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님,
네가 웃음 머금을 날을.
네가 말해준 날의 밤을 상상해본다. 갓 태어난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웅성이는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들의 소리. 그 위로 반짝이는 많은 별들. 가히 몽환적이고 새 생명의 탄생이라기에 전기적인 이야기의 시작점을 알릴 법한 장면이라 말해보겠다.
“그럼 월아 이름은 달이고 탄생은 별이었네. 달님, 달님, 했더니 사실은 별님도 겸직하고 있었던걸까. 그럼 행운의 7월 7일. 기억해둘게. 내 생일이랑 거의 1달 차이라 기억하기도 쉽겠다. ”
당신의 진짜 생일을 들은 하운은 언제나와 같았다. 달라진 건 6월 24일에만 있었던 파티와 선물을 7월 7일에도 준비하기 위한 계획을 생겨두는 것 뿐이었다. 하운에게는 그저 축하하고픈 날이 하나 더 늘어난, 그런 일이었기에. 그래서 어릴 적 물었던 말을 다시 한번 묻는다. “이번에도 달케이크겠지? 어떤 선물 받고 싶어?” 하고. 이번에는 두 배 이벤트 되는 첫 해니까 받고 싶은 것 정말 마음대로 말해달라 이야기했다.
저 또한 당신의 의심이 한순간에 사라지기는 힘들다는 것을 안다. 그러했다면 그건 의심이란 말에 감싸이지 않았을테니. ‘의심’ 위에 ‘안심’을 겹겹이 쌓아나간다. 언제고 다시 나올 수 있는 그 감정을 불안해하지 않도록. 두려워 움직이지 못하게 하지 않도록. 그것이 지금 제가 당신에게 해주어야 한다 생각한 목표이고 도전이었다. 그런 당신이 제 말을 듣고 쏟아내는 눈물은 마음의 응어리 쏟아내는 것이라. 이전처럼 당황스레 보지 않고 다정히 안아 상처를, 흉터를 도닥인다. 규칙적으로 쓰다듬는 손길하며 귀로 들어오는 진심 어린 마디마디를 담아놓는다.
“…그래. 그랬구나. 많이 힘들었구나. 많이 서러웠구나. 많이… 외롭고 슬펐을까….”
하운은 당신의 감정을 입에 담기를 주저했다. 과연 제가 해도 괜찮은 말일까 하여. 지금이야 다가가 달래주려 한다해도 어린시절, 묻지 않고 넘겼던 그 버릇 여전히 남아있어 저는 선을 알지 못한다. 정하지도 못한다. 그렇기에 언제나 조심에 신중을 가하는 방법이 전부였다. 울고 있는 당신 위로 하나, 하나… 국지적인 눈이 내린다. 오랜시간 묻혀 있어, 꺼내지 못해 형태를 이루어버린 그것은 비가 아닌 눈이 되었다. 저는 감정의 눈을 담아내어 흘려보낸다. 다시 돌아올수도 있지만, 일단은 날려보낸다. 아주 조금이라도. 그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 겨우내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몇 번이고 민월아의 곁에 자리해 있는 것.
대답하는 것.
“우는 법 까먹으면 다시 알려줄게. 슬플 때, 힘들 때는 다시 이렇게 펑펑 울고 담아둘 것 담아둘 수 있게. 그러니까 우리 그때까지는 행복하자. 실컷 웃고, 하고싶은대로- 애정 받고 싶은대로.”
“도망치고 싶으면 도망쳐도 괜찮아. 그것도 방법이니까. 네 탓을 하게 될 즈음에, 데리러 갈게. 네가 포기할 것 같을 때 등 뒤를 지켜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다시 상기시켜줄게. 그렇게 하면 네 말대로 언젠가는 알 수 있을거야.”
그러니까, 하고 싶은대로 행복을 걸어.
월아에게 하고픈 말을 한 하운은 쥔 손의 힘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인다. 줄곧 버리지도, 어디 가지도 않고 네 곁에 자리하겠다고. 그렇게 맹세한다. 네가 행복이란 단어의 끝을 볼 수 있을 날까지—우리는 과연 어디까지로 그것을 정의할까—. 아마 한평생이 걸릴 터였다. 그러나 저도 믿고 있기에. 언젠가는, 이라고.
“그럼 나중에, 같이 너의 작은 별님들 만나러 가면 같이 물어보자. 네가 축하해주고 싶다고 하면 모두 기뻐할거야. 나도 지금 이렇게 기분 좋아지는걸.”
“화해는, …음. 응. 열심히 해볼게.”
어쩐지 제 눈앞에 잔뜩 성이 난 동생들의 얼굴이 벌써부터 보이는 것 같았다. 아, 이런. 한 소리 들을 제가 생생하다. 언제 예언능력을 얻었던가…? 실없는 생각이나 반복하며 대답 아닌 대답을 했더랬다. 불확실에 답을 내리기란 힘들지만, 반대로 확실하지 않기에 우리는 답이 정해지지 않은 문제에 어떤 정답이든 낼 수 있을테니까.
“…조금. 사실 많이 무서웠어.”
얼굴보다는 제게 와닿는 느낌이, 철렁했었다. 당신과 저는 똑같은 겁쟁일지도 모른다. 저도 버려질까 두려워하면서도 붙잡기를 멈추지 못하는 사람이니까.
“내가 화를 내지 않는 건 네게 화를 낼 이유가 없으니까. 어릴 때부터 잘 내지 않았어. …궁금해?”
상냥한 달님아,
부디 달님은 달님만의 빛이 있다는 걸 알아줄 날이 오기를.
그는 감히 지상 달님의 소원을 듣고 대답해줄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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