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성태섭TS] 한입

* 여태 연성했던 뇨섭… 그러니까 태뇨, 혹은 태섭TS 연성이 all TS 거나 명태에서만 나왔던 것 같다… 고 씻는데 문득 생각이 나서 

그럼 우성태섭TS도 써야지 하는 마음에 시작한 연성

* 태섭TS, 태섭 뇨타, 뇨섭, 태뇨 아무튼 태섭 TS로 나옵니다.

“…뭐냐, 정우성.”

안그래도 삐딱한 눈썹으로 인상이 앙칼져보이는데 그 눈썹을 살벌하게 꿈틀거린 태섭이 쳐다보지도 않은 채 입을 열었다. 그에 우성이 저보다 한참 작은 연인을 상체 숙여 내려다보며 말했다.

“나 한입만!”

“그럴 줄 알았다! 네 꺼 있잖아!”

“그치만! 태섭이 네 것도 맛있어 보이는 걸!”

우성의 시선이 못 박힌 듯 태섭이 쥐고 있는 연유라떼에 향해있었다. 커피도 못 먹으면서 꼭 맛보고 싶어한다니까. 태섭이 속으로 투덜거렸다.

“나중에 잠 못 자면 어쩌려고 그래? 너 커피도 못 먹잖아.”

“한입만 먹는 건데 괜찮지 않을까?”

“이거 내가 이미 입 댔어!”

“괜찮으니까 한입만! 응? 응?”

“하아…….”

태섭이 컵을 쥐지 않은 손을 들어 이마를 짚었다. 짧은 단발의 곱슬머리가 손가락 위에 닿았다. 이게 몇 번 째인지 모르겠다. 우성은 항상 자신도 먹을 게 있으면서도 제 것을 탐냈다. 한번도 먹어보지 않은 게 눈 앞에 있으면 궁금하지 않겠냐고. 평소에 먹지 않지만 네가 먹으니 나도 맛이 궁금하다며 한입만 먹어보자 하고 다가온 게 시작이었다. 태섭은 이마를 짚었던 손으로 그대로 제 얼굴을 쓸어내렸다. 식습관이 다른 커플의 운명 아닌 운명으로 받아들이고자 마음 먹어도 순간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커피를 먹으면 카페인 때문에 잠도 못 자고 화장실도 자주 가고, 심할 때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생기는 걸 몇 번 본 이후로 태섭의 커피는 디카페인으로 바뀐지 오래였다. 그것도 연하게 샷을 뺀 걸로.

우성은 그걸 모를테다. 당연했다. 애초에 우성은 커피를 좋아하지 않았고, 몸에 받지도 않았던 데다, 정말 우성이 말한대로 딱 한입. 정말로 딱 한입만 맛보고 더이상 손대지 않았기에 맛이 달라지는 걸 느낄 겨를도 없을 것이다. 알아달라고 할 생각도 없고.

끙 소리를 낸 태섭이 눈썹을 재차 까딱이며 우성에게 컵을 들이밀었다. 우성이 와!♡ 하며 빨대를 덥썩 물었다. 한입 쪼록 들이킨다. 목울대가 한 차례 움직이고 난 뒤에야 우성이 빨대를 놓았다.

“연유 추가했어? 좀 단 것 같아.”

“연유 추가는 안하고 그냥 시럽만 추가했어.”

“왜? 평소에는 달게 안 먹잖아, 너.”

“…….”

네가 지금처럼 한입 먹을까봐 그렇지. 넌 단 거 좋아하잖아. 라는 말은 꺼내지 않았다. 태섭은 우성을 분명 좋아하고, 우성 역시 태섭을 좋아해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한 사이지만 뭔가 친구로 지낸 기간이 길어서 그런지 그런 말은 낯간지러웠다. 태섭이 남자들에게도 지지 않는 여장군 성격이라서 더 그렇게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갸웃하는 우성을 고개 꺾어 올려다봤다가 숙이고는 빨대에 입을 우물거리다 제게는 제법 달디단 연유라떼를 가득 빨았다. 역시, 달아.

“한 번씩 단 게 땡기는 날도 있어, 임마.”

“헉. 혹시 그 날?”

“…….”

더이상은 못 참겠던건지 태섭이 무자비하게 우성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무방비하게 당한 우성이 저도 모르게 꽥 비명을 지르고, 태섭은 흥 하며 우성을 버리고 빠르게 걸어갈 뿐이었다.

그새 멍들었다고 우는 소리하며 따라오는 우성을 무시한 채 같이 식사하기로 했던 가게를 찾은 태섭이 메뉴를 골랐다. 우성은 아프다고 찡얼거리면서도 태섭이 메뉴를 고르며 그에게 들어오는 질문에 성실히 답했다. 둘 다 에너지 소모가 큰 농구를 하기에 둘의 먹성에 맞게 주문한 메뉴가 제법 많았다. 그 중에 겹치는 메뉴는 단 하나도 없었지만. 주문 후 조금의 시간이 지나면서 테이블이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메뉴는 우성의 앞으로 왔다. 태섭도 많이 먹긴 하지만 그건 농구하는 여성이기에 많이 움직이는 만큼 많이 먹는 거고. 우성 역시 먹성도 좋고 농구하는 남성이기에 메뉴도 그의 것이 더 많을 수 밖에 없었다. 둘은 학교가 다르고, 집에서 통학하며 농구부 활동을 하는 태섭과 다르게 우성은 기숙사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농구 강호인 산왕공고에서 시키는 훈련이 아주 혹독하다고 들었다. 농구부 한 명이 한 끼에 라면 다섯 봉은 기본으로 먹을 정도로. 방학이나 학교 간 시합이 있을 때나 볼 수 있는 나름 장거리 연애 커플이기에 태섭도 우성도 함께 만나는 시간이 소중하고 애틋했다. 그 순간도 찰나이고 이후로는 밥먹을 때 빼고 성별을 떠난 농구에 미친 자들의 농구시간이 대부분이었지만. 아무튼.

우성이 고른 메뉴를 보던 태섭이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가 평소 먹는 정량을 주문하지 않았다는 걸 알기에.

“나 그거 한입만.”

“…….”

이럴 줄 알았다. 평소라면 테이블이 넘쳐나도록 메뉴를 주문했을 텐데 테이블이 아슬아슬할 정도로만 주문했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남은 공간을 제 음식으로 채우겠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저 뱃속에. 자연스럽게 요구하는 한입에 태섭이 제가 먹던 파스타를 내려다보았다. 눈을 반짝이는 우성을 보며 말했다.

“너한테 매워, 이거.”

“한입만 먹을 건데 괜찮아!”

“이거 먹고 내가 다른 거 먹으면 그것도 한입만 달라고 할 거 아니야?”

“응? 어떻게 알았어? 그치만 나 많이는 안 먹잖아! 딱 한입만 먹는데! 만약 내가 한입씩 먹어서 부족하면 내 꺼 먹어도 돼!”

“…됐다.”

매콤하게 간이 잘 배어있는 파스타를 노려보았다. 여기서 어떻게 골라내야 정우성이 조금이라도 덜 맵게 먹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제가 가장 미쳤다고 생각했다. 

“어딜 먹어도 너한텐 매울테니까 그냥 아무데서나 가져가.”

“아-.”

“…….”

“면이라서 건지다가 소스 튈까봐 그래. 한입만 나한테 먹여주면 안 돼?”

“…….”

“우리 데이트잖아. 그러니까 한입만. 응?”

“…….”

네가 쳐먹어, 라고 하려던 입술이 움찔했다. 맨날 한입씩 빼앗기는 것만 생각했더니 오늘 둘이서 밖에 나와 하는 게 데이트라는 걸 잊었다. 분명 농구하다가 만난 사이인데. 친구로 지낸 게 연인으로 지낸 시간보다 더 긴데. 그래서 너 때문에 미친 생각하는 게 낯선데. 너는.

“…….”

태섭이 말 없이 파스타 면 사이로 포크를 찔러넣고 스푼을 대어 돌돌 말았다. 스푼 밑으로 소스가 흐르는 것을 포크로 훔쳐내고는 우성에게 내밀었다.

“자.”

“아~”

우성이 웃는 낯으로 잘도 받아먹었다. 한입만 먹었는데도 맵긴 맵다며 우성이 인상을 살짝 찡그리더니 물을 찾는 모습을 보고 태섭이 스푼을 입에 물었다. 그냥, 낯설어서. 가슴이 간질간질하는 게 낯설어서. 두근두근하는 게 낯설어서. 내가 저 녀석을 좋아하긴 하나보다 하고 생각하게 되는 게 낯설어서. 그래서 그랬다.

“넌 안 매워? 음료수 주문할까?”

“…물이면 충분해.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

“응? 응. 다녀와!”

데이트. 데이트… 데이트 중이라고 생각하니 얼굴에 열이 올랐다. 야외코트에서 농구를 주로 한 탓에 갈빛으로 탄 피부 위로 빨갛게 열이 오르는 걸 보이고 싶지 않았다. 태섭이 화장실로 향했다. 세면대에 찬물을 틀고 손을 씻었다. 거울을 보자 크게 티나지 않는 얼굴에 다행이라 생각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데이트 룩으로 가슴팍에 농구공이 프린팅된 흰색 티셔츠 위로 멜빵 반바지를 입고 은색 피어싱을 한 태섭의 모습이 거울에 비쳤다. 입가를 꼼꼼히 닦아내고 복숭아향이 나는 발색 립밤을 바른다. 그것도 평소의 태섭은 하지 않았을 행동이기에 낯설었다. 우성은 태섭을 이렇게 모든 순간을 낯설게 한다. 속이 간질간질했다. 태섭이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을 보았다.

누가 봐도 명백히 사랑에 빠진 여성의 얼굴이었다. 발그레한 뺨만 봐도.

태섭이 다시 달아오른 얼굴을 식히고 화장실에서 나왔다. 우성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래도 식당에서 놀래키면 민폐겠지 하고 생각하며 조용히 걸어오는데 우성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우우… 어떡하지…….”

“…응?”

느릿한 걸음을 멈춰세운 태섭이 귀를 쫑긋 세우며 그의 말을 기다렸다. 어째서인지 고개 숙인 우성의 목덜미가 붉어져있었다.

“뽀뽀하고 싶어서, 입댄 음식들 자꾸 한입씩 달라고 했던 거라고 말하면… 화낼까……?”

태섭이 우뚝 섰다. 간접, 키스…라고……? 언제부턴가 우성이 한입을 요구하며 제가 먹던 음식, 음료, 심지어 군것질거리까지 노리던 그 모든 순간이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태섭이 음식을 받자마자 우성이 한입을 얘기한 적이 있었던가?

아니.

태섭이 한입이라도 먹고 난 뒤에야 우성은 한입만을 시전했다. 태섭은 그제서야 우성이 평소에는 궁금해하지도 않는 음식에 자꾸 한입을 외치는 이유를 깨달았다. 우성은 여태 혼자 간접키스를 해온 거였다. 발칙하게도.

겨우 식히고 나온 뺨이 우성의 뒷덜미만큼 달아올랐다. 가슴이 두근거리다 못해 빠르게 뛰어 쿵쿵거리는 것이 힘들었다. 태섭이 성큼성큼 걸어가 우성의 앞에 앉았다. 우성이 화들짝 놀라 입을 벌리고, 태섭이 갈빛 피부도 가려줄 수 없을 정도로 붉어진 얼굴로 말했다.

“뽀, 뽀뽀하고 싶으면 남자답게 당당히 얘기해, 정우성…!”

“악…! 드, 들었어?!”

우성의 하얀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다. 항상 개구지게 웃으며 장난을 잘 걸어오던 그가 답지않게 고장난 기계처럼 삐그덕거렸다. 눈을 미친듯이 떨며 시선을 한 곳에 두지 못하던 우성이 마른침을 삼켰다. 꾹 쥐어진 태섭의 손끝을 보았다. 그의 손끝 역시 잘게 떨리고 있었다. 농구하면서 다져진 근육이 얼핏 비치는 팔뚝을 타고 시선이 오른다. 분홍빛으로 빛나는 도톰한 입술이 보였다. 시선을 내리깔고 눈썹을 늘어뜨린 채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태섭을 보았다. 아 미치겠네. 오늘따라 왜 이렇게 귀엽지? 안 귀여웠던 적이 없긴 한데. 머리가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학교로 돌아가면 농구부 선배들에게 고장난 머리 좀 고쳐달라고 해야겠다. 현철 형은 암바를 먼저 걸어올 것 같긴 한데. 이, 일단 대답은… 해야겠지…?

우성이 입술을 달싹이자 움찔한 태섭이 더더욱 시선을 내리깔았다. 너무 어이가 없고 기가 차서 내뱉은 말이긴 했지만 내뱉자마자 후회했다. 뽀뽀하고 싶으면 당당히 얘기하라니, 그럼 다른 것도 하고 싶으면 얘기하면 해줄거냐? 송태섭 이 미친자야. 뭐 그런 얘기를 해가지고 지금 이 사단을… 아니 근데 뽀…뽀뽀 한다고 하면, 밥 먹고 한다는 거 아, 아니야? 그럼 분명히 밥 먹은 거 냄새나지 않나? 립밤을 바르긴 했지만 복숭아향 그 잠깐 나는 게 자극적인 이 음식들을 묻어버릴 수 있겠냐고. 양치라도 하고 와야하나? 할 시간이 있나? 내가 양치도구를 가져왔던가? 내가 왜 지금 이 생각을 하고 있는거지? 진짜 뽀뽀할 거야? 송태섭! 진짜 할 거냐고! 지, 진짜 한다고 하면… 나도… 하고 싶은 것 같… 으아아아아악!!!! 

머리가 핑글핑글 도는 건 태섭도 마찬가지였다. 서로가 서로에게 불러일으킨 패닉은 나사 빠진 사고를 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 그럼…….”

“…….”

태섭이 퍼뜩 고개를 들었다. 여전히 얼굴이 새빨간 우성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나, 태섭이 너를…….”

“…….”

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

콩닥콩닥콩닥콩닥콩닥콩닥콩닥콩닥콩닥콩닥콩닥콩닥콩닥콩닥콩닥콩닥콩닥콩닥

우성의 입술이 열렸다. 태섭의 눈이 미친듯이 떨렸다. 우성의 입술로부터 흘러나올 말에 집중한다.

“너를 한입만 먹어도 될…까……?”

“…뭘… 먹어……?”

“…….”

“…….”

우성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태섭이 멍하게 그를 보았다. 서로를 보며 한참을 말이 없다가, 동시에 웃음이 터진 것은 그때였다. 식당에 식사하러 온 사람들의 시선이 모여들어 각자의 입을 틀어막으며 웃음을 겨우 참아낸 둘이 제법 시간이 지난 뒤에 진정하고 숙였던 몸을 일으켰다. 어째서인지 시원한 표정의 태섭이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일단 밥 먹고. 집에 가서 양치하고 나면.”

“……!”

“그러고 나면 한입이든 두입이든 맛보고 싶은대로 맛 보던가.”

태섭의 말에 우성의 표정이 밝아졌다.

“응!”

그렇다고 해서 우성이 그 이후로 태섭이 먹는 음식마다 한입만을 시전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태섭은 한입씩 제 먹을 것을 빼앗기고, 다 먹고 나면 제 입술마저 우성에게 한입 빼앗기곤 했다. 정말이지, 손해라고는 죽어도 안 보려고 하는 녀석이라니까.

태섭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 말랑한 제 입술 위로 포개지는 얇고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을 느끼면서.

- fin.

참고로 커피를 못 먹는 사람은 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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