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영선] Who are U

백업 by 은월
2
0
0

* 1차 창작

* 드랍임

기억은 때때로 사람들을 가지고 논다.

Who are U

W. 은월

"아가씨, 무엇을 그리 골똘히 보십니까? 이런 날 밖에 계시면 나중에 고생하십니다."

"여기 아름다운 꽃이 피었구나, 선아 이리 와서 봐보거라. 너를 닮아 예쁜 것 같다."

보영은 마당에 핀 꽃 한 송이를 골똘히 보고 있었다.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꼿꼿하게 피어 있는 게 강해 보였다. 주위에 조금씩 쌓인 하얀 눈과 대비되는 빨간 앵두 빛이 도는 꽃이었다. 평소에 꽃에 그리 관심을 가지지 않던 보영임에도 불구하고 꽃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생각에 잠겨 있었던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보영은 선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해서 꽃을 보며 그 꽃을 닮은 예쁜 웃음을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선은 그런 보영의 웃음이 아름다워서, 이 겨울의 추위와는 어울리지 않는 따뜻한 미소에 그녀의 마음도 사르르 녹았다.

보영과 선은 그런 관계였다. 양반 부잣집 귀한 딸내미와 그녀를 보살피는 하인 노비. 사실 '선'이라는 이름도 보영이 그녀에게 지어준 것이었다. 첫 만남에 이름이 없다는 선의 말에 보영이 잠시 생각에 빠진 듯 입술을 내밀고 생각하다가 지어준 이름 선. 착할 선(善)의 그 선이었다, 이유는 보영이 그녀를 딱 보고는 착해 보인다며 지어준 이름이었다. 선은 그런 보영에게 자신 같은 천한 존재는 이름이 없어도 된다 했다가 보영에게 한 소리를 듣기도 했다. 우리는 똑같은 사람인데, 귀하고 천한 것이 어디 있느냐.

아리따운 여인 둘은 이내 서로에게 빠져들었다. 꽃다운 나이 열다섯의 보영과 그녀보다 한 살 위인 열여섯의 선, 그들은 정반대 성향인 서로에게 빠져들었다. 원래 사람은 서로 다른 성향의 사람에게 빠져드는 건가, 선은 자신과 너무 다른 보영을 보며 항상 생각했다. 둘은 봄이면 예쁘게 핀 꽃들을 보러 마을을 돌아다니곤 했고 예쁜 꽃이 보이면 서로의 귀에 꽂아주기도 했다. 여름이면 더위를 식히려 마루에 앉아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곤 했다. 가을이면 울긋불긋 물든 단풍을 보며 그림을 그리곤 했다. 그리고 이번 겨울, 그들은 오늘도 웃고 있었다. 다가올 미래도 모른 채.

선은 하얀 눈에 조금 젖은 보영의 치마 끝자락을 보고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아가씨, 성숙해지셨으면 좋겠는데. 속으로는 그런 생각을 하며 보영이 말한 꽃을 들여다보았다. 이 추운 겨울에 핀 꽃이라 그런지 굉장히 낯설었다. 선은 흰 눈과 대비되는 새빨간 꽃잎 색이 마냥 좋게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게 촉이 안 좋았다. 선은 그 꽃잎의 색이 마치 빨간 피처럼 보였다. 선은 자신이 조금 미친 건가 싶어 그 안 좋은 촉을 잠시 생각에서 미뤄두고 보영 옆에 쭈그려 앉았다.

보영은 선이 옆에 앉자 신났는지 자신이 어렵게 구한 책에서 얻은 지식을 줄줄이 말하기 시작했다. 보영은 아리따운 소녀였지만 어려서부터 학문과 책을 읽는 걸 좋아하는 아이였다. 선은 그런 보영을 보며 주위 사람들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하는 그녀가 부러웠다. 선은 보영의 얘기를 조용히 반응을 해주며 듣고 있다가 이내 안으로 들어가자고 얘기했다. 보영은 제법 아쉬운 눈치였지만 선이 자신을 생각하는 마음을 알았기에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안으로 들어갔다.

보영과 선은 한번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는 것을 다른 이가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지.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