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비성한이 로코임을 증명하기 위한 발악
얘네 로코임 여튼 그럼
성한의 애인은 눈물이 많아도 참 많았다. 어느 정도로 많았냐 하면,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면 곧바로 눈물이 고이기 시작하는 그런 정도였다. 그런 연인을 가장 많이 울린 장본인이 바로 본인이었으니, 입이 10개라도 할 말이 없었으나 성한은 그것에 대해 단 한 번도 제 잘못이라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당황하는 것도 한두 번이어야지, 금방 엎어져 훌쩍거리는 소리를 내는 연인이 이제는 일상처럼 느껴진 탓이었다.
이번에는 무엇 때문에 저 지경까리 이르렀던가, 성한은 머그에 담긴 커피를 한 모금 머금고는 보고 있던 신문을 접으며 회상했다. 연락의 문제였던가. 저번 주부터 시작된 군 장교 감찰이 꽤 바빴다. 출근을 하면 휴대폰을 확인할 새도 없었고, 일은 자꾸만 길어져 야근이 잦아졌다. 거기에 더불어 외근으로 장교들과 식사까지 하고 오면 진한 술 향이 옷에 남아있기 일쑤였다. 그런 자리에 도가 튼 성한으로서는 적당히 취기만 돌도록 조절했지만, 세라비아의 눈에는 영 불안했던 모양이었다. 연락도 없이 늦어지는 귀가에 술자리까지, 불만을 가질만한 것은 이해가 되었지만, 그 모양새가 남편의 바가지를 긁는 아내 같아 조금 우스웠더랬다.
적당히 세라비아가 안심할 수 있도록 꾸며낸 대답에도 세라비아는 확신을 얻고 싶어했고, 진전없이 단순히 반복되는 문답에 화가 나 또 다시 욱하길 몇 번째, 결국 세라비아가 먼저 그렁그렁 다시 눈물을 달고야 만 것이다.
처음에는 울음기를 참아보려 차분하게 내뱉는 말에 흑, 같은 격양된 숨소리가 섞이는 게 전부였다면, 점점 갈수록 눈물을 참기 힘든지 상체가 들썩였고, 문장이 거의 완성될 쯤에는 이미 눈물 몇 방울이 뺨에 맺혀있었다. 숨을 들이쉬는 사이사이마다 단어가 끊겼고, 쇼파 아래에서 저를 올려다보는 눈망울이 물기에 맑았다. 그런 상태에서도 제가 한숨이나 지으며 신문이나 펼치자, 결국 또 다시 엎어져 훌쩍거렸다.
수많은 이런 사태에 성한은 이제 알았다. 저 울음이 가짜 울음도 아니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라는 걸. 마치 제 화처럼, 쉽게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았다. 뭐가 그렇게 억울하고 속상해서 눈물이 그렇게 많을까. 가만히 두면 탈수가 올 것 같이 울어대는 제 연인이 성한은 참 신기하기도 했다. 언제나 매사에 그토록 모든 마음을 다하며 살면 피곤하지 않을까. 성한은 훌쩍거리며 계속 눈물을 흘리고 있는 연인을 앞에 두고 하기엔 괘씸한 생각들을 이어나갔다. 제 눈물샘과 세라비아의 눈물샘을 합쳐 반으로 나누면 딱 좋을 텐데.
성한은 세라비아의 우는 소리가 아무리 일상적이고 귀엽다―성한은 아주 자연스럽게 누가 들으면 기겁할 생각을 했다―고 해도, 계속 저리 두면 정말 탈수가 올 때까지 제 몸의 모든 수분을 눈물로 뽑아낼 것 같아 이젠 달래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세라비아.
활화산 같던 분노가 지나가고 차갑게 식은 것 같은 성한의 목소리에 엎어져있던 세라비아가 움찔거렸다. 그런 세라비아의 앞에 몸을 낮춘 성한이 두 손으로 세라비아의 고개를 잡아 올렸다. 온 뺨이 눈물자국이었다. 훌쩍거리던 코는 빨개졌고, 그새 얼마나 눈물을 짜냈는지 온 눈가가 빨갛게 짓물렀다. 긴 속눈썹에 방울방울 맺힌 눈물방울들이 무거웠다. 눈물로 초점을 잃은 눈동자는 확장되어 있었으나, 애써 성한을 바로 바라보진 못했다. 쯧, 하고 작게 성한이 혀 차는 소리에 다시금 세라비아가 움츠러들었다.
세라비아는 이 꼴이 될 때까지 울어도 참 고왔다. 적어도 성한이 생각하기엔 그랬다. 경국지색이라고 하던가. 미인이 도가 지나치면 나라도 기울이다더니, 남이 보였다면 추했을 얼굴마저도 세라비아가 보이니 괜찮아보이는 듯 했다. 아니, 오히려 귀여운가? 하도 울어 빨개진 얼굴에, 훌쩍거리는 소리가 간간히 들렸으나 제 부름에 아직 대답은 아직 못한 세라비아가 머뭇거리는 모습에, 성한은 거기까지 생각하다 잠시 생각을 멈췄다.
……이런 생각을 혼자 떠올렸다는 게 조금 부끄러운 것도 같아서.
그래서 충동적으로 툭 내놓은 말이 퍽 엉뚱했다.
……못생겼어.
그러고 성한은 세라비아의 얼굴을 내려놓고 잽싸게 제 방으로 들어갔다.
거실에 혼자 남은 세라비아가 혼란에 빠졌다, 이윽고 성한의 외모 평가가 너무 충격적인 나머지 제가 울음을 그쳤다는 사실조차 까먹은 채 잠긴 안방의 문을 두드린 건, 십 여분이 지난 후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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