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짧글

매짧글

글러가 실력을 숨김 (@amazing_0101) /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글러 (@inviciblewrite)

1. 기억이 나지 않아서

당신의 손길이, 눈빛이, 목소리가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토록 소중하던 당신이 오래되어 꺼내지 않은 책이 바래어가듯 희미해진 당신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당신의 존재는 기억나지만, 당신의 흔적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2. 아무튼 내일이 온다

아무리 힘들어도, 내일은 온다. 오늘 나를 포기하지 않으면 내일은 온다. 아무리 나를 포기하고 싶어도 오늘 포기하지 않으면 내일은 온다.아무튼 내일이 온다.

3. 반항하는 법

 반항하는 법을 모르는 아이는, 그저 침묵했다. 늘 반항하지 않았고, 아팠고, 슬펐다. 그리고 어느 날, 아이의 감정이 터져나왔다. 반항하는 법을 모르는 아이의 반항은, 거칠었고 최악이었다.

5. 꿈에서 보았어

꿈에서 보았어. 울고 있던 그 아이를. 그 아이는 너무나도 어렸던 나와 닮아서, 그래서 꼭 안고 토닥여주었어. 그 아이는 곧 환히 웃었어. 기분이 좋더라. ...나 어릴 때도 이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6. 누구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가

당신은 누구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가. 그 사람은 당신의 소중한 사람이었나? 동경하던 사람? 좀 복잡해보이는군. 그래, 그것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당신이 누구의 발자취를 따라 걷든, 당신은 당신만의 길을 걸어나가면 되는 것을.

7. 내가 좋아한 너는 그런 사람이어서

내가 좋아한 너는 아무리 아파도 곧잘 웃어보이는 사람이어서, 웃는게 제일 잘 어울리는 사람이어서… …내가 좋아한 너는 그런 사람이어서. 그래서 너를 못 잊나보다. 그래서 이토록 아픈가보다.

8. 당신과 만나기 한 시간 전

 당신과 만나기 한 시간 전, 마음이 두근거린다. 오늘 너는 나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나는 너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제발, 오늘은 너에게 제대로,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길 믿지도 않는 신에게 빌어본다.

9. 손톱 같은 달 아래

저기 봐. 저 달, 우리 손톱 같지 않아? 너는 달을 한 번 가리키고는 동그랗게 깎인 너의 손톱을 한 번 보았다. 내 손톱은 예쁘게 깎여있지 않아서, 손톱을 깎아내는 것이 습관이 된 나였기에 내 손톱은 울퉁불퉁, 예쁘지 않았지만 너의 손톱을 보니 단박에 이해가 됐다. 이제 다시 달을 본다. 예쁜 초승달이 떠있다. 나는 손톱을 다시 보았다. 이제는 깔끔하게 깎여있는 손톱. 이제 나의 손톱은 초승달 같은데, 지금의 너를 모르는 나는 너의 손톱이 초승달 같은지 잘 모르겠다.

10. 안경을 닦다 세상을 보다

아, 얼룩.나는 안경을 벗어 안경을 닦았다. 서서히 얼룩이 닦여 안경이 깨끗해졌다.햇빛에 비춰 안경을 보았다. 깨끗해진 안경에 괜시리 기분이 좋아지던 그 때, 안경을 통해 하늘을 보았다. 안경을 닦다 세상을 보았다. 얼룩진 세상이 깨끗해졌다.​

11. 너를 사랑하기로 했다

 너를 사랑하기로 했다. 이 어둠 속의 나를 잊는 방법은 이젠 너 하나이기에, 이 어둠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나는 너를 사랑하기로 했다.

12. 가장 중요한 걸 잊어버렸나봐

 가장 중요한 걸 잊어버렸나봐. 어딘가 허전해. 그게 뭐냐고 묻는다면... 글쎄, 할 말이 없네. 그냥 내 감일 뿐이거든. 분명 무언갈 잊어버린 것 같은데... 너는 기억나? 아하하... 그래, 내 기억인데 너한테 물어봐서 뭐 하겠어. 어, 너 표정이 왜 그래? 처음 만난 사람한테 너무 많은 이야기를 했나? 표정이 왜 이렇게 슬퍼보이지? 

13. 달 밤의 고양이

 어두운 집 가는 길. 그 길에서 마주친 고양이 하나. 고양이와 나의 눈이 마주쳤다. 고양이의 눈이 빛났다. 

"...예쁘다." 

 그 말에 화답이라도 하듯, 고양이가 냐앙- 하고 운다. 고양이의 울음소리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고양이에게 손을 주었다. 고양이가 울며 자신의 뺨을 내 손에 비볐다. 어쩐지 하루의 피로가 다 풀리는 것 같았다.

14. 아름다운 어제 지옥 같은 오늘

 어제는 아름다웠고, 오늘은 지옥 같다. 항상 그렇다. 늘 힘든 오늘을 어제와 비교해가며 오늘과 같던 어제를 미화한다. 그렇게 하루, 이틀, 일주일, 일 년이 쌓이니, 내 삶은 후회로 가득 차버렸다.

15. 떠나 온 행성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이제 그만 제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이곳에서 입은 상처가 너무 커서, 이곳에서 더 버티고 있을 자신이 없어서, 이제 그만 제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아마 다시 돌아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시 돌아올 그 날엔, 제가 있던 행성에서 눈물이 아닌 미소로 소중한 사람을 맞는 법을 배워 오겠습니다. ​ 부디, 그날까지 건강히 계시길.

16. 조율이 안 된 피아노

조율이 안 된 피아노에선 듣기 어색한 음이 흘러나왔다. 나는 옆에 같이 있던 피아노 조율용 기구를 들고 조율을 시작했다. 잠시 후, 다시 피아노를 치자 그나마 듣기 좋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우리 사이도 이렇게 잘 조율된다면 좋을텐데.

17. 살아가기 위해 약이 필요한 사람이었습니다

 전 살기 위해 약을 먹습니다. 하루라도 약을 먹지 않은 날이면, 불안해서, 우울해서, 약이 자꾸만 생각나서 미칠 것만 같습니다. 약을 먹으면 그제서야 저에게 안정이 찾아옵니다.  전 저에게 행복, 안정을 주었을 뿐입니다. 그 약은 그저 매개체의 역할을 했을 뿐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욕하던 약은, 저에게 세상의 불안, 우울을 막아주는 방패였습니다.

18. 그 애에겐 날개가 달렸어

 그 애에겐 날개가 달렸어. 그래서 훨훨 날 수 있었어. 그렇게, 내 곁을 떠나갔어. 나는 그 애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어. 나에겐 날개가 달려있지 않았으니까. 자유로워 보이는 그 애의 모습이, 너무 부러웠어.

19. 내 친구는 귀신을 본다.

내 친구는 귀신을 본다. 예상은 했다. 이따금씩 허공을 주시하고 있다거나, 내게는 허공 뿐일 무언가를 보며 흠칫하는 등. 여러 이상 행동을 보였었으니, 의심 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우물쭈물하며 나에게 말을 건넸다.

“있잖아, 나 귀신을 봐.”

- 응, 괜찮아. 나도 보잖아.

나는 그렇게 대꾸하며 네 앞에 놓인 음료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빨대를 쥐어 음료를 휘적이는 움직임에 딸기라떼가 뒤섞이며, 새하얗던 것이 분홍색을 살짝 머금게 되었다. 음료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들어 너를 보았다. 아, 봐. 지금도 내가 아닌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어.

“…지금도 내 앞에 있거든.”

- 아, 저 사람?

네 말에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자 주변을 떠돌고 있는 귀신이 보였다. …그런데 앞이라기엔 좀 거리가 먼데. 그렇게 작은 의아함을 품은 채로 다시 너를 응시했다. 맨 처음으로 보인 건 네 귀에 꽂혀있는 흰색의, 에어팟. 그것이 네 귀를 덮은 검은 머리카락 새로 보였다.

…뭐? 에어팟?

“응, 아무래도 자기를 사람으로 아는 것 같아. …같은 귀신인데 말이야.”

그 말을 하며 너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를 응시했다. 아마 형편 없이 일그러져 있을, 나의 얼굴을.

20. 본디 나는 둘이었다.

본디 나는 둘이었다. 나와 똑닮은 형제가 있었다. 하지만 나와 형제는 하나로 합쳐져 하나가 되었다. 다른 이들은 형제가 사라져서 나 혼자 남은 거라고 한다. 하지만 아니다. 나와 형제는 합쳐졌다.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