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타 류건우 00
신재현의 이야기上
류건우가 사라졌다.
재현의 입장에서 류건우의 행태는 온통 이해할 수 없는 것 뿐이었다. 학교폭력 논란으로 하차한 연습생, 아주사에 출연했는지도 가물가물했던 연습생…… 모으는 꼴을 보자 하니 단 한 명도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이 없었다. 그나마 괜찮아 보이던 연습생들은 캐스팅콜로 붙잡았지만, 명함을 받아갔을 뿐이기에 미래는 불투명했다. 그것마저 응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고. 전 회차에서 그들과 무슨 짓을 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결과는 안 봐도 뻔했다. 이성적인 사람인 줄 알았는데, 오판이었다. 가망이 없는 사람들을 붙잡고 있는 것만 봐도 답이 나오지 않나.
그런데 그 사람이 사라졌다. 아직 팀을 모으지도 못 했고, 데뷔도 하기 전인데. 분명 돌아가자고 했었지. 아니라고 변명하던 걸 속아줄 생각은 없었지만 그냥 같이 하고 싶었다는 말은 꽤 진심인 것 같았는데 말이다. 팀을 설득하는 데 아직 실패했다고 단언할 단계도 아닐 텐데, 잘도 처음으로 돌렸겠지. 첫 매듭부터 수월한 팀 메이트를 원했던 건가. 계속 반복하면 자연스레 얻어질 팀메이트가 뭐라고.
류건우 씨는 어째서 그렇게 절박한 거예요?
물음을 던졌다. 그러나 답해줄 사람은 없었다. 절박함은 때로 사람을 성장시키지만 대부분은 헛된 희망을 준다. 그리고 신재현이 판단하기에 류건우는, 명백한 후자였다. 초반의 정에 휩쓸릴 필요 없다. 아니, 휩쓸려서는 안 됐다. 아무리 통제하려고 해도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고 미래는 그대로였다. 여러 번 회귀하고나서야 깨달았다. 실패는 바꿀 수 없다. 대신, 피할 수 있다.
류건우는 잘못 생각하고 있다. 그가 돌아온 걸로 추측해보자면, 류건우의 전 회차는 이미 ‘실패’한 인생 아닌가. 류건우의 행동이 다시 실패로 나아감을 알고 있으면서도 신재현은 류건우에게 무리하게 조언해줄 생각이 없었다. 브이틱으로 오라는 제안은 류건우가 이미 걷어찼으니 할 만큼 했다고 여겼다. 어차피 진심도 아니긴 했지만, 완전히 마음에 없는 말을 지어낸 건 아니었다. 다시 돌아갈 기회가 있는 한 실험은 나쁘지 않으니까. 다만, 신재현은 아직 진정한 실패를 깨닫지 못한 사람이 한심해 보였을 뿐이다…….
…한심. 맞다, 제가 류건우에게 느끼는 감정은 한심함이다.
신재현이 과거의 청려에게 느끼고 있는 감정도 한심함이다.
신재현은 자신이 브이틱의 멤버들을 버리던 순간을 기억한다. 포기하던 순간을 기억한다. 참 많이도 바꿨다. 뒤돌면 금방 까먹어버리는 금붕어였으면 좋았을 텐데. 사람을 포기해도, 기억까지 포기하진 못했다. 포기한다는 건 비단 멤버에게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 정을 붙일 만한 것들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그는 실패를 바라지 않기 때문에. 성공하고 싶기에.
실체를 볼 수 없는 것만 기억했고, 느꼈다. 팬들의 애정과 온기는 기억했지만 그들의 얼굴은 기억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리고 신재현은 해냈다. 수많은 기사 끝에, 이제 무언가를 언급해서 논란에 휩싸이는 브이틱 청려는 없다. 누군가는 그의 회귀를 두고, 신재현의 성공을 바라는 신의 사랑이 아니라 신재현의 첫 실패에 대한 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수한 실패와 회귀 끝에 도달한 세계가 적어도 신재현에게는, 성공한 세계였다.
그러니 돌아가보세요, 류건우 씨. …당신에게 이곳은 이미 실패한 세계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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