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론
지랭 조각글 by 모지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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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도 뒤척이지 않을 밤에 어째서 그대는 눈을 뜬 채로 꿈을 꾸는가. 그 의도를 알 수 없으니 난 또 언젠가는 떨어질 별똥별을 기다리는가 보구나 하고 만다. 그래도 별들은 속살거릴 기미도 보이지 않는 게, 그대는 한없이 비상할 별똥별을 기다리기보단 그만 몽 중을 걷는 게 나을성싶다. 그래서 그만 눈을 감으라며 손을 당신의 눈꺼풀 위에 올려보지만, 당신은 내게 사과의 무게를 아느냐 묻는다. 그럼 난 사과의 무게를 가늠해본 일이 없기에 또 그 짓을 그만두고 만다. 그저 손을 내려 주먹을 쥐고, 멜론이 사과보다 가볍겠거니 상상할 뿐이다. 당신은 자리에서 일어나 멜론보다 더 무거운 사과 한 알을 테이블 위에 올린다. 그리고 손끝으로 꾹 눌러 굴려본다. 사과는 데굴 구르다 테이블 끝에 다다른다. 떨어질 듯 위태하지만 결코 떨어지지는 않는다. 그리하여 나는 당신의 손을 잡아 이끈다. 당신의 손에 사과를 쥐어주어 그것을 베어물게 한다. 와삭, 그리고 꿀꺽. 무게는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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