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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 by 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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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같은 상황이다. 돌아오는 사람이 있으면 또다시 사라지는 사람이 있다. 심지어 이해되지도 않는 방식으로 사라져선 이해할 수 없는 모습으로 돌아온다. 단순히 인간의 범죄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인식 너머의 것이 되어 다가오자 꽃밭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술렁술렁… .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 솟구치는 분노를 가라앉히고자 하는 사람, 그저 이 상황을 받아들일 뿐인 사람들이 모두 한군데 모여 머릿속을 헤집는 듯한 기분이 든다. 등과 얼굴이 따끔거리기 시작한 걸 보니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았다. 외면했던 긴장감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동 부장에게 벗어준 가디건이 사라진 탓인지 알 수 없는 한기가 들어서 몸을 웅크리고 앉았다. 접은 무릎을 감싸 쥔 왼손 약지에서 결혼반지가 존재감을 내보인다. 반지를 문지르던 성식은 충동적으로 반지를 뺐다. 엄지와 검지 사이에서 구르는 반지 사이로 혼란한 공간이 비친다. 시선을 그 사이로 흘리다가 문득 말한다.

“여기서 나갈 수 있을까요? ”

과연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아이든, 아내든. 혹은 사라진 익숙한 미소라던가.

아니면 지킬 수 있을까. 부질없는 내기나, 몸이나 축낼 술 약속 같은 것들을….

어쩌면 아무것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떠넘기듯 안겨준 고양이 인형이나 찢어질 것을 상정한 후줄근한 바지, 아무 의미 없이 주머니에 남은 저주 인형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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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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