가득 굳어 토해졌다, 단어 마디마다 묻어 유사가 흐른다. 점점 가라앉는 발, 틈으로 범람하는 모래, 바다가 허리까지 삼키고 파도가 가슴을 울렁, 흔들리는 육신순간 정신을 차리는 것은 다만 두려움. 결국 너는 도피조차 하지 못하는 덜떨어진 인간종이다. 허겁지겁 해변으로 뒷걸음치듯 앉으면, 길게 너울지는 그림자. 바닷자락 끝 붙잡고 혼탁하던 모래가 가라앉으면 그제야 부양하는 손. 수평선까지 가득 이어진 토막들이 넘실넘실.
제 눈앞에 떠 있는 시체 토막들이 당신의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요. 하지만, 하지만.. 네, 알아요. 죽었지, 동화 같은 결말은 없었고, 나는, 나는. 다 망상이었습니다. 제 몫은 이미 잘라냈지. 절단내고, 토막내서, 얼기설긴 끈을 모두… 성기게 풀기로 했잖아요. 이 한 줄은 당신 게 아니니까. 왜 웃고만 계세요. 선배같지도 않은 사람. 아니야. 파도와 함께 출렁이는 저 손들에 걸린 팔찌들은, 수평선까지 닿은 바다를 모두 채운 저 팔토막들은, 아, 토할 것 같다. 욱, 당신, 당신은. 당신은…
* * *
엑스 님, 바다의 품은 따스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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