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썰 독백로그
(*반복재생으로 들어주십사..!)
어쩌다 이리 되었나. 닿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속삭일 수 밖에 없었다. 대답해줄 수밖에…. 당차고 강한 사람이었는데, 어찌 이리 망가졌는가.
…사실은 알고 있다. 그리하여 후회한다. 저의 생각없이 치기 어린 행동이 떨쳐지지 않았던 걸까. 그러게 왜 죽어선. 인상이 찌푸려진다. 모든 것을 통과해버리는 손이 주먹을 쥐고 쥔 주먹에는 생전 언월도 휘두르던 장대한 힘이 들어간다. 살아 있었다면 손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졌을게 분명하겠지.
나로인해 네가 이토록 슬퍼할 줄 알았더라면, 받아주지 말걸 그랬던가. 그런 생각도 해보았다. 멍청이 같은 소리였지. 그렇게 상처 받을 너의 마음은 생각하지 않았던 바보같은 생각이었으니까. 또한 나도 그러고 싶진 않았다. 지냈던 모든 행복한 순간을 허상으로 만들어 버리는 짓은, ….
그러나 무섭다.
생전 일어났던 전쟁도 공포의 극치였으나 지금의 네가, …더 무섭다. 여기서 더 무너질 수 있나. 그렇게 되면 넌 어떻게 되는거지? 누군가에게는 ‘겨우’란 단어 붙을 수 있는 것이 내게는 한없이 무섭고 두려웠다. 그에 나는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 또한.
“천추… 어디있어요?”
“난 기약 없이 네 곁에 고여있을텐데,”
“나, 난 아직 여기 있는데….”
“그럼에도 닿지 못하겠지.”
“천추,”
“미안해, 연아. 나는 결국 이도저도 못하게 널 물어뜯으며 존재하네….”
“…미안해.”
끝없이 사과를 건넨다.
네게 속죄한다. 미안해.
용서를 구하지 못한다. 미워해도 돼.
그리고 이 인연을 잠시 묻어둔다. 날 사랑하지 말아.
—떠나간 이 그려, 너를 괴롭히지 마.
제가 죽는 순간 쥐고 있던 언월도를 그러안고 머리를 부여잡은 이에겐 잔인할 말을 한다. 어차피 전해질 수 없겠지만. 듣는다 해도 넌 화를 낼지도 모르겠다. 다신 보지 않겠다 선언을 할까. …그럼에도 네가 이리 힘든 것보다야 낫지 않나 생각을 한다. 나를 놓고 편해질 수 있다면, 그렇게 했으면 했다.
그러나 이 말 만큼은 들어주지 않을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알아서, 무겁구나.’
.
.
.
우리의 경계선은 넘지 못할 곳에 있으니 나는 그 선을 네가 넘어오지 않기를 바랬다.
밥을 먹지도, 자지도 않고 오직 복수에만 전념하는 널 보며 위태위태 했던 까닭은 난 아직 네가 내게 닿기를 원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눈을 감으면 떠오를 관통하는 철의 아픔, 고통. 시야가 꺼졌다 돌아왔다를 반복해도 베어넘겨야 하는 힘겨움. 혈이 흘러도 움직여야만 하는 다리. 그렇게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전장. 끝내 느껴지는 흙바닥의 감촉. 그런한 것들을 너는 아직 느끼지 않았으면 했다. 부디 천수를 누려야지…. 그러나 너는 아무리 곁에 말해도 들어주지 않았다. 들어줄 수 없었다.
그렇게 마지막이 왔다.
나는 네 마지막에 관여할 수도 없이 그저 눈에 담는다. ‘북극성’은 눈물을 감춘다. 눈을 감지 못해 허공으로 흩어지도록 둔다. 무력감에 휩싸일 틈도 없었다. 고개를 숙인다. 그러나 다시 고개를 들고야 만다. 나의 업에서 눈을 돌리지 못했다.
“하하….”
웃는 모습이 왜이리도 가슴이 아픈지. 저 모습을 보여달라 그리 애원했건만 기쁘지가 않다.
….
눈을 떠 보는 것은 네 멈춰버린 시간이 아닌 고여버린 바람이길 바랐기에 나는 네 앞에 선다.
그렇게, 우리가 다시 닿고 감은 눈이 뜬 눈이 되어 울음을 토해내는 시간에 나는 너를 다독인다.
우리의 윤회에 너는 다시 힘들지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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