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섭른 (단편)

[우성태섭] 이벤트는 항상 갑작스럽게!

* 오따꾸 명절 중 하나 화이트데이 연성 우때

* 짧고 가볍게

* 우태 미국 생활 마치고 국내 선수 활동 중이라는 설정

** 선수들 팬들이랑 만나는 그런거… 잘 모름 주의…

***

경기를 마치고 동료들과 함께 경기장을 나서는데 팬들이 몰려든다. 익숙하게 팬들의 선물이나 편지를 받고, 싸인 요청에 응하면서 사진도 함께 찍는데 비슷한 선물들이 많은 게 눈에 띈다.

“오늘 다들 선물을 맞춰 온 거에요?”

“아이 참~ 오늘 화이트데이잖아요! 선수님들 이런거 잘 못 먹을 시즌이라는 건 아는데… 그래도 날이 날이니까! 맛만이라도 보시라고 팀팬덤에서 단체로 만들었어요!”

“와, 오늘이 화이트데이라고? 전혀 몰랐네.”

현철이 팬에게 건네받은 선물 꾸러미를 이리저리 보며 말했다. 감사해요. 당 떨어질 때 하나씩 먹을게요. 동오가 예의 살인미소를 날리자 팬들에게서 쓰러지는 비명이 울려퍼진다.

“…….”

우성이 팬에게 받은 선물 꾸러미를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화이트데이라…….

***

“뭔 날?”

태섭을 보는 우성의 눈이 반짝반짝하다. 우성이 팬에게 받은 선물꾸러미를 내보이며 외쳤다.

“오늘 화!이!트!데!이! 라고! 태섭아!”

“아오, 살살 좀 말 해! 그렇게 크게 말 안해도 다 들린다고!”

태섭의 핀잔에 우성이 입술을 쭉 내밀며 투덜거린다. 혀를 찬 태섭이 우성이 쥔 작은 꾸러미-우성의 손이 큰 탓이다-를 보았다.

“선물 받은거니까 감사히 먹어.”

“…….”

“뭐. 왜. 뭐가 문젠데.”

“오늘 화이트데이인데, 태섭아.”

“…….”

태섭의 눈썹 각도가 치솟는다. 우성이 소중한 선물 꾸러미를 조심히 내려놓고 빈 손을 내민다. 태섭이 우성의 양 손을 한 번, 우성의 얼굴을 한 번 본다. 눈썹이 한 차례 꿈틀거린다.

“뭐냐.”

“좋아하는 사람한테 사탕주는 날이잖아? 그럼 태섭이 너도 나한테 사탕 줘야하는 거 아냐?”

“그렇게 따지면 너도 나한테 사탕줘야하는 건 알고 하는 소리지?”

“아.”

“아. 는 무슨. 시즌 중에 군것질할 생각하지 말고 마무리 운동하고 몸 잘 풀어주기나 하셔.”

“그치만, 그치만! 오늘 화이트데이라는데!”

“너도 몰랐다가 팬분들이 얘기해줘서 알아놓고서 뭘 조르고 있어?”

“우우…….”

경기 중에 표정 변화가 크지 않아서 그렇지, 시합이 없는 우성은 생각보다 말랑했다. 안그래도 실력 여전하지, 잘 생겼지, 팬들에게 매너도 좋지, 개념도 잘 탑재했지. 우성이 변함없는 에이스로 사랑받는 이유였다. 팬들도 우성의 그 간극을 좋아했다. 공과 사가 뚜렷하니까. 팬들은 얼굴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결국 농구라는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므로 실력도 좋고 외모도 좋고 매너도 좋은 우성을 좋아했다. 태섭은 팬들이 보면 쓰러질 게 분명한 잔뜩 부풀어 오른 얼굴을 보며 혀를 찼다. 미국 유학생활에서부터 지금까지 저 얼굴을 계속 보고 있으면 면역이 생기는 법이다. 비밀연애하고 있는 연인사이라면 말 할 것도 없고. 물론 지금의 조르는 우성은 태섭만 아는 얼굴이겠지만.

오자마자 자신을 찾더니 화이트데이 소리 하고 있는 걸 보면 본인도 오늘 밖에서 처음 얘기듣고 왔을 텐데 자신도 모르는 게 당연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건지. 미국에서 친해지면서 느꼈지만 우성은 사람에게 잘 치댈 줄 알았다. 산왕 시절 얘기를 들으면 제법 사랑 받고 지냈다는 것도 이해가 됐다-본인은 인정하지 않는 듯 했지만-. 연인으로 발전하면서 그 치대는 게 좀 더 심해지고, 어리광도 좀 더 심해져서 이따금 피곤할 때도 있었지만… 별 수 있나. 결국 저 얼굴에, 저 모습에 약한 것도 자신이니.

“둘 다 생각 못해서 준비한 게 없으니까 퉁쳐.”

“송태섭 너무해.”

“팬분들 선물로 쓰는건 좀 죄송하긴 하지만-.”

“응?”

태섭이 몸을 일으키더니 우성의 근처에 고히 자리잡은 선물 꾸러미를 집어들었다. 포장을 열고, 그 안에 가득 들어있는 사탕들을 보며 잠시 침음했다. 우성이 다가와 내용물을 보더니 우와, 하고 놀란 표정을 짓는다.

“사탕 엄청 많은데?”

“팀팬덤에서 준비한 거라고 했는데. 뭐가 엄청 많다.”

우성의 손에 들려있어서 작아보였던 거지 꾸러미 안에 든 사탕통은 영화관에서 주문하는 가장 큰 팝콘통보다도 컸다. 그 안에 온갖 종류의 사탕들과, 팬들이 손수 적은 작은 쪽지들이 가득 들어차있었다. 그걸 본 태섭이 멋쩍게 뺨을 긁적이며 사탕과 쪽지가 든 통을 우성에게 내밀었다.

“이거 나는 못 건들겠다. 너 당 떨어질 때 하나씩 먹어라. 안에 편지들도 잘 간직하고.”

“당연하지!”

“아무튼, 얼른 씻어. 우리 내일도 각자 훈련 있잖아.”

“화이트데이는!”

“준비한 것도 없으면서 얼른 씻으러 들어가!”

“너무해! 너무해!”

앵알앵알하는 걸 엉덩이를 걷어찼더니 훌쩍 하면서 우성이 제 방으로 향한다. 선물 받은 사탕통을 두고 나와 욕실로 향하면서도 태섭을 원망스럽게 본다. 태섭이 고개를 들고 눈썹을 들어올렸다. 잔뜩 퉁퉁 부어오른 우성에게 가라고 손짓하니 팩 고개를 돌려버린다. 소리나게 욕실 문이 닫힌다.

“어휴. 저 고집쟁이.”

***

샤워를 마치고 나온 우성이 조용한 거실을 둘러보았다. 좀 칭얼거렸더니-다른 팀원들에게는 절대 보이지 않는 모습. 오로지 송태섭에게만 보이는 모습이다- 짜증났나? 그치만 화이트데이라는데 너무하잖아! 말이라도 나중에 사탕 사준다고 할 수도 있는거지! …진짜 말로만 그러면 서운하겠지만! 아무튼! 우성이 시무룩해하다 고개를 털어내고 뺨을 부풀렸다. 제 방으로 그대로 들어가려다가, 태섭이 정말 짜증났나 싶어 조심히 태섭의 방으로 향한다. 시즌 중에는 서로 터치하지 않기로 했기에 각방을 썼으니까. 우성이 태섭의 방 문앞에 서서 잠시 머뭇거렸다. 시간을 확인한다. 태섭이 루틴 생각하면 아직 잘 시간은 아닌데. 그냥 들어가도 되겠지? 우성이 방문고리를 잡아 돌렸다. 천천히 문을 연다.

“어, 태섭-.”

태섭이 문 너머에 서있었다. 마치 자신을 찾아오리라는 걸 알고 있던 것 처럼. 우성이 태섭을 부르기도 전에 태섭이 양 손을 뻗었다. 우성의 목 뒤로 둘러진 수건 양쪽을 잡아 당겨 우성의 고개를 숙이게 했다. 우성이 버둥거리다 입 맞춰오는 태섭에 눈을 크게 떴다. 동그란 무언가가 혀를 통해 밀려들어왔다. 자연스럽게 동그란 것을 사이에 두고 혀가 얽혔다. 새콤한 레몬사탕이었다. 놀라 눈을 깜빡이던 우성이 빠르게 태섭의 방 안을 훑었다. 씻는동안 급하게 사온 건지 태섭의 손 안에 한가득 쥐면 잡힐 정도의 양의 사탕들이 태섭의 책상에 놓여있었다. 우성의 눈이 태섭을 향했다. 눈을 감고 키스해오는 태섭의 귀 끝이 붉게 물들어있었다. 흐흥. 우성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긴 팔을 뻗어 태섭의 허리를 감아 당기고, 큰 손을 들어 태섭의 뺨을 감싼다. 태섭이 천천히 눈을 떴다. 우성의 눈꼬리가 곱게 휘었다.

사탕이 서로의 입 안으로 굴러다니며 모두 녹을 때까지 키스가 이어졌다. 둘의 입 안에 새콤한 레몬맛으로 가득했다.

“이벤트가 너무 갑작스러운 거 아냐?”

“해줘도 지랄이네, 이게. 야. 정우성.”

사탕 하나를 집어 껍질을 깐 뒤 입안에 넣은 태섭이 우성의 뒷목을 잡아채 제쪽으로 당기며 말했다.

“원래 이벤트는 항상 갑작스러운 거야.”

“아, 진짜. 송태섭 너무 좋아. 사랑해!”

우성이 기꺼이 태섭에게 고개를 내리며 닿아오는 입술을 집어삼켰다. 사탕이 굴러들어왔다.

오렌지 맛이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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