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교받은 글-예나쨩
싫다냐~ 어둡고 축축하고 냄새난다냐~
조금만 참아. 곧 있으면 귀곡부대가 구하러 올테니까....
물은 충분하다냐?
이틀 정도는...
그럼 됐다냐.
이래서 이번 임무는 가기 싫었다냐. 축축한 동굴 속에서 마물 잡기라니. 모험가가 되면 조금 더 멋진 일을 할 줄 알았다냐. 속았다냐. 유명하지 않은 모험가는 하루하루 먹고 살기도 힘들다냐. 이래서는 오아시스에서 사냥하던 시절이랑 다를게 없었다냐. 활 쏘는게 지겨워서 해본 적도 없는 주술사가 되겠다고 머리가 부서지도록 책을 봤는데 이럴 수는 없었다냐.
거기 있다냐?
응.
내가 이번 임무는 싫다고 했다냐. 괜히 와서 이게 무슨 꼴이다냐.
그건 네가 마법을 마구 써서...
흥이다냐.
... 뭘 그런 눈으로 보다냐? 이런 축축한 곳에 오래 있기 싫어서 마법을 냅다 써버려서 동굴이 무너진 건 내 잘못이 아니다냐. 동굴이 너무 약한 게 잘못이다냐.
그. 다리는 좀 괜찮아?
아프다냐. 하지만 사냥하다보면 많이 다친다냐. 나는 괜찮다냐.
바보같은 녀석이 걱정이나 하다니 옳지 못하다냐. 마법을 쓰는 동안 앞에서 시선을 끌어주기 좋게 큰 녀석으로 골랐는데 착해빠졌다냐. 저렇게 착해서 험난한 모험가 인생 어떻게 사나 모르겠다냐.
귀곡 부대가 오지 않는다냐. 먹을 것은 진작 떨어졌다냐. 체력을 아끼기 위해서 살아있다는 신호만 돌을 두드려 보내기로 했다냐. 바닥에 파인 홈에 물이 가득 찼으니 두드릴 시간이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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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답이 없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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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해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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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답이 없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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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다냐? 살아있으면 제발 땅이라도 두드려봐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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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났다냐. 이대로 가면 둘 다 죽는 거다냐. 나는 오아시스를 나오면서 죽기를 각오했지만 저 착해빠진 녀석은 그렇지 않았으니까 살려야한다냐. 귀신부대인지 잡곡부대인지에게 여기를 알려야한다냐. 침착하게 하는 거다냐. 배웠으니까 할 수 있다냐. 한 번에... 한 번에...!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주술로 천장을 터트렸다고요?
... 그렇다냐.
이상한 가면을 쓴 귀길쭉이가 폭삭 가라앉은 언덕을 보고 고개를 가로젓는다냐. 아니 그럼 죽더라도 가만히 있어야하냐고 멱살을 잡고 싶지만 다리가 아파서 일어날 수 없다냐. 동료에게 달라붙어있던 치유사가 땀을 닦으면서 일어나더니 웃는다냐. 저쪽은 괜찮을 것 같다냐.
나 감옥에 가는 거다냐?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긴급한 상황이었으니 참작할 여지가 있으니까요. 다만... 놀라신 정령님들을 진정시키는 일은 도와주셔야겠는걸요. 묘소를 무너트린 벌 대신으로요.
정령은 또 뭐다냐. 이런 건 저 착해빠진 녀석이 잘 아는데 지금 물어볼 상태가 아니다냐. 필요할 때 쓰러져있기나 하고. 도움이 안 된다냐. 내가 나설 수 밖에 없는 거다냐.
... 그래서 그거 식사는 주는거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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