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쉰

우리

그는 짐승 기르는 축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하…….

한숨인지 조소인지 분간이 안 될 만큼 미약한 음성이었다. 구멍 뚫린 거울을 가져다 놓고 그것이 얼마나 당신과 닮았는가를 열렬히 성토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자니 정신이 그야말로 사나웠다. 당신은 한마디로 성가시다. 웅덩이에 비친 제 얼굴도 똑바로 들여다보지 않고 사는 사람에게 거울을 들이댄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래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관심 없어.

그까짓 구멍이 어찌되었건 어떤 경건한 여자의 이름이 고결하다는 오해 속에 닳아빠지건 말건 그의 안중에는 없는 일이라고. 그리고 덧붙였다. 그 여자가 웃건 말건 나하고 무슨 상관이란 말이야. 웃지 못하는 게 어째서 슬픈 일이냐고. 고작해야 이빨 내놓고 미소 짓는 일이 삶을 조금이라도 따사로운 곳으로 데려다 줄 것 같은가? 착각 말아라. 도망쳐야 할 만큼 삶이 간절한 자가 쉽게 웃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기쁨도 슬픔도 살아가는 일에 비하면 무색하기 짝이 없는 감정이니까.

난 나를 닮은 거울이 필요하다고 한 적 없다. 내 삶을 어딘가에 비추어 보고 싶지도 않고. 네 역할은 거울장이 따위가 아니라 그 망할 입 다물고 내 눈 앞에서 꺼지는 거야. 이야기팔이는 다른 곳에 가서 해.

슬프지 않냐고?

슬프지 않냐고, 루크?

순서가 틀렸다. 값싼 동정에 공감해달라 말하기 전에 먼저 슬퍼본 적 있는지부터 물었어야지. 그 여자도 나도 마찬가지야. 우린 그게 왜 슬픈 일인지조차 이해를 못 하는 족속들이야.

오쉰, 그는 방금 당신 이야기 속의 여인과 자신을 일컬어 ‘우리’라고 했다. 그러나 굳건히 다물린 입매는 그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한 듯하다. 그는 이글대는 눈으로 당신을 노려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리고 꺼질 듯한 한숨을 뱉는다. 기쁨도 슬픔도 필요 없노라 당당하게 말한 주제에 분노는 이토록 선명하다니, 이것이야말로 슬프고 우스운 일이다. 오쉰은 영영 깨닫지 못할 희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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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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