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까지 읽었어요

송다빈은 어지간한 건 곧잘 했다.

유통기한: 7화

송다빈은 어지간한 건 곧잘 했다. 얼굴은 세상 의욕 없어 보이면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무던하게 해냈다. 정노을은 게임패드를 조작하는 후배 놈을 쳐다보며 실소를 흘렸다.

'알긴 알았지만….'

"재수 없네, 진짜…."

실언했다. 첫음절을 입 밖으로 냈을 때부터 아차 싶었지만 엎어진 컵에서 쏟아지는 물처럼 마저 흘려버렸다. 정노을은 송다빈의 표정을 살폈다. 녀석의 시선은 여전히 모니터에 붙박여 있다. 변속이 불규칙하게 나타나는 어려운 구간임에도 송다빈의 손가락은 거의 오차 없이 버튼을 눌렀다. 정노을이 켜준 리듬 게임에 몰두하느라 아무것도 듣지 못한 것처럼.

'하….'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정노을은 속으로만 웃음 지었다. 못 들었다고? 그럴 리가 없다. 자기 투수의 신체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 지는 정노을이 더 잘 알았다. 녀석은 그저 듣지 못한 척하고 있을 뿐이다. 왜냐고? 정노을이 그걸 원하니까…. 그래서 사실, 실언해도 상관없었다. 송다빈이 이렇게 나올 줄 알았으니까.

정노을에게 송다빈은 이상적인 투수다. 구종을 몇 개 더 익히고 정확도와 스피드를 올린다면 더 좋겠지만, '제대로 된' 야구부에 입부한 지 몇 달 되지 않았으니 녀석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기대를 걸어봄 직했다. 1등 당첨이 100% 확실한 복권이라고나 할까. 게다가 본인의 순간적인 감정보다 타인의 판단이 우선순위에 있는 투수라면 초 희귀종이다. 이미 컷팅이 반쯤 된 보석이었다. 그것도 정노을의 취향대로.

어디서 이런 녀석이 튀어나왔을까. 정노을은 이런 보석을 숨겨주었음에 섬마을 폐교 위기의 중학교에 깊이 감사했다.

송다빈의 리듬이 미묘하게 어긋나기 시작하자 정노을의 웃음은 더욱 짙어졌다. 마침내 박자를 놓친 ‘것 같은’ 찰나 후, 화면에 선명한 글씨가 떠올랐다. [GAME OVER]. 깜빡이는 [RETRY?]를 힐끗 본 송다빈이 고개를 돌려 정노을을 바라보았다.

“다시 할까요?”

“재밌니?”

특별할 것 없는 정노을의 물음에 송다빈이 눈을 반쯤 내리깔았다. 일견 잔잔한 모습이지만, 정노을은 송다빈의 속이 휘몰아치는 태풍 같을 거라는 사실에 일주일치 용돈을 걸 자신이 있었다. 자신과 함께 대단해질 투수님은 정노을의 기색을 훑고 어림짐작하는 데에 온 심력을 쏟고 있으리라고.

“…아니요.”

이번에도 원하던 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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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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