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헌태섭TS] 폭신폭신, 보들보들, 말랑말랑, 곱슬곱슬
* 현생으로 덕질 못 해서 연성하는 법조차 까먹을까 리퀘스트를 받았습니다.
* 리퀘스트 키워드 : 염장질 심한 명태/태섭TS(뇨타)
* 연성에 차질 생기면 한번씩 리퀘스트 받을 것 같은데 아마 블스 장르계를 오픈했으니 트이타 장르계는 조만간 폭파시킬 것 같고, 블스에서나 리퀘스트 받을 듯
‘폭신폭신 뿅.’
명헌은 눈 앞에서 팔랑거리는 갈색의 곱슬머리를 내려다보았다. 한참을 내려다봐야하는 시야였다. 제 작은 연인은. 마주보고 서면 가슴 밑까지 겨우 올 정도의 키 차이. 한 팔로 끌어올릴 수 있을 만큼 작은 체구. 실제로는 한 살 차이이지만 친구들이 보면 도둑놈 새끼 라며 우스개소리로 한마디 던질 정도로 어려보이는 얼굴. 그것을 극대화 시키는 것이 명헌의 시야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더우니까 여기 있어!”
“뿅.”
허리까지 기른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을 양갈래로 묶은 연인은 그 탓인지 더욱 어려보였다. 명헌의 사랑만큼 태양의 사랑을 받아 탐스럽게 익은 옅은 갈빛의 피부가 조금 더 짙은 갈색의 머리카락을 더욱 탐스럽게 보이게 하는 듯 했다. 뜨거운 여름을 식혀줄 공원의 분수가 솟을 때마다 태섭이 웃으며 분수 주위를 뛰어다녔다. 썬크림을 단단히 발랐다며 이 날씨에, 이 햇빛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시원하게 하얀 반팔 티셔츠와 짧은 반바지를 입은 그는 정말이지 여름의 대명사 같았다. 밀빛의 샌들 속 발톱에 화려한 색상의 페디큐어를 바른 것까지. 여름하면 송태섭, 송태섭 하면 여름을 떠올리게 하는.
높이 솟구친 분수로부터 흩어진 물방울이 태섭의 주위에서 반짝거렸다. 분수 줄기에 손 대려 애쓰다가, 솟아오른 분수에 꺅 소리를 내며 허둥지둥 뒷걸음질 치는 모습이 명헌의 눈에는 슬로우 모션이 걸린 듯 느리게만 보였다. 구름 한 점 없는 햇빛 가득한 날씨에 모자나 양산조차 쓰지 않은 왈가닥 아가씨는 뭐가 그리도 좋은지 모르겠다.
어린 아이처럼 분수가 솟아오르는 곳마다 쫓아다니는 모습을 본다. 햇볕에 강한 그와 다르게 명헌은 더위에 약했다. 그런 명헌을 잘 알기에 태섭은 그를 공원 안에 크게 자란 나무 아래 그늘진 벤치로 그를 이끌고 혼자 분수로 달렸다. 명헌이 이 햇빛 아래 함께하지 않아도 좋다고 했다. 이 태양과, 햇빛을 좋아하는 만큼 명헌을 좋아하기에. 그가 자신을 뒤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얘기하는 곱슬머리가 살랑거리던 어느 날을 기억한다.
분수를 좋아하냐고 물었을 때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명헌은 더 이상 그에 대해 묻지 않았다. 태섭이, 연인이 분수를 좋아한다고 했으니 그걸로 됐다. 명헌은 태섭이 하는 것 하나하나 따지고 들 생각은 전혀 없었으니까. 그가 좋다고 하면 그런가보다 하는거다. 햇빛에 반사되어 빛나는 물줄기를 보는 게 좋다고 했던가. 분수가 솟아오르고 사라지면 운이 좋을 때 무지개를 만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던가. 뭐든 좋았다. 명헌은 태섭이 좋아하는 거라면 무엇이든 좋아할 수 있었다. 친구들은 그런 저를 보며 닭살 돋은 거 보이냐며 근육 가득한 팔을 쓸어내렸지만 무시했다는 걸, 태섭은 결코 알지 못할 것이다.
곱슬곱슬한 양갈래 머리가 정처없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니 강아지가 생각난다. 곱슬을 생각하면 초코 푸들이 생각나고, 오늘처럼 길게 나눠묶은 양갈래 머리를 보면 코카스패니얼이 생각나기도 했다. 뭐가 됐든 태섭이 귀엽다는 뜻이다. 명헌은 그게 콩깍지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보이는 대로 생각하는 것 뿐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이 역시 태섭은 결코 알지 못할 이야기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분수 주위를 맴돌며 뛰노는 태섭을 보는 것도 좋지만, 실컷 뛰어놀고 돌아온 그가 시원하고 달콤한 것을 찾는 것을 알기에 하는 행동이었다. 공원 안에 마련된 작은 아이스크림 가게를 본다. 그 옆에 작은 카페도 보였다. 고개를 돌려 태섭을 본다. 분수 줄기가 솟는 것마다 쫓아다니는 그를 보다 시계를 보았다. 1시 47분. 분수의 가동이 종료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여름을 한가득 품고 돌아올 작고 폭신폭신한 여자친구를 위해 명헌이 몸을 일으켰다. 태섭의 피부가 타지 않도록 챙겨놓았던 하얀색 양산을 펼친다.
‘보들보들 뿅.’
“아- 재밌었다! 역시 이 공원의 분수가 제일 좋은 것 같아! 오늘은 무지개를 볼 수 없었지만!”
“뿅.”
“아! 고마워!”
무지개를 만나지 못해 아쉬워하면서도 쾌활하게 웃으며 그가 명헌을 향해 달려왔다. 시원하게 솟아오르는 분수를 쫓아 달리던 것 처럼. 태양의 사랑을 너무 담뿍 받았는지 한참을 뛰놀고 돌아온 태섭의 양쪽 뺨이 발갛다. 명헌이 자연스럽게 태섭의 핸드백에서 썬크림을 꺼냈다. 명헌이 내민 얼음 가득한 레몬에이드를 받아든 태섭이 빨대로 쪽 빨아들이는 동안 명헌이 꼼꼼히 태섭의 얼굴에 썬크림을 바른다. 탄력있는 피부가 명헌의 손 끝에 찰기있게 달라붙었다 떨어진다. 보드랍고, 말랑하다. 제 가방에서 꺼낸 작은 타올을 꺼내 물방울이 잔뜩 튄 어깨며 팔을 닦아주었다.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몸의 물기를 닦아주는 명헌을 태섭이 물끄러미 보았다. 물기가 만져지는 곳이 있는지 손바닥으로 조심스럽게 쓸어내리는 명헌의 품으로 파고든 태섭이 고개를 들었다. 고개 숙이고 있던 명헌에게로.
보드라운 입술이 두께감 있는 입술을 눌렀다 느릿하게 떨어진다. 태섭의 입술이 반들하게 빛나고 있었다. 닿아온 입술로부터 태섭이 즐겨 바르던 립밤의 은은한 체리향과 방금까지 머금고 있었던 레몬에이드의 옅은 향이 느껴졌다. 움직임을 멈춘 명헌과 태섭의 시선이 마주친다. 태섭이 눈을 접으며 씨익 웃었다.
‘말랑말랑 뿅.’
맞닿는 입술의 감촉은 닿아올 때마다 새롭다. 명헌은 양산을 펼쳐 누구도 볼 수 없도록 둘의 모습을 가리고 태섭의 입술에 제 입술을 포갰다. 태섭이 눈을 감았다. 양산을 잡지 않은 다른 손으로 품에 쏙 들어온 태섭의 허리를 당겨 안았다. 햇빛을 내도록 받은 작은 몸이 따끈따끈했다. 맞닿은 입술은 한 입에 삼킬 수 있을 정도로 작았다. 마주보는 얼굴이 양 손에 가득 담길 정도로 작았다. 작은 체구가 한 팔로 끌어안아도 충분할 정도로 작았다. 연인은, 태섭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리도 작은데 어떻게 이렇게 가슴 깊은 곳에 크게 자리잡았는지 모르겠다. 명헌의 속이 작은 태섭으로 가득 차있었다. 그를 만나는 시점부터 헤어지는 시점까지 모든 순간이 명헌에게 충만할 정도로 행복한 감정에 들게 했다. 햇빛에 약한 저를 그늘에 두고 혼자 햇빛 속에서 뛰어다니는 모습을 한시간동안 지켜보는 게 지겹지 않았다. 만날 때 마다 달라지는 머리 스타일이, 티나지 않지만 은은하게 느껴지는 향이 매번 달라지는 게, 패션에 관심 많은 연인이 저를 만날 때마다 매번 다른 스타일로 놀라게 하는 게, 그러면서도 항상 한결같이 똑같은 사랑을 담은 그 갈색의 눈이. 그 모든 게 지겹지 않았다. 좋았다. 소중했다. 명헌의 손이 끌어안은 태섭의 팔을 매만졌다. 말랑한 살결이 좋았다. 맞닿은 말랑한 입술이 좋았다. 우물거리는 둥근 뺨이 좋았다. 살짝 삐딱해보이는 눈썹도 좋았다.
그저 송태섭이라면, 명헌은 그저 좋았다.
‘복슬복슬 뿅.’
최근 만났을 때 카페에서 여러 헤어스타일이 수록된 패션 잡지를 유심히 들여다보더라니. 태섭의 긴 곱슬머리가 사라져있었다. 짧게 자른 머리카락은 묶이지도 않을 정도였다. 이번엔 제법 파격적으로 시도해보고 싶었던 건지 밑과 옆머리까지 죄다 밀어놓은 모습에 순간 명헌이 숨을 들이켰으나, 티내지 않았다. 생각보다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뭐라고 안했어 뿅?”
“엄마가 좀 많이 놀라시긴 했지이…….”
“이 정도면 아라도 많이 놀랐을 것 같은데용.”
“그래서 이상해?”
“그럴 리가 없잖아 뿅.”
짧은 머리카락에 손가락을 걸어 꼬며 태섭이 묻자마자 명헌이 고개를 저었다. 태섭이 명헌을 빤히 올려다보았다. 명헌은 묵묵히 그의 시선을 마주할 뿐이다. 명헌과 한참 눈을 마주하던 태섭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오빠가 이상하다고 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어.”
“가족들이 얘기하는 건 괜찮은 건가 뿅.”
“가족들이야…! 처음에는 놀라도 결국에는 다 이해해주니까. 그치만 오빠는…….”
잠시 우물거리던 태섭이 드물게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오빠가 이상하다고 하면 진짜 서운할 것 같았단 말이야.”
“내가 그 정도 밖에 안돼보였나보네 뿅.”
“그건 아니지만, 처음 머리 자르고 왔을 때 대만 선배가 머리가 그게 뭐냐고 했으니까아, 혹시나 하고…….”
“음. 역시 정대만을 죽여야겠뿅.”
“뭐라구?”
“혼잣말 뿅.”
명헌이 발 끝을 땅바닥에 톡톡 차는 태섭의 앞에 가까이 섰다. 시선을 피한다고 고개를 숙였던 태섭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짧게 자른 곱슬머리가 살랑거린다. 명헌이 큰 손을 들어 태섭의 머리를 헝클였다.
“아! 내 머리! 스타일링한 건데!”
“날 의심했으니 벌이다 뿅.”
“…진짜 괜찮아?”
“난 태섭이 완전 삭발해도 괜찮 뿅.”
“그게 뭐야.”
명헌이 헝클인 머리를 매만지며 입술을 삐죽이던 태섭이 작게 웃었다. 그런 태섭을 보며 명헌이 말했다.
“난 태섭이 어떤 모습을 해도 좋아할 거니까용.”
무덤덤하게 내뱉는 말에 태섭이 멍하게 그를 보았다. 이내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더니 양 손을 들어 제 뺨을 감싼다. 어쩔 줄 몰라하는 태섭을 내려다보며 주위를 둘러보던 명헌이 태섭의 정수리에 입을 맞추었다. 짧게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이 명헌의 얼굴 곳곳을 간지럽혔다. 태섭이 항상 간지럽히는 제 마음처럼.
“좋아해 뿅.”
매일매일 하는 말. 그럼에도 매일매일 새로운 말. 매일매일 벅차고, 매일매일 행복하게 하는 말. 매일매일 사랑하게 하는 말.
“나도 좋아해요.”
사랑이 되돌아온다. 가슴을 간지럽힌다. 발가락을 꿈질거리게 하는 간지러움.
태섭이 까치발을 든다. 눈을 감는다. 사랑스러운 이마 위로, 보들한 뺨 위로, 말랑한 입술 위로 명헌이 입술을 내린다.
태섭은 항상 명헌에게 폭신폭신하고, 보들보들하고, 말랑말랑하고, 복슬복슬했다. 무슨 말이냐고 물으면 말 그대로라고 대답할 것이다.
명헌의 마음을 항상 간지럽히는 태섭이니까. 그러니 태섭은 폭신폭신이고, 보들보들이며, 말랑말랑하고, 복슬복슬이다.
폭신폭신
보들보들
말랑말랑
복슬복슬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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