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호열 (단편)

[백호열] 타이밍

* 백호 생일 축하 연성 백호열

* 배꼬 생일 축하해~!

* 백호열 연성을 백호 생일로 시작했는데, 어느덧 백호열 연성 1주년… 감개무량…

* 보고싶은 부분만 써서 짧음!


4월 1일은 강백호의 생일이었다. 백호 군단을 시작으로 북산 고등학교 농구부에서 만우절과 겹친다는 이유로 온갖 장난이 가미된 정신없는 생일파티가 이루어졌다. 강백호는 자신에게 끊임없이 걸려오는 장난을 받아주다 머리 끝까지 열이 뻗쳐 백호 군단과 강백호를 제외한 바보 트리오를 쫓아다니기 여념 없었다. 체육관 바닥에 드러누워 송태섭의 머리에 헤드락을 걸고 정대만의 머리에 다리를 걸어 죄어대는 틈을 타 호열이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몰래 빠져나왔다. 서로 엉켜있는 바보트리오를 보며 백호군단과 농구부원들이 웃는 모습을 슬쩍 보고는 체육관 밖에 빼놓은 자신의 선물이 안전한지 확인한 뒤 다시 체육관으로 향한다.


“하- 오늘 재밌었다.”

“흥! 이 몸의 상대는 아무도 없었지만!”

“그러기엔 천재 강백호님도 너덜너덜한 것 같은데?”

“누, 눗!”

엉망이 된 붉은 머리카락과, 제대로 닦아내지 못한 얼굴 곳곳에 케이크의 크림이 흔적처럼 묻어있었다. 먹는 걸로 장난치지 말라고 했지! 장난의 도를 넘어서는 순간까지 가자 화가 난 채치수가 뒤엎었기에 형태만 유지한 백호의 교복은 음식의 얼룩으로 엉망이었다. 호열은 ‘그래도 이 천재가 가장 멀쩡했다고!’ 하는 백호를 웃는 얼굴로 보았다. 시선을 내려 생일 선물 가득 담긴 종이 가방을 잔뜩 쥐고 있는 손을 보았다.

“그래도 중학교 다니던 때보다 더 재밌었던 것 같아. 그치.”

“흐, 흥.”

“우리끼리도 재밌었지만, 농구부원들이랑 같이 있으니까 더 많이 장난도 치고 재밌게 시간 보낸 것 같은데. 아니야?”

“그건, 그렇지만.”

백호가 슬쩍 시선을 돌렸다. 부끄러워하긴. 중학생 시절부터 백호를 봐왔다. 백호 군단끼리 생일을 보냈을 때도 진심으로 즐거워했지만,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처음으로 하고 싶은 것이 생긴 백호에게, 농구를 함께 하는 사람들과 맞이한 생일 파티에 좀 더 즐거워했다는 것 쯤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자신 뿐만이 아닐 것이다. 백호 군단의 모두가, 용팔이, 대남이, 구식이. 백호 군단의 모두가 알았을 것이다. 백호가 올해의 생일에 좀 더 기뻐했다는 것을. 그러니까 더 많이 장난도 쳤던 거겠지. 호열은 농구부에서 화려하게 이루어진 백호의 생일파티가 끝나고, 우리가 저질렀으니 우리가 정리하겠다는 백호 군단이 씨익 웃던 순간을 떠올렸다. 농구부에서는 당연히 같이 하려고 했지만, 우리끼리 하는 생일 축하 파티가 있으니 시간 보낼 곳을 제공해달라는 말에 수긍하고 체육관을 나섰다. 그러고나서 중학생 때 처럼 알바한 돈을 모아서, 군것질거리도 사오고 백호의 생일 축하 선물도 전달하며 또 한번 장난을 와르르 치고 와하하 웃었다.

그때까지, 호열의 선물은 체육관 밖에 꽁꽁 숨겨져 있었지만.


“그래서?”

“응?”

아무도 없는 백호의 집에 자연스럽게 들어온 호열에게 백호가 묻는다. 호열이 고개를 돌려 백호를 보았다. 집에 올 때까지만 해도 신나게 웃고 떠들었던 것 같은데, 그런 적 없는 것마냥 백호의 표정이 뚱하다.

“너는 내 생일 선물 안 주냐?”

“내가 선물 줬는지 안줬는지 어떻게 알아?”

“내가 그걸 모르냐?”

백호가 양손 가득 든 종이가방을 주르륵 쏟아냈다. 호열의 시선이 절로 밑을 향했다. 백호가 선물을 정리하며 이건 누구꺼, 이건 누구꺼… 하며 정리를 시작했다. 호열이 그 모습을 보며 말했다.

“백호 머리로 선물이랑 선물 준 사람을 다 기억한다고?”

“눗! 너 날 얼마나 돌머리로 아는거야!”

“아니야?”

“후눗!!”

“푸하하하하!!!”

웃지 마! 백호가 꽥 소리쳤다. 잔뜩 찡그린 인상에 호열이 입을 다물었다. 백호는 다시 선물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백호 군단 용팔, 대남, 구식을 시작으로 농구부 사람들의 선물까지 모두 나열한 백호가 보란 듯이 호열에게 턱을 치켜세웠다.

“하하. 진짜 다 기억하네.”

“내 선물 준비 못 했냐? 말 하면 용서해주마.”

“하하.”

호열이 익숙한 백호의 집을 느리게 훑어보았다. 벽에 걸린 오래된 시계를 보았다. 방과후에 모여 파티를 백호 군단과 농구부로 1차, 백호 군단만 따로 2차로 신나게 놀아제꼈더니 어느 덧 늦은 밤시간이었다. 고등학생이 여태 놀다 들어오기엔 너무 늦은 시간, 이지만. 이들에게 그런 걸로 잔소리할 어른은 없었으니 상관없는 늦은 시간이었다.

“선물, 있긴 한데.”

“빨랑 내놔!”

“다른 사람들 선물 먼저 보면 되잖아.”

“난 네 선물이 제일 중요해!”

“왜?”

호열의 하얀 양말 신은 발이 바닥을 슬쩍 긁었다. 백호가 저를 뚫을 듯 쳐다보며 말했다.

“당연한 거 아니냐? 좋아하는 사람이 주는 선물이 제일 기대되는 거 아냐?”

“하하. 그거 듣기 좋은 말인 걸.”

“얼렁 내놔라!”

백호가 호열에게 큰 손을 내밀어 탈탈 털었다. 빨리 내놓으라는 뜻이었다. 호열이 다시금 벽시계를 보았다. 11시 58분… 인가. 어영부영 하다가는 금방 날이 지나가버릴 지도 모를 시간이었다. 호열이 백호의 손을 한번 꼭 잡았다 놓았다. 백호가 눈썹을 꿈틀하자, 호열이 피식 웃었다.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주머니에서 작은 케이스 하나를 꺼냈다. 백호가 눈을 반짝였다.

“얼른 줘!”

“기다려봐.”

“눗?”

호열이 케이스를 열었다. 백호를 닮은 붉은 리본…끈이었다. 백호의 머리 위로 물음표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이게, 내 선물이냐?”

“크흠. 흠. 나참. 막상 하려니 좀 민망하네.”

“응?”

11시 59분을 가리키는 시간에, 백호에 비해 흰 피부인 호열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호열이 손에 쥔 리본끈을 움직였다.

“어…?”

백호의 눈이 크게 뜨였다.

호열의 흰 목 위로 붉은 리본이 매어졌다. 한 걸음 물러섰던 걸음이 앞으로 다가오고, 백호가 움찔한 사이 호열이 말했다.

“네가 가장 좋아할 게 뭘까 생각해봤는데 말이지….”

“…….”

“역시, 나일 것 같아서 말이야.”

“…….”

백호의 얼굴이 터질 듯 붉어졌다. 살짝 붉어진 얼굴이 백호마냥 함께 빨개진 호열이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아무래도 네 생일, 만우절이랑 겹치니까 장난의 의미로 느껴질까봐 일부러 시간을 끌었던 거야. 하지만 자칫 시간이 지나버리면 안되니까 나도 조심스러웠지만….”

호열이 백호의 교복을 잡아당겨 제 쪽으로 당기며 말했다.

“네가 제일 좋아하는 생일 선물, 바로 나야.”

입술이 닿는다. 가볍게 닿았다 떨어진다. 호열이 백호의 손을 잡고 목 위로 매어놓은 리본끈의 끝을 잡게 했다. 살짝 손을 뒤로 빼게 하자 리본끈이 조금 풀린다. 사정없이 흔들리는 백호의 눈을 보며, 호열이 웃었다.

“어때. 내 말 맞지?”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백호에게 다시금 입을 맞춘 호열이 말했다.

“생일 축하해, 백호야.”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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