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섭른 (단편)

[우성태섭] 개와 고양이

* 우태(+태섭른) 트친 생일축하연성

* 개수인 우성 X 인간 태섭

** 이 글은 정말 야간 외 근무 때 작성된 글입니다. 미친거 아녀....

***

우성은 오늘도 못마땅한 표정이다. 그의 앞에, 고개를 내리면 보이는 태섭의 표정은 무언가의 난처와 곤란이 뒤섞여있다. 우성이 태섭에게 바짝 붙어선 킁킁 냄새를 맡는다. 수인인 우성은 후각이 예민하니 못마땅해 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만 계속 이런 식이면 곤란했다.

"고양이 냄새!"

"내가 키우는 건데 당연하지, 임마!"

우성이 빽 소리치르자 태섭도 지지않고 외쳤다. 우우. 우성이 개 형태의 귀를 늘어뜨리고는 입을 삐죽였다. 태섭에게서 한숨이 터졌다.

반려수인이 반려동물을 이렇게나 질투한다. 반려수인이면서.

***

순서를 따지지면 고양이가 먼저다. 고양이를 먼저 만나 반려동물로 들여 지내다가, 우성을 만났다. 우성을 만나 친해지고 수인과 인간이라는 요즘 세상에는 그리 드물지 않은 조합으로 연인이 되기까지 9개월 하고도 7일이 걸렸다. 고양이를 만난 건 4년하고도 7개월 더 됐으니 굳이 따지자면 고양이는 태섭의 곁에 먼저 자리잡은 대선배나 마찬가지다.

장수의 길로 접어드는 동안 태섭의 고양이는 정말 다행스럽고 감사하게도 큰 병치레가 없었는데, 오히려 건강하기까지 해 태섭이 앉을 때마다 양반다리 사이에 당당히 자리를 잡았다. 태섭은 그래, 말은 할 수 없으니 건강하게만 지내다오- 하며 그런 고양이를 하염없이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우성이 그걸 못 견뎌했다. 동물과 수인의 수명차이가 얼마나 많이 나는데 그 꼴을 못 보는 거였다. 이유는 단순했다. 첫번째는 우성이 생각보다 질투가 많았고, 두번째는.

개와 고양이니까.

연인으로서 당연히 동물보다는 인간의 모습으로 주로 있고 싶어하던 우성은 태섭의 고양이 앞에서는 개의 모습을 하고 태섭을 사이에 둔 채 녀석을 경계하기 바빴다. 고양이는 그러거나 말거나 태섭의 품에 안겨 늘어지게 기지개나 켜곤 했다. 태섭이 고양이를 품에 안고 토닥일 때마다 우성은 펄쩍 뛰었다. 낑낑거리며 태섭의 옷자락을 물고늘어졌다. 중간에 낀 꼴이 된 태섭만 난처해졌다. 태섭은 반려동물인 고양이도 좋아했고 반려수인인 우성도 좋아했다. 반려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태섭은 각각 고양이와의 관계와 우성과의 관계를 구분할 줄 알았고 명확하게 나누기도 했다. 고양이는 소중한 가족. 우성은 사랑하는 연인. 태섭 뿐만 아니라 주변인들 모두 태섭이 고양이와 우성에게 어떻게 관계를 구분하는지 알고있었다. 그런데도 우성은 태섭의 애정을 독차지하는 고양이가 못마땅한 것이다.

물론 우성도 태섭과 고양이 사이의 유대와 친밀감이 어떤 것인지 잘 알았다. 자신을 대하는 것과 고양이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것도 알았다. 그러니까, 고양이에게 하는 것처럼 태섭이 애정을 준다면 그것은 연인에게 주는 사랑이 아니라 반려'동물'에게 주는 애정이라는 것을 잘 알았다. 알지만, 그걸 알지만.

태섭이 고양이를 보는 시선이라던가 쓰다듬는 손길에서 묻어나오는 감정이 부러운 것이다. 그것이 자신에게 향하는 감정과 결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도! 그가 보내오는 사랑하는 것을 보는 시선도, 손길도 모두 갖고 싶다는 뜻이다. 태섭이 외형적으로만 봤을 때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다소 껄렁한 느낌이라는 것을 안다. 발끈할 때는 욱하기도 하고 도발도 잘 한다는 것도 안다. 태섭에 대해서 너무나도 잘 알았기에, 태섭의 울타리 안에 한 발짝만 들어와도 그가 자신의 사람들을 얼마나 소중히 하는지 잘 알았다.

그러니 태섭이 고양이를 보는 시선도, 그를 쓰다듬는 손길도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다. 태섭의 울타리를 굳건히 지켜온 몇 안되는 기둥 중 한 존재라는 것을 아니까.

태섭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우성은 이 정도로 질투를 하는 수인이 아니었다. 태어나 농구공을 처음 만졌을 때부터 지금까지 농구 단 하나만 보고 살았다. 다른 것에 눈 돌릴 틈따위 존재하지 않았다. 농구하는 매 순간이 즐겁고, 행복하고, 벅찼으니 다른 감정이 끼어들 새 없었다. 농구와 상관이 없는 주제라면 흥미도, 관심도 갖지 않았다. 농구하는 제게 반해 사귀었던 애인들에게서 '너는 내가 좋아, 농구가 좋아?' 라던가 '네가 정말로 나를 좋아하는지 모르겠어' 라는 말을 심심찮게 들었을 정도로 농구가 아니면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농구하는 정우성과 농구하지 않는 정우성은 각각 다른 인물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그런 우성에게 농구 외에 좋아하는 감정이 들게 한 존재가 태섭이었다. 농구공 하나로만 이루어졌던 우성의 세상이 태섭과 농구공, 농구공과 태섭 둘만으로 가득 찼다. 태섭과 농구를 하면서 만났기에 더 그랬다. 우성은 살면서 농구공을 놓쳐본 적이 없었다. 공을 좇는 보더콜리는 한번도 그것을 놓쳐본 적이 없었다. 태섭도 그랬다. 태섭을 놓기 싫었다. 태섭이 농구나 자신이 아닌 다른 이에게 웃어주고 상냥하게 대하는 것이 싫었다. 태섭이 오직 제 품에 있어야 만족했다. 주위에서는 농구공에 환장하더니 애인에게도 환장한다고 얘기했지만 무시했다. 언제는 주변 반응에 대해 신경이나 썼냐마는. 아무튼.

그래서 우성은 태섭의 고양이가 못마땅했다. 질투했다. 태섭을 두고 경쟁했다. 그런 자신을 보며 어린 똥강아지 취급하는 건 싫었지만 태섭의 시야에 제가 아닌 다른 것이 들어차는 게 더 싫었다. 무엇보다 고양이잖아. 게으르게 늘어지기만 하면서 은근히 태섭이 보는 앞에서 물건을 떨어뜨려 시선을 유도하는 게 아주 고단수였다. 무언가 불만이 있다는 표현이었다. 꼬리로 바닥을 탁탁 치는 것만 봐도 그래. 태섭은 '누가 또 우리 고양이 기분을 상하게 하나~' 하고 태평한 소리나 늘어놓으며 고양이가 떨어뜨린 물건을 화도 내지 않고 정리했다.

"우성아. 너도 그만하고 인간 모습으로 돌아와."

우성이 고개를 팩 돌려 씨알도 안 먹힐 투정을 부린다. 높은 확률로 날아들 잔소리를 생각하며 몸을 웅크리더니 앞발을 들곤 귀를 꼭 눌렀다. 까맣게 반질거리는 눈을 꾹 감아버리자 머리 위로 한숨이 쏟아졌다. 혼낼까. 화를 낼까. 무시할까. 미워. 난 그냥 네 사랑을 나만 받고 싶은건데…….

순간 우성의 몸 위로 묵직한 무게감이 얹어졌다. 꾹 감은 눈을 번쩍뜨자 제 위로 그림자가 져있다. 우성이 고개를 들었다. 태섭과 눈이 마주친다.

"너 내 반려수인 안하고 반려동물 할 거야?"

- 아니야! 나 네 애인이야!

"그럼 인간 모습으로 돌아와야지."

보더콜리가 콧김을 흥 내뱉더니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태섭이 엎드린 몸이 한 차례 들썩인다. 저보다 덩치 좋은 등에 매달린 태섭이 입술을 삐죽 내밀고 있는 어린 똥강아지 같은 제 연인의 귀에 속삭였다.

"반려동물이랑은 못 하는 거 하러 갈까?"

"……."

우성은 태섭의 이 말이 자신을 달래기 위한 회심의 말이라는 것을 안다. 항상 같은 패턴이니까 안다. 고양이 때문에 삐진 자신을 달래기 위해 굳이 반려동물과는 할 수 없는 행위를 언급하며 자신을 이끌어낸다는 것을, 안다. 태섭의 말에 삐죽 내밀었던 입술이 살살 들어간다. 사뭇 진지한 척 하고 싶은데 이놈의 입술이 도움이 되질 않는다. 부슬부슬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본 태섭이 픽 웃으며 뺨에 입을 맞추었다. 우성이 몸을 일으키고는 제게 매달리듯 끌어안고있는 태섭을 잡고는 제 품으로 돌려안았다. 도움되지 않는 입술과는 달리 아직 서러운 눈빛이 태섭을 향한다.

"많이 할 거야."

"어련할까."

"나 많이 사랑해줘야해."

"진짜 네가 이렇게 질투 많고 초딩같다는 걸 다른 사람들이 왜 모를까?"

"다른 사람들 얘기가 왜 나와! 내 모습은 너만 보면 되는데!"

"아, 알았어. 알았어-."

"치."

우성이 태섭을 안고 뒤뚱뒤뚱 태섭의 방으로 향했다. 태섭이 우성의 목을 끌어안은 상태로 작게 웃었다. 멀뚱히 둘을 보고 있는 고양이에게 태섭이 인사를 건넨다.

"냥헌아, 이따 이 형 가면 따로 놀아줄게."

"아! 송태섭! 나 집에 안 가! 안 간다고!"

"푸하하하!"

"오늘 진짜 각오해!"

우성이 고개를 뒤로 돌려 하얀 고양이를, 냥헌을 노려본다. 눈 위로 눈썹처럼 검은 털이 나 있는 하얀 고양이. 태섭의 반려동물. 자신의 라이벌. 저 얄미운 고양이가 냄새를 얼마나 묻혀대는지, 태섭은 모를 것이다. 태섭과 만나면 항상 고양이 냄새가 진동을 했다. 자신과 함께 데이트를 하고, 농구를 하면서 기껏 냄새를 묻혀놓으면 다음에 만날 때 쯤에는 질식할 정도로 짙게 냄새를 묻혀놓았기에 한낱 고양이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후각이 예민한 개 수인인 우성에게는 더욱 독했다. 태섭은 평생 모르겠지. 반려동물이랑 투닥거린다고 자신을 어리고 철없다고 생각하겠지. 우성의 경계 어린 눈빛과, 냥헌의 뭔지 모를 맹한 시선이 부닥친다. 안 들어갈 거야? 하고 태섭이 눈싸움 하는 둘을 보며 기가 차다는 듯 말을 하고 나서야 우성이 먼저 시선을 거둔다. 흥! 우성이 고개를 팩 돌리곤 태섭을 훌쩍 안아들고는 소리나게 문을 닫았다. 문이 닫히고 나서도 태섭의 웃는 소리가 희미하게 울렸다. 퉁퉁한 우성의 목소리와 웃음기 어린 태섭의 목소리가 방 안에서 섞여들었다. 태섭의 반려동물 냥헌은 닫힌 문을 조용히 쳐다본다.

"묘냐냥……."

(내가 더 먼저 알았는데 뿅…….)

마음에 들지 않는 듯 꼬리가 바닥을 탕탕 친다. 그러나 자신을 보며 어르고 달래줄 태섭은, 없다. 냥헌이 몸을 웅크렸다. 어쩐지 그 하얀 몸이 오늘따라 외로워보이는 듯 하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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