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題

안녕, ...그런 인사는 못해.

자캐 로그 by 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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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이 흐릿하다. 종일 멍멍한 귀가 돌아오질 않는다. 만신창이 된 몸에 뒤척이다 숨쉬기 불편해질만치 고통 찾아오면 그제야 움직임을 줄인다.

삶과 죽음 그 경계선에 서서 고개를 돌린다. 잠시도 파고들 순간 없게 하려 했건만 어쩔 수 없이 떠오르는 친구들의 마지막 모습. 눈을 감고 일어나지 않는 아이들. 우는 친구들. 그런 아이들을 달래러 다니는 또다른 친구들.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한 건 실감이 안 나서일까 저도 곧 그리로 갈만치 힘들어서서일까. 어느 쪽이든 나약하기 그지없다.

“…이럴 때 혼자 있으면 별 잡생각 다 나던데.”

고통은 인지의 영역이라 누가 말하였던가. 아픔 꾹 눌러내며 괜찮다, 괜찮다 말하고 다닌 것이 화근이었을까. 괜찮지 않은 몸에 정말 괜찮다 스스로도 생각이 드니.

꽉 쥐었다 생각했던 주먹에 힘이 들어갈 줄 모른다. 움직일 기력마저 없어 바깥을 바라보면 밤하늘인가. 지금쯤 달도 별도 없이 어두운 밤길에 너희 있을까. 많이 무서웠을텐데. 아팠을텐데. 극한에 몰린 감정을 이해할 수 없다. 내가 뭐라고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을까. 당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을. 불신, 슬픔, 두려움, 당황, 분노, 절망, 부정- 그 모든 것이 머리를 휩쓴다. 임계점을 넘어선 그것은 하운을 깊숙히도 짓눌렀다.

이래서 애정이란 건 너무 크다. 버거운 모든 것에 저항하느라 질식하려는 제게 빛을 보여준다. 그리고 빼앗지. 상실했다는 걸 알아버리는 순간 무지하고 무력하게 만들어 버린다.

“하하…. 가관이네.”

제꼴을 봤다면 그 아이들이 뭐라 했을까. 잔소리를 늘어놨을까 걱정을 했을까. 화를 냈을지도 모를 일이지…. 상상해봐야 그것은 그저 제 머릿속에서만이 펼쳐지는 광경이었다. 아무도 알지 않고 아무도 답을 주지 않는.

“도사면 뭐해. 정작 보고픈 혼은 볼 수 없는데.”

닳아버린 체력에 감기는 눈은 거부할 수 없었으나 다시금 부유하는 의식 속에 그는 깨어나기를 거부했다. 마주할 현실은 한번 더 상처를 헤집어 놓을테니까. 이런 저를 깨우지 않을테니 지금만큼 아파서 다행이라 생각이 든 건 처음이었다.

수많은 장면이, 추억이, 행동이… 떠들썩했던 아이들의 목소리가. 필름의 끝 보이지도 않고 흘러나오기만 한다.

“너도 몸 상태 잘 살피고 챙겨.”

바보 같은 서문영. 너를 그렇게 챙겼어야지. 갈 때 꺾고 가라니까 끝까지 말을 안 들어.

…‘끝’? 끝이 이럴 때 쓰이는 게 맞던가. 이렇게… 슬픈 단어였어?

끝이 시작이라는 말은 틀렸다. 우리에겐 끝과 동시에 마주할 시작이 없다.

“서로 약속 잊으면 안돼요…. 저도 안 잊을테니.”

잊지 않을 사람이 없어졌다면 어떻게 해야하지. 우리의 약속이 어디까지 유효한거야?

난 모르겠어. …무서워.

수십통 연락을 걸어도 부재중으로만 이어진다.

“여기에서 천천히 새로운 목표를 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그렇게, 새로 시작해보려는 거 아니었어? 하고픈 걸 찾으려 했는데.

… 어쩌다 결말이 새드엔딩이 되었지.

다음을 이야기하고 싶다. 함께.

“사흉수같은거 빨리 끝내버리고 간만에 술이나 한 잔 할까?”

웃으며 말하던 사람은 어디가고 내 앞에는 잔 두개만 남았을까.

…억울해. 왜 너희였지?

나는 억눌린 숨을 삼킨다.

눈을 떠도 사람은 없다. 돌아오지 않은 아이들이 필요한 밤에, 아무도 없다. …아무도.

빌어먹게도 잔인한 세상이 끝내 행복을 찾아가는 너희들의 삶조차 삼켜버린다. 그까짓 이타성이 뭐라고 사지로 몰아넣은 이들 구하려 다시 애쓰고 있다는 점이 … 억척스럽다 해야할까 허탈하다 해야할까. 끝내는 제 숨통을 억죌 손들조차 기껍게 받아들이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이것은 강박과도 같다. 그런 내가 싫어진다.

—나의 세계는 잿빛으로 화하고 안에 있던 애정하는 아이들은 그 속에서 나오지 못한다. 닫혀버린 문 너머에 머무른다.

받아들이지 못했다. 4명의 친구들은 영원히 밤에 살게 될 것임을….

그리하여 나는 무너지지도, 해지지도 않은 채 기약없이 그들을 기다린다.

서문영 천여울 민월아 현온이.

다정하고 따듯한 눈꽃의 아이들.

…이제 아프지 말아.

숨죽인 슬픔이 터진 상처의 핏방울과 함께 흘러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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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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