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부상... 입습니다. 혼날 예정 입니다.
주의 소재 부상, 약한 유혈
해리포터 설정을 좀 빡빡하게 따라가지 않습니다…. 이 점 주의해주세요.
체육계 연인이 있으면 무슨 점이 좋은가요? 힘이 강하다, 지구력이 좋다, 함께 운동을 해준다, 코치처럼 곁에서 지도해준다…. 그렇다면 단점은요? 부상이 잦다….
콸릿 포트스, 콸릿 포트스가 쿼플을 집어넣는 데에 성공합니다…. 콸릿 포트스 130 점으로 펠필리 캐슬배츠를 역전 합니다…. 펠필리 캐슬배츠 팀의 퀸시 레이몬드 선수, 팀을 격려하는 것 같습니다…. ─머글의 기준에서─ 요즘은 보기 드문 구식 라디오에서 열정적인 해설 위원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식기세척기에 차곡차곡 식기들을 넣는 손이 여유롭다. 싱크대 밑 찬장에 놓아둔 세척기 전용 세제를 집어넣는 일도 이젠 제법 익숙해졌다. 워싱업 스펠 한 번이면 끝날 일을 알렉산더는 종종 머글의 기술력을 빌리곤 했다.
주로 시간의 여유가 많이 남거나 퀸시가 출전한 퀴디치 경기에 관한 소식을 접할 때가 그랬다. 시작 버튼을 누르고 문을 닫는다. 푸른 램프가 점등한다. 마른 수건으로 다시 한 번 손을 닦은 알렉산더가 제 몫의 커피를 들고 푹신한 소파에 몸을 뉘였다. 호그와트를 졸업하고 자유를 만끽하기도 전에 뭐가 그리 급한지 퀸시에겐 러브콜이 쏟아졌다. 퀸시는 제 연인인 알렉산더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중요하다고 빈번히 거절했다. 제발요. 제가 얼마 전까지 학생이었단걸 잊지 말아주세요. 저도 자유시간이 좀 있어야죠. 퀸시가 너스레를 떨며 하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일이 엊그제 같았다.
실제로도 두 사람에겐 시간이 48시간이어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학창 시절의 풋풋한 추억으로 끝이 난 사랑이 아니었다. 둘은 동거를 약속했고, 실제로 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문제는, 퀸시 레이몬드의 부모님은 굉장히 극성으로 딸을 아낀다는 점을 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퀸시가 쩔쩔매며 부모님과 그녀의 동생을 설득하는 동안 알렉산더는 백방으로 돌아다니며 집을 알아보고 다녔다. 퀸시와 자신이 꾸리고 함께 눈을 뜰 집…. 집에 반드시 있었으면 하는 것들이 확실하다보니 이것도 꽤 진이 빠졌다.
‘오늘은 또 동생이 널 데려오라는 거야. 둘이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얼마나 진지한 얼굴이던지.’
‘콘넬이? 음…. 단단히 벼른 모양이네.’
‘엄청 당차다니까.’
큭큭 웃는 소리가 얇은 액정 너머로 선명히 들려온다. 아직 스마트폰의 사용에 서툴 적이었다. 지금도 서툴기야 하다만은…. 퀸시는 콘넬이 한 번 야무진 이야기를 하면 얼마나 뼈 아픈 이야기를 하는지 잘 모르는 것처럼 웃었다. 알렉산더는 아직도 콘넬을 단독으로 대할 때면 손바닥에 땀이 축축하게 날 정도였다.
어쨌든…. 퀸시가 말한다. 나른하게 잠긴 목소리를 보아하니 곧 잠들 것 같았다. 엄청 보고 싶어, 알렉. 애정을 담아 달콤한 말을 속삭인다. 귓가가 붉어진 알렉산더가 낯을 붉히며 콧등 끝에 있는 점을 긁는다. …나도 보고싶어. 묵직하고 부드러운 사랑을 담아 돌려준다. 이런 사랑이야기는 언제 얼마나 해도 모자랄 지경이었고, 늘 부끄러웠다. 반칙이었다…. 퀸시도 자기가 예상 못 한 때에 사랑한다 말하면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선 눈도 못 마주치는 걸 알고 있는데…. 지금 그 얼굴이 보고싶었다.
퀸시가 돌아오면 수고했다고 시원한 맥주를 준비해둘까… 그런 생각을 하며 알렉산더가 지금의 퀸시를 떠올릴 참이었다. 라디오가 소란스럽다.
펠필리 캐슬배츠 팀의 퀸시 레이몬드 선수, 퀸시 레이몬드, 펠필리 캐슬배츠의 에이스 수색꾼이 골든 스니치를 향해 날아갑니다! 반대 편에서 콸릿 포트스 팀의 에이스 수색꾼 롯 캔슬록도 이에 질세라 쫓아갑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인데요…. 아─!
퀴디치 해설 위원이 감탄인지 비명인지 모를 소리를 내지른다. 순간의 침묵. 알렉산더는 숨 쉬는 것조차 잊고 다음 말을 기다렸다.
…퀸시 레이몬드와 롯 캔슬록, 함께 바닥으로 곤두박질 칩니다─!! 잠시 뒤에 다시……
목이 콱 막히는 것 같았다. 커다란 절망감이 알렉산더의 머리부터 숨을 쉬지 못 하도록 덮쳐들었다. 귀가 멀게 된 것 같았다.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머리에 해설 위원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퀸시 레이몬드, 바닥으로 곤두박질 칩니다…. 바닥으로…. 곤두박질 칩니다…….
“…우웨엑!”
속이 진탕 뒤집히는 기분이었다. 퀸시는 깨질 것 같은 머리를 부여잡고 스프링처럼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아이고, 골아…. 머리가 윙윙 울렸다. 만드레이크의 비명 소리를 코 앞에서 아주 잠깐 들은 것 같았다. 두개골과 뇌가 따로 노는 기분이었다. 두개골은 앞에 있는데 뇌는 뒤에 있고 그것들이 부딪히는 충격에 또 어지럼증이 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그런 기분이었다.
벌떡 일어난 충격 탓에 코피라도 나는 모양인지 코 밑이 축축했다. 왼손을 들어 대충 슥 문지르니 피가 묻어났다. 내 팔자야… 다시 딱딱한 병원 침대에 풀썩 누우며 퀸시가 한탄했다. 안 아픈 곳이 없었다. 코도 얼얼했고, 눈가도 부은 것 같았다. 정면으로 상대 수색꾼과 부딪힌 기억은 어렴풋이 난다…. 둘 다 빗자루 속도는 있는대로 끌어내고 있었으니 만만찮은 충격이 가해졌으리라. 어쩌다가 부딪혔더라. 자기한테 일어난 일을 떠올리는 사람치곤 팔자가 좋았다.
부딪히기 전으로 시간을 돌린다. 콸릿 포트스가 공격적으로 점수를 끌어올리는 탓에 자신도 꽤 초조해져 있었다. 엎치락뒤치락 하는 승부는 간만이었다. 탁구를 치는 것마냥 너무 빨리 상황이 변했다. 사람들의 열띤 환호와 격려 속에서 자신도 조금만 더 힘내자고 소리 지른 기억이 있다. 아직 골드 스니치가 남았잖아…. 우린 할 수 있어……. 골드 스니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러고보니 골드 스니치는 누가 먼저 쥐었지? 롯과 자신의 사이를 매섭게 갈라놓은 것이 블러저가 아니란 걸 본능적으로 알아챘었다. 롯 역시 노련한 수색꾼으로써 스니치의 뒤를 쫓기 시작했고, 그건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긴 팔을 스니치를 향해 힘껏 뻗는다…. 날개가 손 끝에 닿는 감촉과 함께 스니치는 날렵하게 각도를 틀어 벗어난다. 거센 날개짓에 손 끝이 얼얼했다. 롯에게 날아드는 스니치를 보고 급하게 빗자루를 꺾었다. 롯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제 앞으로 날아온 스니치를 으깨버릴 기세로 양 손을 맞부딪혔다.
황금 궤도가 하늘 위로 솟구쳐 오르는 걸 보기가 무섭게 몸은 이미 스니치를 쫓아 날아오르고 있었다. 팀의 승리가 코 앞에 있었다. 손만 뻗으면 닿을 자리에 정말로 있었다. 혈안이 된 수색꾼 둘이 매서운 맹금류처럼 날아들었다. 손에 퀴디치의 둥그스름한 감촉이 느껴졌다…. 그리고… 몸이 붕 뜨는 감각과 함께 다리가 꺾인다. 롯과 자신이 동시에 외친 말이 문득 떠올랐다. 너 빗자루 개같이……!
드르륵, 쾅. 병원의 모든 환자가 움찔 놀라 돌아본다. 어린 환자는 곤히 자던 잠에서 깨 깜짝 놀라 울음을 와앙 터트린다. 아수라장이 된 병실의 풍경에 환자들이 소란의 원인에게 흰 눈을 흘긴다. 늘 단정히 정돈되어 있던 짧은 머리카락이 잔뜩 흐트러져있다. 거친 호흡을 반복하는 거구의 몸이 덜덜 떨린다. 홉 뜨인 눈이 불안하게 병실을 둘러본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영혼 없는 사과가 불쌍하리만치 떨리는 입술에서 흘러나온다.
회색빛 눈동자가 바쁘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굴러다닌다. 퀸시, 퀸시…. 입술이 달싹인다. 병실의 가장 안쪽까지 가서야 알렉산더는 퀸시 레이몬드를 만날 수 있었다. 제 속도 모르면서 환하게 웃는 얼굴로 알렉! 이라고 부르는 사고뭉치 애인을.
가방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쿵 떨어진다. 알렉산더의 눈가가 벌개진다. 퀸시는 그제야 뭔가 눈치챈 것처럼 뜨끔한 표정으로 어색하게 알렉산더를 부른다. 내가….
내가 엄청 걱정했단말이야, 바보야…. 애처롭게 떨리는 말이 병실을 메운다.
“어, 알렉산더?”
“내가 소식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퀸시, 네가 그렇게 됐단 이야기를 듣고 나는….”
“미, 미안해. 그러려던 게 아니었는데…”
“왜 너가 사과해? 너가 사과할 일도 아닌데….”
큰일났다…. 퀸시는 어색한 웃음을 띈 채로 알렉산더를 올려봤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이 눈을 새빨갛게 만들었으면서 울지 않으려고 애쓰는 얼굴이 애처로웠다. 아, 그래도 말이지…. 퀸시가 어색하게 입을 뗀다. 분위기를 환기 시킬 말이 필요했다. 알렉산더의 두 눈이 울상인 채로 퀸시를 향한다.
“골든 스니치는 내가 잡았다더라. 잘했지?”
“퀸시!!”
퀸시 레이몬드는 그 뒤에도 수 시간에 가까운 설교를 들었다. 한 시간에 가까운 꾸지람은 알렉산더에게, 30분 정도의 꾸지람은 병동 부인에게…. 이렇게 소란스럽게 구시면 안 돼요. 다른 분들도 계시니까 주의해주세요…. 네, 네…. 부인이 떠난 뒤 조곤조곤하게 아삭아삭한 사과와 함께 이어진 설교는 다시 알렉산더에게 들었다.
퀴디치 라는 종목이 가지는 특징만큼, 거기에 수색꾼이란 포지션을 가진 퀸시는 부상이 잦을 수 밖에 없었다. 언제 어디서 날아올 지 모르는 방해 요소를 피해 골든 스니치를 잡는 만큼 몸에 피로도 금방 쌓이는 직업이었다. 알렉산더는 그런 퀸시를 늘 걱정하는 수 밖에 없었다. 퀸시를 믿는 것과는 별개로 부상은 언제 어떤 모습으로 그들을 찾아올 지 몰랐으니까. 요즘엔 부상을 입는 일이 적어져서 잠시 마음을 놓았더니 바로 이런 꼴이다.
알렉산더가 깎아주는 족족 입에 사과를 물고 있는 퀸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입에 사과가 들어차는 속도가 자기가 삼키는 속도보다 더 빨랐다. 심란한 알렉산더의 마음을 대변하듯이 접시에는 산더미 만큼의 사과들이 쌓이고 있었다. 대체 사과를 얼마나 가져온거야?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다. 아까 전 가방이 떨어질 때도 엄청난 소리가 들린 걸 보면 집안 살림살이는 다 가져온 게 분명했다. 적어도 일주일은 함께 지낼 수 있을 만치의 짐을 가져왔을거라고 퀸시는 예상했다.
킁…. 코 훌쩍이는 소리가 난다. 퀸시는 부러지지 않은 왼손을 뻗어 알렉산더의 눈가를 어루만졌다. 아까 전의 설교로 기력을 많이 쓴 듯 알렉산더는 거뭇해진 눈가로 퀸시를 바라봤다.
“이제 다 울었어?”
“안 울었어….”
“그래, 그래.”
나 좀 안아주라. 손이 이래서 안 돼. 부목을 댄 오른손을 들어보이며 퀸시가 씩 웃었다. 알렉산더는 한숨을 쉬며 퀸시의 금 간 갈비뼈나 자신이 모를 상처들을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안아줬다. 퀸시는 그나마 멀쩡한 왼손으로 현재 자신이 할 수 있는 만치 손을 들어올려 알렉산더의 등을 토닥였다. 부상 휴가가 나올거야. 알렉산더가 퀸시의 말에 귀 기울인다. 또 이상한 소리를 하면 따끔하게 혼내줘야지.
“그리고 리그 마지막 경기도 끝났으니 일정도 널널할거고…. 여행이나 다녀오자.”
“몸도 다 안 나았으면서 벌써 놀 생각은….”
“이런 건 미리미리 짜놔야 해.”
“말은 잘하지.”
퀸시가 알렉산더의 품에 고개를 부빈다. 하얀 백발이 알렉산더의 옷에 사락사락 소리를 내며 흐트러진다. 어디로 여행을 갈 지 후보지를 말하는 목소리가 밝았다. 알렉산더는 문득, 후보지들이 하나같이 알렉산더가 한 번 쯤은 가보고 싶다고 말한 곳들이란 걸 알아챈다. 이유도 얼추 맞아떨어졌다. 그 곳에서만 나는 특산물을 이용한 요리가 독특하단 이야기를 들어서, 향미가 독특한 와인이 있다길래….
퀸시가 혼자 생각했다면 거기서 끝내주는 퀴디치 경기가 열린다거나 다른 퀴디치 팀의 연습 경기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단 이유가 대어졌을 거다. 퀸시도 나름대로 자신의 눈치를 보는구나 싶어 설핏 웃음이 났다. 놀러가서 요리하면 좀 그렇잖아. 그러니까 호텔도 조식이 맛있는 곳으로…. 조잘조잘 말하는 퀸시의 뺨에 입 맞춘다. 갑자기 닿은 감촉에 퀸시의 귓가가 붉어지고 맥이 빨라진다. 입을 꼭 다문 퀸시가 놀란 눈으로 알렉산더를 바라본다.
너랑 가는 곳이면 어디든 좋아. 사랑이 가득 담긴 잿빛 눈이 반짝인다. 그 안에 담긴 감정은 진실이다. 잿빛 눈이 분홍빛으로 물들 정도로 새하얀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어가는 게 보인다. 아, 자기가 보고 싶어하던 그 얼굴이다. 가, 갑자기 무, 무, 무슨 말을…. 말을 더듬으며 고장난 것처럼 구는 퀸시를 보며 알렉산더가 소리 내어 웃는다. 이번엔 자기가 퀸시를 놀래킬 차례였다. 자기가 놀란 만큼 아주 오래오래 놀릴 참이었다. 여행을 갈 계획은 아주 오래 짜는 게 무슨 일이 생겨도 즐거운 여행이 될 가능성이 높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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