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헌태섭우성/우성태섭명헌] 생일 축하해
* 1시간 03분 안에 연성을 할 수 있기를 빌면서 쓰는 송태섭 생일 축하 연성
* 나의 넘버원 가드 송태섭의 생일을 축하하며~! 모두에게 사랑받는 날이었길 바라며~!
태섭의 생일은 화려하거나, 거창하지 않았다. 명헌이나 우성은 간혹 그게 불만이었지만 태섭에게 큰 생일파티를 요구하지 않았다. 그 날이 그에게 있어 태어난 것을 축하하는 날임과 동시에 어린 나이에 바다 멀리 떠나버린 혈육을 애도하는 날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두 연인의 생일 축하를 진심으로 기뻐하고 감사하면서도, 창 밖으로 시선을 돌리는 그 순간에 떠오르는 그늘을 본 이후로는 파티 규모를 키우자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래도 생일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고 작게 속삭여줘서 고마웠던 것 같기도 하다. 고마웠던 것 같다, 가 아니라 고마웠다. 태섭이 명헌과 우성을 만난 이후로는 항상 셋이 함께, 혹은 태섭의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케이크는 매년 딸기가 올라간 케이크였다. 사람은 다섯이지만, 조각은 여섯인 케이크. 하얀 초콜릿 판에 새겨진 두 개의 이름.
이번 생일에 태섭의 가족들은 저녁에 합류하기로 했다. 낮에는 태섭의 팀 경기가 있기 때문이었다. 인기있는 넘버원 가드였기에 코트 밖 관중석 곳곳에 태섭의 사진과 태섭의 생일을 축하하는 플랜카드가 걸려있었다. 구단에서도 깜짝 이벤트랍시고 태섭에게 케이크를 전달하기도 했다. 경기 시작 전 뽀송한 상태의 태섭에게 작은 고깔을 건넨 마스코트의 손길이 장난스러웠다. 태섭 역시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이걸 나더러 하라고?’ 하고 액션을 취하더니 어깨를 으쓱하며 선뜻 고깔을 쓴다. 관중석 여기저기에서 환호와 함께 생일 축하 노래와 박수가 터져나왔다. 즐겁게 경기에 임했더니 결과도 좋았다. 승리에 취해, 생일 분위기에 취해, 같은 팀 동료들이 태섭을 향해 샴페인을 터뜨리고 생수병을 흔들어대며 경기 후 땀에 젖은 태섭에게 뿌려댔다. 태섭이 크게 웃는 얼굴이 카메라에 잡힌다.
경기장 내 샤워실에서 씻었지만 달큰한 샴페인의 향이 남아있었다. 받은 케이크를 집어던지지 않은 것만으로 감지덕지 해야하는 건가? 태섭이 키득거렸다. 명헌의 팀과 우성의 팀은 오늘 경기가 없는 걸로 알고 있다. 태섭은 주차장에 도착해 차에 시동을 걸었다. 가족들은 저녁에 만나기로 했으니 집에 가서 준비를 해야했다. 샴페인 냄새가 나지 않도록 꼼꼼히 씻어야지.
‘집…….’
태섭이 입술만 굴려 소리없이 중얼거렸다. 어색하기만 했던 가족 간의 사이는 고등학교 이후부터 조금씩 가까워졌으나, 그 뒤로 태섭의 미국행이 결정되면서 어색한 기간이 소리없이 길어졌다. 곧 만날 모친과 동생의 얼굴을 떠올린다. 성인이 된 동생과 나이든 태가 나기 시작하는 모친을 떠올리다보면,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로 빨려들어가는 것이다. 바다가 훔쳐간 아버지, 바다가 앗아간 형을 생각하면서. 아버지와 형을 앗아간 바다 속 깊은 어둠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이다. 운전대를 잡은 태섭의 눈이 깊게 가라앉는다.
상흔과도 같은 것이다. 상처가 회복되어도 남아있는 흉터와도 같은 것이다. 더이상 아프지 않지만 흉터를 보면 항상 생각하게 되는. 그 때의 고통을 상기하며, 함께 잠식되어가는 그런 흉터.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그런 흔적.
태섭은 아직도 선명한 때를 그린다. 함께 농구하다 친구들을 따라 바다로 나가는 형의 뒷모습. 그게 너무 밉고 싫어 해버린 못 된 말. 보란듯이 사라진 형. 어머니의 뒷모습. 어린 동생. 소원해진 가족 사이. 엇나가는 마음. 쓰레기 같던 눈. 멀어지는 시야에 보이던 고향의 바다.
그렇게 미운 곳이었건만 결국에는 고향의 바다를 보았다.
고향의 바다는 눈물이 고일 정도로 아름다웠다.
고향의 바다 깊은 곳으로 한없이 빨려들어가던 태섭의 눈에 빛이 돌았다. 바지 주머니에 꽂아두었던 휴대폰의 진동 덕분이었다. 여태 시동을 켜둔 것을 깨달은 태섭이 블루투스 스피커로 통화를 연결한다.
“응.”
- 왜 안 와!
“생중계 봤으면 알 거 아냐. 씻는다고 늦었어. 이제 갈 거야.”
- 빨리 와 뿅. 뿅뿅.
- 오늘 어머니랑 아라 보러 가는 건 안 잊었지?!
“알고 있다고~”
갈색 눈에 생기가 깃든다. 운전대를 잡은 손에 힘을 준다. 차의 바퀴가 부드럽게 구르기 시작한다. ‘집’에 가야지.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는 ‘집’에.
“늦었어!”
“좋은 냄새 뿅.”
한 쪽에서는 늦었다며 잔소리를, 다른 한 쪽에서는 잔향이 남은 샴페인의 기운을 느끼고 킁킁거린다. 와, 오자마자 산만 그 자체. 태섭이 그렇게 생각하며 양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익숙하게 흘려들었다. 경기장에서 받은 케이크 상자를 식탁에 두자 둘의 시선이 모인다.
“먹었어?”
“안 먹었어.”
“뿅.”
여전히 고수하는 빡빡머리 둘이 케이크 상자에 관심을 가지는 것을 보곤 태섭이 씻기위해 샤워실로 들어간다. 둘은 케이크 자체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태섭이 그 케이크를 ‘먹었냐’에 관심을 둘 것이다. 생일에는 우리가 챙겨주는 케이크를 제일 먼저 먹어야해! 라고 했던가. 몇 년 전 누가 생일 축하한다고 준 케이크를 고맙다고 한 입 먹는 걸 목격하고 세상 충격받은 얼굴을 하며 ‘어떻게 그럴 수 있어!(뿅!)’ 하고 크게 외치던 사건을 기점으로 태섭은 외부에서 받은 케이크는 감사를 표하고 먹는 것은 집에 가서 먹는다거나, 아니면 그 자리에서 축하해주는 사람들에게 모두 나눠주는 식으로 해결했다. 이번 케이크도 그 연장선이나 마찬가지다. 과연 생일인 날 가장 처음 입을 댄 케이크가 누구의 것이냐에 대해 열을 올리는 것이다. 유일하게 먼저 손 대도 되는 케이크는, 집에서 사온 케이크가 유일할까. 이 ‘집’ 말고 가족들이 있는 그 ‘집’.
‘집…….’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을 맞으며 태섭이 다시 곱씹는다. 간지러운 단어라고 생각한다. 단어를 곱씹을 때마다 떠오르는 사람들. 친가족들, 바다가 좋아 바다의 품으로 사라진 가족들, 그리고, 두 사람.
낯선 조합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을 제외하면 여자밖에 없는 가족들 사이에 파고든 거대한 두 명의 빡빡이. 모친과 동생이 처음으로 이 관계를 인정한 날, 가족이 된 기념으로 가족 사진을 찍자고 했을 때 눈물을 보인 우성과 코 끝이 빨개진 명헌을 보았다. 간질간질했다. 그러니까, 가슴 안쪽이. 간질간질. 간질간질.
그 감각은 태섭으로 하여금 자신이 이렇게나 사랑받는 존재임을 느낄 수 있어 행복감을 주기도 했고, 반대로 이 행복을 감히 제가 느낄 가치가 있는지 불안감을 주기도 했다. 그래서 가슴이 간질간질했다. 간질간질. 간질간질.
샤워실 가득 더운 김이 채워지고서야 태섭이 상념에서 깨어났다. 아무래도 이 날은, 날이 날인지라 상념에 자주 빠지게 된다. 태섭이 물 온도를 조절하며 씻는 속도에 박차를 가했다. 너무 늦으면 또 잔소리를 퍼부을 이들을 생각해서.
“케이크는?”
“오늘은 우리가 준비하기로 해서 챙겨놨어!”
“선물도 같이 챙겼어용.”
“내 꺼?”
“식구들 것도 같이.”
“세심하셔라.”
불퉁하게 내뱉는 말 끝으로 작게 ‘고마어여’ 하고 중얼거렸다. 태섭의 말이라면 479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들을 기세인 두 빡빡이는 기분 좋게 웃어보일 뿐이다. 명헌의 차 트렁크에 케이크와 선물들을 싣는다. 우성이 먼저 아라에게 전화해 출발한다고 연락을 하고 있었다. 명헌이 운전대를 잡고, 태섭이 조수석에 타 안전벨트를 맸다. 뒷좌석에 우성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는다.
“태섭아.”
“응?”
우성이 부르자 태섭의 고개가 뒤를 향한다. 차에 시동이 걸리고, 태섭의 입술 위로 우성의 입술이 닿는다. 태섭이 눈을 깜빡이는 사이 우성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연이어 명헌의 입술이 태섭의 입술에 내려앉는다. 태섭이 다시 눈을 깜빡였다. 부드럽게 웃는 얼굴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생일 축하해.”
“생일 축하, 뿅.”
“…….”
태섭이 눈을 깜빡인다. 이어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곤 그 역시 웃는다.
“고마어여. 생일 축하해줘서.”
가슴이 간질간질하다. 간질간질. 간질간질. 입꼬리가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 감각은 태섭에게 행복감을 줌과 동시에 불안감을 준다. 그러나 오늘은, 지금만큼은.
간질간질한 행복감이 더 큰 것 같다.
간질간질.
간질간질.
- 생일 축하해!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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