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마치 터지듯 아름다운, 정신이 나갈 듯 저돌적인 안무.

나의 꿈 by 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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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기분일까. 이 사과맛 음료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녀는 사과맛 음료를 빤히 바라보며 사과맛 음료가 춤을 추고 있다는 상상을 했다. 음료는 환히 웃으며 흘러내리는 팔다리를 흔들거리고 있었다.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리가 없다. 내가 무슨 상상을 하고 있는 건지.

그리고 사과맛 음료. 음료는 춤을 추고 있었다. 아주 신나게. 수분이 다 날아가도록 힘차게 춤을 췄다. 어떤 여자가 자길 빤히 바라보길래 먹으려나 싶었는데, 몇 번 흔들다가 다시 놔주었다. 오늘도 먹히지 않았다니, 이렇게 기쁠 수가 있나! 음료는 함박웃음을 짓고선 행복의 춤을 췄다. 세상이 이리 아름다운가 싶었다. 음료는 한번 더 신이 나 몸을 들썩거렸다. 그러자 그 여자는 다시 한 번 내게로 다가와 날 빤히 바라보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사과맛 음료가 자기 혼자 튀어오르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다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정말 음료가 춤을 추는 것이라면 어떨까. 이 음료를 목구멍으로 넘긴 뒤에도 음료는 춤을 추고 있을까? 사과맛 음료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다시 톡톡 터지기 시작했다. 이건 춤을 추고 있는 걸까. 그녀는 잠깐의 고민 뒤 사과맛 음료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 천천히 뚜껑을 땄다. 쾅 하고 터진 음료는 이후 멈춰섰다. 한 번 심호흡한 뒤, 그녀는 혀끝 톡톡 튀는 상큼한 사과맛을 느꼈다.

아, 이것이 춤추는 사과의 맛. 마치 터지듯 아름다운, 정신이 나갈 듯 저돌적인 안무. 그녀는 남은 사과 음료를 모두 쏟아낸 뒤, 그 여운을 잠시나마 느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움직임을 멈춘 사과는 마치 죽은 것마냥 잠잠했다. 정말이지, 죽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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