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온] 불행

드랍

백업 by 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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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1차 창작 글임을 밝힙니다.

* Trigger Warning : 폭력 묘사

* 동성애 묘사가 있으니 주의해주시길 바랍니다.

언제부터였을까, 나의 불행은 네가 되고 말았다.

불행

w. 은월

어려서부터, 민도하는 가난과 가정폭력에 시달리곤 했다. 흔히 달동네라 불리는, 집이라고 부르기도 그런 집에 살았고, 그의 부모는 항상 폭력을 일삼았다. 다른 친구들이 학교가 끝나고 투덜거리며 학원에 갈 때, 도하는 감옥에 스스로 걸어 들어갔다. 많은 사람들이 집은 따뜻하고, 기댈 수 있는 곳이라 하는 것과는 달리 그에게 집이란 고통의 연속과도 같았다. 그의 아버지가 직업을 잃은 지는 이미 오래되어서, 바라는 것도 없었다. 그나마 유일한 희망인 그의 어머니 또한 일주일에 서너번은 집에서 술에 취해 있었다. 이런 불우한 집을 보면 한숨이 푹푹 나오곤 했다.

게다가, 도하는 부모님의 애꿎은 화풀이 용도였다. 어느 날은 그의 부모가 술에 취해서, 길거리에서 불량배들과 시비가 붙어서, 그냥 기분이 안 좋아서, 도하의 시험 성적이 내려가서 등등 변명은 항상 다양했다. 그렇게 얻어 터지도록 맞은 다음 날에는, 그의 얼굴 한 쪽은 멍이 들고, 밴드는 덕지덕지 붙어 있을 뿐이었다. 그런 이상한 모습으로 학교에 맨날 나오니 그런 그의 가정환경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그러나 그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이는 없었다. 학생들은 괜히 관심 보였다가 이상한 일에 연루될까 봐, 교사들은 가정폭력으로 신고하며 도와줬다가 오히려 자신들이 손해를 볼까 봐. 도하는 이런 주위의 방관자들에게 별 관심이 없었다. 어차피, 삶은 딱히 재미있진 않았다.

이런 그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은 딱 한 명 있었다. 바로 그와 어렸을 적부터 알고 지낸 그보다 두 살 어린 학생이었다. 이름은 한 온, 그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었다. 도하와 달리 그는 부유한 집안에서 아낌없이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였다. 항상 어두운 얼굴이고 미소 한 번 보이지 않는 도하와 달리 항상 웃고 있는 밝은 아이였다. 어쩌다 이런 아이와 친하게 되었는지는 잘 생각이 안 났을 뿐더러 도하는 이 아이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저 길 가다 보이면 인사하고 같이 가고, 놀자고 하면 놀고, 부모의 고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안식처였을 뿐이다. 그와 반대로 온은 오히려 도하를 좋아했다. 도하는 이런 온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온이 도하를 좋아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가 맞고, 엉망이 된 다음 자신에게 와 기대는 것을 보는 게 좋아서. 처음에는 호기심이었다. 이렇게 잘생긴 사람이 그렇게 얻어터진 다음에 길거리에 앉아 담배나 피우고 있으니. 조금 더 관찰해보니 그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랐다. 담배를 들고 있는 손은 항상 조금씩 떨고 있었고 눈에는 아무런 영혼이 담겨있지 않았다. 이런 그에게 자신이 안식처가 될 수 있다면 너무나 즐거울 것 같았다. 그가 자신에게 기댔으면 했다. 그의 아픈 모습을 자신만 보고 싶었다. 그렇게, 온은 도하에게 다가갔다.

"형 오늘은 무릎이에요?"

"그러게."

붉은 피가 나오는 무릎을 보며 도하는 아무렇지 않게 얘기했다. 입 주변은 조금 찢어져 있었고, 군데군데 긁힌 자국이 가득했다. 정말 이런 고급스러운 아파트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온은 도하를 소파에 앉히고는 치료를 해주었다. 정성스럽게, 그러나 완전히 치료는 안 되게. 그래야 그가 또다시 자신을 찾아올 테니. 도하는 소독약에 신음 소리를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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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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