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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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선 차가운 눈이 내렸다. 마치 누가 들이붓는 것처럼 쉴틈없이 내려오는 눈을 보던 류건우는 걸음을 바삐 해 몇 번이고 와 보았던 집 앞에 섰다. 눈이 오면 날이 좀 더 따뜻하다던데, 류건우는 걸어오는 동안 날이 좀 따뜻하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그 대신 너무 추워서 감각들이 꽁꽁 얼어버린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은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뇌 얼어
어째서인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 일을 언제 한번 겪어 본 것 같은 기분. 맑은 하늘 아래 류청우가 빨리 가자고 웃으면서 손을 내밀고, 나는 그 손을 잡으며 웃었던 일. 그렇게 움직이는 동안 잠깐잠깐 눈을 마주치며 웃는 일. 카페에 도착하면 나는 아메리카노를 시키고, 류청우는 딸기요거트 같은 걸 시켜놓고 너무 달다며 내가 시킨 아메리카노를 뺏어먹으며
청우는 오랜만에 들린 본가에서 가볍게 짐정리를 하다가, 이상하게 눈에 들어오는 아주 낡고 빛 바랜 공책 한권을 뽑아들었다. 삐뚤빼뚤, 엉성한 필체로 적힌 자신의 이름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 먼 시절의 자신을 귀엽다 느끼게끔 하기엔 충분했다. 이땐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으려나. 물론 어렸을 때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상상에 잠겨 신비로운 이야기들을 떠올리고 살진
한때, 인어를 잡는 것이 꿈이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인어란 본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고, 호기롭게 시작했던 도전은 결국 방향을 틀어 비슷한, 그러나 한참은 다른 물고기를 잡는 것으로 적당히 타협을 보았다. 혹자는 이 꼴을 보고 아직도 꿈을 버리지 못 한 어리석은 이라며 손가락질 하기도 했지만, 따지고 보면 별로 틀린 말도 아니었기에 청우
"아직 거절할 때 내 이름 대는 구나." "그게 제일 잘 먹히니까요." "...그럼 내가 좋아한다고 고백하면 어떻게 할 거야?" "...선배 남자 안 좋아하시잖아요." "좋아하는데. 너." "나랑 사귀자." 고등학교에 입학한 지 한 달이 조금 넘었나 싶은 무렵, 박문대는 벌써 세 번째 고백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박문대에겐 조금 스트레스였
그날은 3월 초, 아직 겨울에 가까워 봄이니 뭐니 그런 건 생각조차 나지 않는 추위에 벌벌 떨며 강의실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였다. 박문대는 유독 소란스러운 강의실에 의아함을 느끼고 내부를 둘러봤을 때 마주친 눈에, 저 사람과는 절대로 엮이지 말자 다짐했다. 별 이유는 아니고, 눈을 마주하자 심장이 커다란 충격을 받은 것처럼 잠시 멈춘 것 같은 기분이 들었
벌써 몇번째였더라. 접어야지, 다짐을 했던 횟수가 이젠 도저히 셀 수 없을 만큼 늘어났다는 사실을 문뜩 깨달은 박문대가 심호흡을 하는 척 한숨을 내쉬며 손바닥에 새겨진 손톱자국을 내려다 보았다. 이건 또 언제 이렇게 자랐냐.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를 만큼 바쁜 일상 속에서, 유일하게 그 흐름을 인지하게 하는 것이 이런 보잘것없이 작은 손톱이라는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