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3. 그대를 찾기 위한 여정에 올라

[OC] 오로라, 트리스, 에테르

서적 by 매실
1
0
0

의자가 스스로 움직였다. 음식들이 저절로 접시 위에 내려졌고 음식을 품은 접시는 스스로 책상 위 제 자리를 찾아갔다. 아주 자연스럽게 테이블 위는 음식들로 가득 찼다. 의자 두 개가 서로 마주하며 놓여졌다. 한 사람이 그 의자에 와서 앉았다. 공작인 오로라였다. 오로라의 정면에 자리를 잡은 이는 후작인 트리스였다. 두 귀족은 서로를 마주보았다. 먼저 입을 연 쪽은 트리스였다. 그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저를 초청하신 이유가?

오로라는 입을 다물고 트리스를 바라보기만 했다. 트리스는 그 차가운 눈동자가 불편했는지 눈을 살짝 옆으로 돌렸다. 오로라는 그럼에도 트리스를 똑바로 바라보기만 했다. 부담스럽습니다. 트리스가 한 마디를 해서야만 오로라는 차려진 음식들 쪽으로 시선을 내렸다. 오로라는 다시 고개를 들어서 물었다. 6구역 공작님께 이미 들으셨겠지만, 저는 지금 제 형제를 찾고 있습니다. 10구역 공작인 오로라는 자신의 형제인 10구역의 전 공작 에리카를 찾고 있었다. 단지 트리스는 자신을 부른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공작이 후작을 직접 자신의 영지까지 부를 줄은 몰랐으니까.

트리스 후작. 그대가 돌보는 후작이 있다 하였죠. 전 감히 그 후작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습니다.

아이러니네요. 공작님. 그 분의 능력을 알고 계셨습니까?

제 아이들을 무시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트리스 후작.

무시한 것이 아닙니다만…. 예, 실례를 범했습니다. 공작님.

트리스는 돌아가서 바로 연락해보겠다 이야기했다. 하지만 오로라는 어째서인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지금 당장의 답을 바라고 있었다. 지금 당장 베티 후작이 자신에게 협력하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오로라 또한 이것이 예의가 아님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로 오로라는 에리카에게 간절했다. 당장이라도 그를 만나고 싶었다. 당장이라도 그 존재에게 나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다시 마난고 싶었다. 다시 마주하고 싶었다. 정말로. 하지만 에리카는 그의 눈 앞에 돌아오지 않는다. 에리카는 어디로 갔는가? 에리카는 도대체 어디에 존재하는가? 오로라는 금방이라도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은 감각을 느꼈다.

트리스 후작. 부탁입니다.

트리스는 오로라의 마음을 배신하고 싶지 않았다. 결국 트리스는 바로 베티에게 연락하기로 했다. 물론 그 연락도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6구역과 10구역은 가깝지 않으니까. 아마 이틀 정도 걸릴 겁니다. 트리스의 말에 오로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틀간 트리스는 10구역 공작인 오로라의 저택에서 머물기로 했다.


예상보다 베티의 답신은 하루 정도 빨리 도착했다. 트리스는 오로라에게 베티의 서신을 전해주었다. 오로라는 주저할 틈도 없이 서신을 살폈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에리카는 인간계로 떠나 인간의 삶을 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베티가 찾아내어 추정한 에리카의 경로가 함께 적혀있었다. 오로라는 중얼거렸다. 악마의 삶이 뭐가 부족했다고? 오로라는 트리스에게 감사를 표했다. 곧 한 집사가 트리스에게 가방 하나를 가져와 건네주었다.

10구역에서 드리는 사례입니다. 부족하다면 언제든 이야기해주십시요.

감사드립니다. 공작님께 전해드리겠습니다. 형제님을 찾으실 수 있으시기를.


잠깐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오로라 공작님.

익숙한 목소리에 오로라가 고개를 돌렸다. 그는 인간계로 가는 관문 앞에 서 있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8구역의 후작 에테르였다. 형제를 찾아 인간계로 가신다고요. 오로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에테르는 가방 하나를 들고 와서는 그것을 오로라에게 건넸다.

이 안에는 제가 여태껏 정제해낸 마력의 일부가 들어있습니다.

이걸 제가 받아도 괜찮은 겁니까?

그럼요. 공작님이 직접 인간계로 가신다는데. 이 정도의 도움은 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

다른 구역의 공작님들도 모두 공작님이 건강히 돌아오시길 기원하고 계십니다.

오로라는 에테르가 건넨 가방을 받았다. 천재의 도움을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다른 구역의 공작들. 오로라는 미코가 구역을 잘 지켜줄 거라고 믿기로 했다. 서로는 서로의 구역을 넘지 않았다. 하지만 공작이 없는 10구역을 후작인 미코와 유이가 단 둘이서 지켜줄 수 있을까? 그 두 사람, 어쩌면 세 사람에게 맡길 수밖에 없는가. 하지만 오로라는 에리카를 찾기로 했다.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아주 강했다. 꼭 그래야할 것 같았다. 기다리십시요. 에리카. 제가 곧 가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알아두셔야 할 게 있습니다만. 인간계와 마계는 일종의 평행세계격입니다. 그곳에는 다른 형태의 ‘저희’ 가 있을 겁니다.

도플갱어 같은 개념입니까?

그런 셈이죠. 그리고 공작님께서 인간계에 발을 들으시면 ‘인간 오로라’ 는 그 자리에서 죽게 됩니다.

그렇다는 건.

네. 인간 에리카 님도 이미 죽은지 꽤 되었을 겁니다.

오로라는 다시 문 너머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걸음을 내딛었다. 오로라에게는 멈출 이유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 너머 어딘가에 에리카가 있을 것이었다. 그렇다면 나아가야 하는 것 아닌가? 오로라의 손에는 베티의 서신이 쥐여져 있었다. 그는 문 너머로 떠나갔다. 에테르가 그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오로라는 밝은 빛에 시야를 가렸다. 그가 서 있는 곳은 푸르른 초원이었다. 그의 손에 쥐여진 서신을 그는 다시금 내려다보았다. 그래. 처음으로 갈 곳이 정해진 것 같았다. 오로라는 초원 제일 가까이에 위치한 마을로 한 걸음 두 걸음 걸어갔다. 어딘가에 있을 에리카를 만날 수 있기를 빌면서.

카테고리
#오리지널
페어
#Non-CP

해당 포스트는 댓글이 허용되어 있지 않아요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