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송하운 12학년 과제

“교사가 아니라 경찰을 하겠다고?”

진로상담을 하러 갔던 날, 선생님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하고선 물어보셨다. 당연하다면 당연할까. 이제껏 다른 길은 별로 생각하지도 않는다는 듯이 매번 ‘나는 선생님이 될거야.’ ‘아이들을 지켜주고 싶어.’ ‘알려주는 직업이 좋아.’ 말하고 다녔던 아이가 성인이 되기 직전에 꿈을 바꾼다면 저라도 그러했겠지. 지화관 선생님께서 물었다. 왜 경찰이 되기로 한거니? 이유가 있을까? 하운은 정해진 답을 이야기 하는 듯 대답한다.

“선생님은 손을 뻗을 수 있는 공간에 한계가 있으니까요.”

“그것만이 이유는 아닐 것 같은데.”

선생님께선 기다리셨다. 경찰을 택한 이유가 거기서 끝나지 않는 것을 확신하시는지 미소를 띄우고 바라보셨다.

“우는 사람을 보기 싫어요. 특히나 본래 가졌어야 할 일상을 잃은 사람들이 우는 건 더더욱.”

“….”

“제가 잃어봤으니까, 다른 사람들은 그러지 않게 도와주고 싶어요.”

담담하게 말씀드린 진실에는 건드리면 터질 상처가 존재했다. 하운은 우는 것이 싫었다. 우는 사람도 싫었다. 슬픔에 기인한 것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싫었다. 그러나 동시에 알았다. 우는 것도 기댈 구석이 있어야 울 수 있다고. 억지로 숨을 멈추고 울음을 참고 의지를 잃은 채 가만히 있어 보았기에 알았다. 잠시간 아무것도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하운은 필사적으로 죽은 이들을 찾으려 했다. 불타버린 사진들과 기억 속 사람들을 의식적으로 머리에서 계속해서 상기시켰다. 하운은 울었다. 짙게 깔린 슬픔에 바위처럼 짓눌려 그리워 할 자격없는 저를 향한 비난만을 쏟아냈다. 첫 번째 가족을 잃었다. 두 번째 가족은 잃어간다. 이제 남은 세 번째 아이들은 어떠할까…. 무서운 생각만이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돌아온 지화관은 여전히 웃음이 있었다. 청운관은 조금 성숙해졌어도 장난기 있는 아이들이 많았고 자신이 힘들어도 남을 걱정하는 다정한 아이들이 있었다. 하운에게는 마지막 남은 보물인 아이들.

몇몇 친구들에게 타임캡슐을 제안했다. 그 안에 들어갈 나의 것은 이제 너희와의 추억이 되겠다.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지키고 싶었다. 아끼고 사랑하고픈 내 상냥한 보물들. 아이들에게 무슨 일 생길 때라면, 그 기사들 멀리서 접하게 될 때라면, 덜컥 발을 움직일 수가 없다. 신경이 쓰여서, 걱정이 되어서. 괜찮다 말하는 아이들에 아무것도 묻지 못하고 그렇구나 받아들이는 것 밖에 하지 않는 자신을 하운은 싫어했다. …무력감은 진절머리가 났다. 그럴 때면 무리를 해서라도 조금 더, 조금만 더… 뭐라도 쥐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 …엄마. 저를 위해 타인을 살리는 건 안 좋은 일일까요…?”

“….”

사람은 ‘나’를 찾아간다. 타인에게서, 스스로에게서. 그러나 하운은 ‘나’를 ‘우리’에게서 찾아냈다. 어쩌면 평범하게, 아무 일도 없이 자랐더라면 무언가 달랐을까? 인생에 가정법이란 것이 없듯 어쨌거나 지금은 타인을 위해 존재했다. 적어도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했다. 모순적이게도 그것이 하운을 살리는 방법이었다. 내가 남을 위해 행하는 일이 그들을 웃게 만든다면 충분했다. 고로 그는 타인의 행복을 위해 살아갔다.

그러나 그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너희’가 아닌 ‘우리’를 원하고 ‘네’가 아닌 ‘너와 나’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언제나 장난스럽지만 저를 태우는 듯이 행동했던 큰 형, 한세준. 요즘따라 그의 모습이 자꾸만 하운에게서 보인다며 남매들은 그 사실을 무서워했다. 하운만큼이나 상실을 겪은 동생들은 더이상의 불행을 바라지 않았으므로.

환한 너희를 바라는 마음에 ‘송하운’을 데려다 넣는 그것이 너무도 당연스럽다 이야기한다. 더해 제 두려움을 이해해주는 친구도 있었다. 기꺼이 저들을 내어주겠다 말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앞으로도 일상을 함께 해준다 미래를 이야기하는 말들….

그런 그들을 하운은 사랑했다.

그는 슬픔이 싫었다. 행복하고 싶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바랄 한 가지를 원했다.

마땅히 웃음 짓기를 바란다.

‘우리’가.

이제부터 걸을 길은 ‘너희’ 아닌 ‘우리’를 보며 걷는 길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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