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쉰

사냥

굳건한 믿음은 아니더라도 그는 그렇게 할 것이다

오쉰은 눌어붙은 발자국을 따라 걸었다. 느리고 은밀하고 집요하게.

그는 벗길 가죽이 있고 돈이 될 만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뒤쫓는 재주를 가졌다. 많은 경우에 자신을 사냥꾼으로 소개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사냥꾼이라는 말은 겨우 반쪽짜리 진실이지만 적어도 진실인 절반이 그의 생애를 절반 정도는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러므로 그는 부닌의 상속인이기 이전에 사냥꾼이 되고 싶었다. 무엇을 사냥했는지 밝히는 대신, 그가 무엇을 상속받았는지 고백하는 대신 그렇게 하고 싶었다.

오쉰은 짐승의 발자국과 끈적이는 검은 진액과 나무를 할퀸 발톱 자국을 쫓으면서 생각했다. 지금 그가 하는 것은 사냥인지 추적인지, 사냥이 아니라면 왜 이 짓을 지속해야만 하는지, 단지 짐승을 추적해 죽이는 일과 의뢰를 받고 돈 되는 것을 쫓아 죽이는 일은 어떻게 다른지.

애당초 그가 숲의 감시자가 되기로 한 것은 단지 기약 없이 머무를 수 있는, 그러나 그가 중요한 일원일 필요는 없는 적당히 커다란 보금자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대열에서 그따위 생각으로 숲에 들어선 사람은 오쉰이 유일할 것이다. 그런 고로 오쉰은 마물을 뒤쫓는 지금 이 순간에도 감시자일 수가 없었다. 그는 검 한 자루 달랑 들고 늑대와 맞서는 무모한 사냥꾼이었다.

취미로 자신을 죽이는 버릇이 있는 칼잡이. 그게 전부다.

그런 이치를 오쉰은 거스를 수가 없다. 그는 마법 없는 세상에서 서른여섯 해를 살았다.

그가 마주한 짐승은 죽은 채로 일어서 걷고 있었다. 뒷다리 한쪽은 너덜거려 땅에 딛을 수도 없는 지경이었고 뱃가죽은 다른 맹수에게 물어뜯겨 벗겨져 있었다. 구불구불한 내장과 덜렁대는 뒷다리와 검게 죽은 피 그리고 처량한 울음소리를 이끌고 숲에 새카만 길을 만들었다. 오쉰은 그 뒤를 따라 걸으며 늑대나 여우 들쥐 따위의 울음을 흉내냈다. 짐승은 그에게서 가까워졌다가 다시 멀어지기를 반복했다.

반나절도 못 가서 짐승이 도로 바닥에 누워 헐떡거렸다. 열 흘 밤낮 가리지 않고 늑대를 쫓아 지치게 만든 사냥꾼처럼 오쉰은 드러누운 짐승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대장장이 부닌의 아름다운 검 대신 투박하고 억센 팔을 휘둘러 짐승의 머리를 부여잡았다. 깨갱대는 소리가 애처로웠다.

오쉰이 끌어안은 '마물'이 버둥거리기를 멈췄을 때 그 역시 팔을 놓았다.

이건 사냥이 아니야.

사냥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편이

사냥이 아니었다고 믿는 편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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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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