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글부글

우미우라 진

배유령



안녕? 지금 이 기록을 보고 있다면 너는 나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는 친구구나? 

일단 우리 친구에게 먼저 알려주고 싶은 조언이 하나 있다면 , 남의 뒤를 캐는 건 솔직히 못된 짓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두번째로 알려줄 조언은... 그런 못된 짓은 역시 재미있단 것이지! 너도 그런 쪽에 속하니까 나에 대해 알고 싶어서 이 기록을 펼친 것이겠지? 그렇지만 못된 친구에게 마지막으로 알려줄 조언이 있어. 행동은 빠르게 하라! 기록은 안타깝지만 친구가 오기 전에 전부 지워버렸다고~ 혹시 내 깜찍한 필체가 궁금해서 펼쳐본거라면... 그건 제법 괜찮은 행동이었다고 말해줄게!

그렇다고 여기에 와서 허무하게 돌아가기엔 좀 그렇지? 그러니 친절한 내가 이제 친구가 해야 할 일이 뭔지도 알려줄게. 그것은 바로 이 기록을 전부 불에 태우도록 해. 단! 여기서 유의점이 있다면 잿가루가 전부 바다를 향하도록 태워야해.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않으면.....!

어쩔 수 없지! 

우리 친구가 말을 듣지 않는 못된 친구인 것을 한번 더 자각할 뿐이야. 혹은 태울 마음도 없다면 그건 좀 곤란하네...~

아무튼! 꼭 약속이야~


인간A는 자극적인 괴담이 나오는 곳, 호러 스팟을 전문으로 다니는 유튜버 였다. 그에게 있어 시체는 하나의 영상값이었고 , 괴담으로 인해 고통받거나 정말로 생긴 피해자들은 조회수나 좋아요를 벌어다주는 것들에 불과했다. 사람들은 계속 자극적인 것을 원했고 그것은 인간A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는 자신의 손은 더럽히지 않으면서 공포스럽고 기괴한 것들이 계속 생기길 바랬다. 그것이 인간끼리 일어난 일이라고 해도... 정말로 귀신이 행한 일이라도 해도 좋았다. 영상으로 올라갈 것이 필요했다. 자신에게 좋아요를 눌러줄 , 조회수를 벌어다 줄 사건이 필요했다. 

우미보즈 또한 그 중 일부였다.

처음 인간A가 생각한 우미보즈는 옛날 사람들이 거대한 고래나 자연기후를 잘 못 보고 이름을 지어준 구닥다리에 불과하다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은 달랐다. 계속 된 발견 제보가 쏟아지다 못해 누군가는 그것이 인간으로 둔갑까지 할 줄 안다고 알려주었다. 바다의 거대한 존재가 사실 우리 사이에 있단 이야기였다.

요괴가 인간으로 둔갑한다는 이야기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나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것은 굉장히 상세한 소문이었다.  ■■■■ 근교 해안가 소도시 ■■ 에서 발견 되었다는 비슷한 제보가 매일매일 날라왔다. 인간A는 이렇게 많은 제보가 나오는 괴담은 오히려 마이너성이 떨어져 재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생각했지만 , 우미보즈의 눈을 바라본 사람들은 전부 정신이 나가거나 고통에 몸부림치며 바다로 뛰어들었단 이야기까지 듣자 그는 발걸음을 옮길 수 밖에 없었다.

사람이 죽었다. 

사람이 미쳐버렸다.

이것은 언제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가져다주었다. 실상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소문에 시달려 듣기 괴로워하는 경우가 잦았지만 , 그것을 배려하는 것은 인간A가 할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제보의 시작점이 맞나 싶을정도로 소도시 ■■ 에서는 우미보즈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사람들은 전부 모르는 이야기라고 하며 , 뒤늦게 제보자들에게 연락을 돌려보았으나 전부 답장이 없었다. 인간A 는 짜증이 났다. 단체로 자신을 농락한 집단이 있다고 밖에 설명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도착을 해버리기도 했고 , 이대로 가단 컨텐츠 하나를 그냥 날리는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아깝기도 하고 어서 새로운 영상을 올려주길 바라는 구독자들이 있었다. 조금이라도 활동이 없거나 재미가 없다면 사람들은 떨어져 나갈 것이다. 인간A는 그것이 싫었다. 

하는 수 없이 도시를 돌아다니며 고전 서적이라도 찾기로 했다. 어짜피 옛날 요괴 이야기니까 요괴를 좋아하는 특정 마니아들이 적당히 써놓거나 합성해두었겠지, 그동안 너무 실시간 중심이었으니 이번 컨텐츠는 과거로 돌아간단 컨셉으로 하자... 라며 인간A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13번째 로 발견한 책에서도 같은 문구가 발견되자 인간A는 공포에 떨기 시작했다. 

우미보즈에 대한 이야기를 찾는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 모든 이야기는 전부 지워져있고 누군가 덧씌운 듯한 글이 적혀있었다. 처음 봤을땐 재미없는 장난이라고 생각했던 인간A는 그것이 두번째, 세번째, 네번째, 다섯번째..... 전부 같은 글자와 같은 필체로 적혀있는걸 보게 되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단순히 프린트 되어있는 것이라기엔 직접 적은 듯한 느낌이 있었다. 심지어 우미보즈 항목만 그리 바뀌어 있었다. 누군가 인간A가 올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고 해도 이 모든 것을 바꿔놓을 정도의 능력이 단순한 인간에게 있을까? 확인하지 않은 다른 서적도 이미 전부 바뀌어있을 것이다. 

혹여 서적이 아니라 인터넷의 데이터로 보면 다르지 않을까 했지만.

안녕? 지금 이 기록을 보고 있다면 너는 나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는 친구구나? 

벌써 몇번째 보고 있는지 모를 똑같은 첫 문단에 인간A는 소리를 지르고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그토록 소중히 여기던 핸드폰도 징그럽다듯 던져버리고 그는 목적도 없이 달렸다. 

해안가가 잘 보이는 곳이라 그런지 달리고 달려도 바다는 끝없이 인간A를 바라보고 있는 듯 따라오고 있었다. 시간은 흘러 분명 바닷가가 잘 안보일 어두운 밤 임에도 불구하고 인간A는 바다가 자신을 보고 있다 느꼈다.

느끼는 것을 넘어섰다. 바다는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바다는 눈이 없음에도 인간A를 바라보고 웃고 있었다. 

철썩 거리는 파도소리는 어느덧 큰 웃음소리처럼 들리기 시작했다. 목표없이 누군가에게서 도망치듯 달리는 그를 , 바다는 마치 장난감 보듯 웃고 있었다. 달리고 있는 인간A는 울고 있었지만, 그것을 배려하는 것은 바다가 할일이 아니었다. 거대한 존재는 작은 존재가 괴로워 하던 고통스러워하던, 공포에 떨고 있건, 신경을 쓰지 않았다. 동시에 그것은 작은 존재가 그동안 해 온 일이기도 했다. 

목표없이 달리던 인간A는 돌부리에 넘어져 아스팔트 바닥에 퍽 소리를 내며 엎어졌다. 코가 깨져서 코피가 나고 있는지 , 눈물이 너무 많이 흘러 따끔하다던지 , 넘어진 탓에 엉망진창이 된 다리라던지... 평소의 인간A라면 엄살을 떨며 자신이 죽네 마네 라고 소리질렀을지 모르지만... 지금의 그는 아니었다. 그는 자신을 비웃고 있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다리는 신경도 쓰지 않은채 무릎을 꿇고 죄송하다고 답변이 돌아오지 않는 사과를 하기 시작했다.

어두운 시간이라 지나가는 사람이 몇 없긴 했지만 , 그 순간 만큼은 그 누구도 지나가지 않았다. 오로지 바다에 대한 사과 시간을 만들어놓은 것 같은 ... 그런 기분이 들 정도로.

인간A는 그것을 눈치챘는지 바다를 향해 손이 불이 나도록 싹싹 빌며 용서를 구했다. 다시는 멋대로 찾아보지 않을 것이며 , 단순하게 여기지도 않을 것이며  , 그것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을 무시하지 않겠다고 죄송하다고 눈물과 콧물을 다 흘리며 사과했다. 그의 모습은 다른 사람이 보기에 굉장히 추해보였고 처절해보였으나 바다는 그것을 별로 신경쓰지 않는 듯 조용했다. 그나마 다행인건 웃음소리를 그쳤다 정도겠지만 , 인간A는 고요한 바다마저 두려운 나머지 공포의 눈물을 쏟아냈다. 

" 슬슬 재미없네... "

인간A의 정성과 고통이 담긴 사과가 통했을진 몰라도 바다는 잔잔히 대답했다.

그리고 그 순간을 기점으로 인간A가 기억하는 소도시 ■■ 에서의 기억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 이런 헛짓거리를 해서 얻는 행위가 뭐지? "

키진가의 둘째 도련님은 우미우라 진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듯 살짝 일그러진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저런녀석은 적당히 충격을 주는게 좋으니까요. "

" 저런 인간녀석이면 그 말고도 널렸다. "

" 한명이라고 해도 요새는 인터넷이란 영향력이 있거든요?! 그는 실제로 파장효과가 제법 있었고..~ 그러다보니 그가 이 일을 기억 해서 나에 대한 소문을 부풀려도 좋고. 오히려 전부 잊고 다 지우고 살아도 좋고~ 나쁠거 없거든요."

" 우미보즈에 대한 괴담이 커지면 너의 존재가 더 기반을 잡을테고... 혹은 반대로 두려워하고 지워버릴려고 하면 그 두려움이 너에게 힘이 되는구조인가. "

" 역시 키진가 도련님! 정답입니다!"

"한번만 더 그 도련님 소리를 하면 네녀석을 다섯갈레로 찢어버리겠다.

" 오우... 불가사리가 되는건 좀 질색☆"

우미우라 진은 무서워 하는듯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지만 그의 얼굴엔 진심 하나 느껴지지않았다. 그야 당연하게도 키진가 둘째 도련님과는 계약 상태이며 정말로 그가 자신을 죽일 일은 없을테니....

" 뭐 적당히 골려줬으니 돌아갈까요? "

" 그래. 시노비가미와 관련도 없는 일에 괜히 시간을 쏟는건 더이상은 사양하고 싶군."

" 에이...그래도 이왕에 성격 이상한 녀석 살짝 손봐준거잖아요~"

" 나는 상관없는 일이다. 너만 이득인 일이지.. 역시 요마란 짜증나는군. "

키진가의 둘째 도련님은 그 말을 끝으로 음속의 속도로 사라졌고 , 남은 것은 우미우라 진이었다. 

우미우라 진은 상대가 떠난 자리를 바라보다가 이내 가볍게 웃었다. 그의 웃음소리는 마치 파도가 부딪히는 듯한 소리같았으나 지나가는 사람 그 누구도 그의 기묘한 웃음소리를 인지하지 못했다.  우미우라 진은 천천히 바다로 걸어들어가며 징그러운 웃음소리를 계속 흘렸다.

해안가 소도시 ■■의 소문은 진짜이지만 동시에 진짜가 될 수 없었다. 

설령 소문을 알아서 찾아온다면 모두 미쳐서 돌아갈 것이며 ,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소문은 전혀 알지 못한채 평온하고 안전한 일상을 살아갈 것이다. 그것이 요마의 영향력이 닿는 소도시니까...

오늘도 소도시 ■■는 안전할 것이다. 

바다는 그들을 계속 지켜보고 있으니 인간들은 계속 안전할 것이다. 

우미우라 진은 그리 생각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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