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쉰

어머니 당신의 뼈는 부드럽습니다

오쉰은 굳은 얼굴로 잠에서 깼다. 꿈에서 그는 살인자였고 부닌의 검을 지닌 채였다.

반 년 간 누구도 돌보지 않은 집은 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그는 거미줄을 치우고 식기와 침구 따위를 정돈한 다음, 밖으로 나와 얼어붙은 땅을 파내기 시작했다. 둔탁한 벽에 부딪치는 소리가 날 때까지 삽질은 계속되었다. 나무로 엉성하게 짠 관을 열자 그 안에 말라붙은 뼈가 남아 있었다. 오쉰은 관을 도로 땅에 묻으려다 곧 생각을 바꾸어, 유골을 하나씩 그러모아 더 작은 함에 옮겨 담았다. 그런 다음 집으로 돌아가 자그마한 풀무에 불을 때기 시작했다. 유골이 바싹 말라 가루로 흩어지기까지는 꼬박 반나절이 걸렸다.

어머니의 골분은 부드럽고 낯설었다. 그리고 한없이 작았다. 죽어서 손으로 돌아온 가족은 어머니가 유일했다. 머리로는 슬퍼할 때라는 것을 알았지만 마음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는 유골이 담겼던 함보다 더 조그만 단지를 찾아 골분을 옮겨 담은 뒤 집터를 떠났다.

어머니를 살해한 자는 오쉰의 유년 시절 기억에도 간간히 등장하는 사람이었다. 이따금 그에게 고기잡이 배를 타도록 허락해 주고는 했다. 그러면 오쉰은 배에 올라 미끄러운 생선을 손으로 만지다 바다로 첨벙 되돌려 보내고 호되게 꾸지람을 들었다. 그는 뱃사람답게 투박하고 호탕한 사내였다. 꼬마였던 오쉰을 한 팔로 덜렁 들어올려 겁을 줄 만큼 힘이 좋았다. 세월이 흘러 연로한 어부가 되었지만 젊은 날 팔팔하던 힘이 어디로 가질 않는 모양이다, 그이에게 자주 신세 진단다, 일 년에 한두 번 고향에 들르면 어머니는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그는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군요, 했다.

그 날, 어부가 여전히 억센 팔로 오쉰의 어머니를 밀어 넘어뜨렸을 때 불행히도 그곳에 깊은 고랑이 있었다. 흥분하지 말고 내 얘기를 듣게. 그건 어머니의 유언이 됐다. 허리를 크게 다쳐 사흘을 누워 끙끙 앓다가 숨을 거뒀다. 살인자가 된 어부는 마을 사람들에 의해 구금되어 모질게 문초를 당하다 죽었다. 오쉰이 고향에 돌아온 것은 그로부터 반 년이 더 지난 후였다. 이야기를 전해듣는 내내 그는 고개를 끄덕일 뿐 가타부타 말하지 않았다. 노여운 기색도, 슬픈 기색도, 놀란 기색도 없었다. 침묵 끝에 그간 성실히 저축한 금화 주머니와 어머니의 골분을 챙겨 돌아갔다.

생각이 바뀌었어. 거래는 없던 일로 해. 꿈 속에서 오쉰이 말했다. 부닌의 검을 주운 건 괜한 짓이었어.

헛소리! 그만한 돈을 어디서 구한다고?

이제는 없어도 되는 돈이야.

육시랄 놈! 알아듣게 말하지 못하겠어!

돈이 필요해서 검을 팔려고 했어. 그런데 이제는 돈 필요할 일이 없으니, 검도 팔지 않겠다고.

돈이 필요 없다는 게 당최 무슨 소리냐니까!

어머니가 돌아가셨어.

…….

…….

우라질! 돈이 충분하니 이제는 검이 탐난다 이거냐! 내 그럴 줄 알았지. 칼잡이 놈들이란!

진정해. 애당초 내 검도 아니었고…… 오쉰은 그 생각이 말로 탈바꿈하기 전에 급히 입을 다물었다.

제기랄. 맞다. 그는 그 검이 가지고 싶었다. 애당초 죽이고 빼앗은 검이니 돈으로 바꿔 먹든 뻔뻔스레 가지고 다니든 다를 게 무언가. 부닌은 죽었고 그는 부닌의 검을 가진 사람인데 그래서 그게 어쨌다고. 친지를 위해 남의 검을 빼앗는 건 괜찮고 내 잇속을 위해 약탈하는 건 틀려먹었단 말인가.

어느 쪽이든 네게는 아무렇지도 않으니 허리춤에 죽은 사람의 검을 차고 이 숲까지 기어들어온 것이지, 오쉰.

칼잡이들이란. 그 끝을 모르는 탐욕이란. 제기랄. 그게 어쨌다고.

여정이 끝나면 검을 버릴 것이다. 거짓말 마시지.

오쉰은 굳은 얼굴로 잠에서 깼다. 부닌의 검이 여전히 허리춤에 매달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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