活人之方: 사람의 목숨을 구하여 주는 방법

베어 더 뮤지컬 피터 시몬드 드림 서사 정리 / 24.06.07-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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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e : the musical 피터 시몬드 Dream(BL)

*육연 기준 홍기범 낯 피터 상정

피터 시몬드 X 엘리엇 로저스

Peter Simond X Elliot Rogers

#피터엘리 #핕엘 #活人之方 #사람과사랑의상관관계

🌘🔭

2024.06.07 - ing

어색한 친구 -> 친구 -> 연인 -> (후에 법적 부부)

活人之方: 사람의 목숨을 구하여 주는 방법

"I don't need a hero, I don't want to be saved" (don't want to be saved)
But I said, "I'll be here every night and day, " oh
I don't need a hero, but if you let me stay (if you let me stay)
Oh, I can still be here every night and day, oh

-Chalie Puth, HERO 中

관계성

피터 -> 엘리엇 : 구원자, 남자친구, 어쩌면 마지막 사랑. 제 과거를 뛰어넘어 사랑하고 싶은 사람.

엘리엇 ->피터 : (제대로 된) 첫사랑, 남자친구, 마지막 사랑. 보살피고 싶고, 자신이 가진 것을 다 나누어도 좋을 이.

호칭

피터 -> 엘리엇 : 엘리엇, 엘, 엘리, 로저스

엘리엇->피터 : 피터, 핕, 시몬드, 여보, 형

드림 서사

Elliot (: 주는 하나님이다.) Rogers.

18세. UC 버클리 법학대학 재학생. UC 버클리 대학 밴드 동아리 Savior의 보컬.

엘리엇 로저스. 태어나고 자라서부터 옆에 사람들이 많았던 사람. 법대 출신 사람들이 많은 재벌 집안에서 자라나 법대에 가는 것을 당연시 여겼던 사람. 사람들의 관심이 보이는 것에 익숙한 사람. 그런 사람에게 조금 이상한 사람이 바운더리 안에 들어왔다. 바로 피터 시몬드. 첫만남은 입학식이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 중에 왜 네가 눈에 들어온 걸까. 저절로 발이 그쪽으로 향해서 옆자리에 앉고는 냅다 말을 걸었다. 저였다면 전혀 하지 않았을 것인데.

“안녕, 나는 엘리엇 로지스라고 해. 이름이 뭐야?”

몇 번이고 물어도 답해주지 않는 모습에 고개를 갸웃하다가도 왜인지 모를 느낌에 계속 말을 걸었다. 가만히 놓치면 후회할 거 같은, 처음 드는 느낌에 계속 말을 걸었다. 단 한 번도 답이 돌아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래도…. 제가 신입생 선서를 위해서 일어나자 그제서야 놀란 기색이 귀여웠다. …귀엽다라, 보통 이거 남자애들 사이에서 쓰나? 스치듯 지나간 물음을 뒤로 하고 단상에 서서 신입생 선서를 했다. 그리고 기숙사를 위해 짐을 챙겨 방으로 간 순간, 다시 만났다. 룸메이트라니, 예상치도 못 한 행운이었다. 그 때서야 알 수 있었다. 피터 시몬드라는 저 아이의 이름을.

피터와의 생활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많이. 애시당초 피터가 많이 과묵했다. 피터의 목소리를 들은 것은 딱 한 번이었다. 자신이 향초같은 걸 쓰는 걸 좋아하는데 써도 되겠냐고. 이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또 화학과와 법학이라는 정반대의 대학은 둘의 시간표를 찢어놨다. 다행히 우연인지 필연인지 교양 과목 두 개가 겹쳤고, 엘리엇은 조금 더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세미나 시간에 같이 앉자고 했고 피터는 놀랐는지 두 눈을 크게 떴다가 잠시 머뭇대는 듯 하더니 고개만 끄덕였다. 엘리엇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이 말을 했다.

“피터, 너 요리 잘 하더라? 나중에 나 한 번만 요리 해주면 안 돼? 맨날 토스트 먹으니까 질린다 야.”

최대한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말해봤지만 피터는 늘 그렇듯 무감한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고있었다. 뻘줌해진 틈 새, 엘리엇의 휴대폰이 시끄럽게 울려댔고, 늘 그렇듯 왓츠앱과 인스타 메세지들이어서 신경질적으로 폰을 끈 순간, 피터는 어느새 저 멀리 사라지고 없었다. 엘리엇이 두 발자국 다가가면 피터는 네 발자국 물러난다. 엘리엇은 아쉬운 티가 팍팍 나는 얼굴로 제 폰을 제 인중에 톡톡 갖다댔다.

‘친해지고 싶은데…. 아, 곧 축제지. 우리 밴드 공연이 언제더라. 한번 초대해볼까.’

축제는 신입생 환영회와 비슷한 시기에 했다. 그러니까 엘리엇이 밴드 보컬로 뽑히고 약 2주도 되지 않은 시간에 했다는 말이었다. 엘리엇이 그전부터 노래를 즐겨해왔다고 해도 (성가대 출신이다.) 화려한 밴드 음악은 부족하다는 판단 하에, 최근에 나온 유명 뮤지션 노래들을 찾아보던 차에 엘리엇의 눈에 들어온 노래가 있었다.

Chalie Puth - Hero

최근에 나온 신곡이었다. 찰리 푸스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뮤지션이었고, 이번 곡은 잔잔해서 엘리엇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다고 다들 동의해서 해당 노래를 축제에서 선보이기로 마음 먹었다. 엘리엇은 일상 속에서 간간이 노래를 흥얼거렸고 피터는 저도 모르게 그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이곤 했다. 어느날 아침, 우연히 아침 시간대가 겹친 둘은 아무 말 없이 밥을 먹었다. 그러던 중 엘리엇이 용기내어 말을 꺼냈다.

“저기 피터.”

“….”

“그, 이제 축제 기간이잖아. 내가 밴드 보컬인데, 마지막 날에 공연하거든? 혹시 시간 괜찮으면 보러 올래? 우리 학교 중앙 광장에서 하는데…….”

“…….”

늘 보이는 무감한 시선에 아니겠거니하고 시선을 떨구려던 순간, 엘리엇은 피터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았다, 아니 보았던 것 같다. 그래서 확인 차 한 번 더 물었다.

“피터.”

“….”

“보러 와줄래?”

다시 한 번의 고개 끄덕임. 엘리엇은 너무나도 기뻤지만 그 기쁨을 억누르고 그럼, 그때 봐. 자리 잡아 놓을게! 라고 환하게 웃으며 말한다.

축제 마지막 날, 밴드 Savior는 학교 연극 동아리(로미오와 줄리엣 연극을 올릴) 직전 무대였다. 부원들이 악기 조율을 하는 동안, 엘리엇은 음정을 체크했다. 분명 어릴적 성가대를 시작해서 각종 연극무대, 밴드 무대까지 많은 무대에 선 엘리엇이었지만 이렇게까지 떨린 적은 처음이어서, 저도 괜스레 처음으로 손에 땀이 찬다는 느낌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처음에는 몰랐지만, 무대 아래 있는 수많은 인파들 중에 제가 준 자리에 앉아있는 피터를 단번에 찾아낸 저를 느끼며, 이렇게 긴장한 이유를 어렴풋이 알았다. 나, 지금 피터 시몬드 앞에서 무대한다는 거 하나 만으로 이렇게 긴장한 거구나, 라고. 아직 이 감정의 이름을 잘은 모르겠지만 괜한 풋감정은 아닐 거라 예상했다. 풋감정이라면 이미 그전에 다 식었겠지, 라는 생각이었다. 그간 엘리엇이 연애를 안 해본 것도 아니고 말이다. 연주가 시작되기 직전, 엘리엇은 피터와 눈이 마주치는 느낌을 받는다. 분명 피터는 저 멀리 있고, 저를 본 게 아닐 수도 있는데, 꼭, 피터의 눈길이 저에게만 와닿은 거 같아서 내뱉어진 숨이 떨렸다. 떨림을 가다듬고 마무리한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엘리엇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더욱 돋보이는 공연이었다. 엘리엇은 후들거리는 다리로 내려와 음정이 안 틀려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피터는 몰랐겠지만, 피터만을 바라보며 공연했던 엘리엇이었다. 힘겹게 대기실로 향한 순간 엘리엇은 제 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피터가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피터는 늘 보이던 무감한 표정으로 제게 검은 장미 꽃다발을 건네려고 했으나, 옆 방에서 들린 대사로 인해 꽃다발을 놓치고 표정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오, 로미오, 당신은 왜 로미오인가요!”

로미오와 줄리엣을 아는 사람이라면 너무나도 유명한 대사였지만, 피터는 그 대사를 듣자마자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더니 숨을 헐떡이기 시작했다. 반쯤 발작을 일으키는 피터를 보며 엘리엇과 부원들은 당황했지만 엘리엇은 피터의 귀를 귀마개로 막고는 대사소리보다 조금 더 크게 아까 부르던 노랫소리를 부르며 피터를 끌고 나간다. 짓밟혀버린 검은 장미 꽃다발을 뒤로 한 채.

발작이 온 피터를 데리고 기숙사 방으로 돌아간 엘리엇은 급하게 피터가 늘 먹던 약을 억지로 먹인다. 헐떡이는 피터에게는 이것도 위험한 짓이긴 했지만 엘리엇이 아는 거라고는 그것밖에 없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진정약을 먹은 피터였다. 그때서도 덜덜 떠는 피터를 조심스레 엘리엇은 안아준다. 아니, 안아준다기보다는 어색하게 안는 시늉이지만. 엘리엇은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 피터가 진정하길 기다렸고, 피터가 진정되자 엘리엇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저기, 피터.”

“…어머니께 말씀드려야 하지 않을까?”

엘리엇의 말에 피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엘리엇은 계속 설득하다가, 피터의 앞에서 무릎꿇고 제발 연락하라며 빌었다. 엘리엇은 이것이 피터에게 늘 있던 것이든 아니든 부모님께서는 알아야한다고 생각했다. 부모님이란 자식에게 마지막 보호막이지 않은가. 제 일도 아닌데 제일처럼 저를 챙기는 엘리엇이 신기했던지, 아니면 제 앞에 무릎꿇은 엘리엇이 그렇게 충격적이었던 건지 피터는 멍하니 엘리엇을 바라보다가 이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엘리엇은 피터가 혼자 조용히 연락할 수 있도록 잠시 방에서 나왔고, 대략 40분이 지나 돌아온다. 엘리엇은 피터에게 용기내어 저녁을 같이 먹자고 말했고 피터는 순순히 따라나선다. 제 자차에 피터를 태운 엘리엇은 근처 레스토랑에서 밥을 사줬고, 둘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밥을 먹고 기숙사로 돌아온다.

이후에 엘리엇은 매일 피터의 수업이 끝날 때마다 데리러가고 도서관에도 같이 가고 과제도 같이 밤을 샌다. 피터는 그런 엘리엇이 부담스러웠지만 룸메이트이기도 하고 저번 일도 미안해서 그렇게 티를 내지 못 한다. 엘리엇이 알았다면 계속 그러지 않았을테지만. 엘리엇은 피터와 친해지기 위해 - 정확히는 피터를 좋아하는 제 마음을 알아차리고 조금 더 표현하기 위해서 - 남몰래 베이킹을 배운다. 매주 주말마다 본가로 가는 피터를 위해서, 어머니와 함께 먹으라고 첫 마카롱을 내밀었을 때, 엘리엇의 얼굴이 얼마나 새빨갰는지는 본인, 아니, 본인과 피터만이 알 것이다. 이게 정말 마카롱이 맞나 싶을 정도로 엉성한 마카롱이었으니까. 피터는 마카롱을 보고 아주 짧게 스치듯 미소를 머금고는 고맙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엉성한 마카롱이 완전해질 때까지 엘리엇의 마음도 깊어지고 있었다.

첫 사건이 일어났던 그날도 평화로웠다. 엘리엇은 늘 그랬듯 피터의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피터는 나오지 않았고, 의아해진 엘리엇은 수업에서 나오는 친구를 붙잡고 피터가 수업에 나오지 않았냐 묻지만, 그 아이는 피터를 기억하지 못하다가 이내 엘리엇의 얼굴을 보고 기억한 듯, 걔 오늘 수업 안 나왔다고 말하고는 사라진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엘리엇의 폰이 울린다. 모르는 번호로 온 전화였지만, 엘리엇은 직감적으로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혹시 엘리엇 로저스 학생 폰 인가요?”

“아, 네, 제가 엘리엇 로저스입니다.”

“학, 학생, 나, 피터 시몬드 엄마 클레어인데, 혹시 우리 애랑 같이 있나요?”

“네? 아뇨. 안 그래도 수업 안 나왔대서 찾으러 ….”

“학생 그, 그러면 빨리 기숙사로 가주세요. 우리 애 이상한 생각하고 있는 거 같아요!”

어머니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엘리엇의 다리는 뛰고 있었고, 나중에 전화하겠다는 말을 남긴 채 전화를 끊은 엘리엇이었다. 기숙사에 도착하자 엘리엇의 눈 앞에 보인 것은 다량의 진정약을 먹고 쓰러진 피터였다. 엘리엇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911을 부르고, 피터를 흔들었고, 아주 미약하게 남은 피터의 정신이 부른 이름은 엘리엇이 전혀 모르는 이름이었다.

“…………제이슨……….보고싶어.”

두번째로 듣는 피터의 목소리. 애절하기 짝이 없는 떨리는 목소리는 엘리엇에게 그 대상이 네가 아니라고 딱잘라 말해주는 듯 했다.

‘제이슨?’

엘리엇은 그제서야 다시 깨달았다. 제 앞에 쓰러져있는 아이에 대해 저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걸. 엘리엇은 피터의 입술에 제 입술을 입맞춰 피터가 삼킨 진정약을 모두 제가 대신 삼켜버리고싶은 충동을 참았다. 그와 동시에 마음 한켠에서 밀려오는 피터의 과거를 알고 싶다는 욕망까지도.

다행히 피터는 응급실에서 처치를 잘 해 살 수 있었고, 피터가 깨어나길 기다리던 엘리엇은 피터가 깨자 자리를 비켜준다. 황급히 달려온 피터의 어머니를 진정시키고 같이 기다리기도 했으나, 엘리엇의 판단 아래 지금 피터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이 아니라 어머니였다. 드문드문 들리는 제이슨이라는 이름에 제 심장이 이렇게 쿵 떨어지는 것을 보면, 아마도 피터에게 제이슨은 아주 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인물이고 아마 구연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엘리엇은, 씁쓸하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엘리엇은 피터의 어머니가 다음 날 일로 인해 자리를 비우는 것에 불안감을 표하자 배웅하며 단단히 안심시켰다.

“어머니, 여긴 제가 지킬게요.”

“내가 하필 내일 또 일을 나가야해서…초면에 폐만 끼치네, 미안해요, 엘리엇 학생. 다음에 피터랑 꼭 놀러와요, 아줌마가 맛있는 거 해줄게, 응?”

“네, 당연하죠. 피터랑 꼭 놀러갈게요. 걱정마시고 조심히 들어가세요. 피터가 아주머니 걱정 많이 하니까 꼭 전화주시고요. 부재중이라도 오면 피터가 걱정 덜 할거예요.”

“그래요? 고마워요, 엘리엇 학생 덕에 든든하네.”

피터의 어머니를 배웅하고 돌아온 피터의 자리에는, 어느새 진정제를 맞고 잠이 든 피터가 있었다. 엘리엇은 조심스레 피터의 손을 붙잡고 제 이마를 맞댄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인다. 툭 튀어나와버린 제 진심을 말하면서.

“피터….”

“피터 시몬드….”

“…나 너 좋아해, 그러니까 죽지 마….”

세상에서 두려울 게 없었던 엘리엇에게, 피터의 죽음이 유일하게 두려운 것이 되던 날이었다.

이후 엘리엇은 어머니께서 부탁하셨다는 명분 아래 피터와 더욱 붙어다닌다. 누가 보면 절친으로 오해할만큼. 피터는 엘리엇이 부담스럽긴 했으나, …저번과 같은 이유로 밀어내지 못 한다. 엘리엇도 그런 피터의 마음을 이용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긴 한다. 그리고 두번째 사건이 또 벌어진다. 하루는 엘리엇이 레이브 파티에 초대받았고, 파트너를 같이 데리고와야한다는 것에 엘리엇은 조심스레 피터에게 말을 했고, 피터는 같은 이유(미안함)로 승낙한다. 하지만 엘리엇은 인싸인 덕에(…) 레이브 파티에서도 사람들에 둘러싸였고, 그 탓에 피터가 수영장으로 홀로 걸어가 죽으려는 시도를 하는 걸 한발 늦게 알아차린다. 그새 몸이 축 늘어져 있는 피터를 보며 엘리엇은 급한대로 인공호흡(이자 첫키스)을 시도하고 피터는 물을 뱉어내며 살아난다. 엘리엇은 이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피터를 다그친다. 계획에도 없던 고백을 내뱉으면서.

“피터 시몬드!”

“너 진짜 왜 그러는거야!”

“나는 안 보여? 나 너 좋아한단 말야!”

피터의 눈에 가득 담긴 두려움을 눈치챈 엘리엇은 헛웃음을 지었다가도 아직 차가운 피터의 몸에 울컥해서 눈물을 흘린다.

“난, 누가 나보고 게이새끼라고 해도 상관없어. 근데, 나 너 죽는거는 너무 무서워 피터. 대체 왜 그러는거야, 나, 너무 무서워…. 제발 좀 알려줘 피터….”

속절없이 무너져내려 우는 엘리엇에 피터는 두려움과 당혹감이 섞인 목소리로 세번째로 목소리를 들려준다. 처음으로 엘리엇의 이름을 부르면서.

“…미, 미안, 엘리엇. 집에…가자.”

둘은 물에 빠진 생쥐꼴로 기숙사에 돌아왔고, 각자 욕실에서 몸을 씻고 나온다. 피터는 처음으로 먼저 엘리엇의 손을 잡고 거실로 향했고, 거기서 조심스레 제 과거를 하나하나 말한다. 어릴 적부터 자신의 성 지향성은 그쪽이었고, 저 떄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부모님이 어릴적에 이혼하셨다고. 어머니께서 보낸 4년제 성 카톨릭 학교에서 제이슨이라는 룸메이트이자 남자친구를 처음 만났고, 4년 내내 비밀연애를 했다고. 그래도 지금처럼 과묵하거나 말이 없진 않았고 좀 더 밝고 친화력 있는 성격이었다고 했다. 그러다 졸업 즈음 제이슨-소심했던 자신과는 달리 인싸에, 여자애들에게 인기도 많아서 불안함을 지속한 탓에-과 커밍아웃 관련으로 많이 다투었고, 결국 제이슨이 회피하듯 자신과 이별했다고. 또 제이슨이 환승이별을 하며 학교 퀸카와 섹스를 했는데 그 하룻밤에 임신을 해버렸고, 그 임신 사실에 퀸카를 짝사랑하던 남학생이 저와 제이슨을 강제아웃팅했다고. 그로 인해 제이슨의 상황이 많이 바뀌었고, 저는 제이슨이 퀸카와 잔 사실을 거짓말 한 것에 마음이 돌려져 제이슨과 완전히 이별했는데, ‘로미오와 줄리엣 연극’에서 제이슨이 정말 마약을 먹고 자살했다는 과거였다. 엘리엇은 제 생각보다 더 깊은 상처에 무어라 말을 못 하다가 그저 피터를 꼭 안아준다.

“…아까 다그쳐서 미안해 피터.”

“아, 아니야! 그, 엘리엇, 아까 고백 있잖아.”

“…아냐. 그거 어차피 받아달라고 말한 것도 아니었고 그냥 잊어도 돼. 네 과거가 이런 줄 알았다면 말하지도 않았을 거야. 그러니까 신경쓰지 마.”

“…응, 고마워.”

그 후로도 엘리엇과 피터의 일상은 똑같았다. 엘리엇이 피터의 등하교를 함께하고 엘리엇이 주말마다 디저트를 싸주고. 대신 베이킹 실력이 늘어난 만큼 디저트 양이 많아졌는데 그만큼 피터 또한 자잘하게 기숙사로 들고오는 음식의 양이 많아졌다. 그날 엘리엇의 고백은 누군가가 찍은 영상으로 남아있었으나 너무 멀리서 찍어 화질도 좋지 않고 어두웠으며, 또 좋아한다는 말만 들릴 뿐 누구의 목소리인지도 분간이 안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피터가 악몽을 꾸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엘리엇은 본디 잠귀가 밝은데 피터가 신음을 흘리며 제이슨에게 사과하는 소리에 깨었던 것이었다. 엘리엇은 제 심장을 쿡 찌르는 제이슨을 부르는 피터의 목소리를 뒤로 한 채 피터를 깨우고 우유를 먹였다. 그리고 잠이 오지 않는다는 피터를 안고 조곤히 노래를 불렀다. 피터는 빠르게 뛰는 엘리엇의 심장박동과 조곤한 노랫소리 속에 잠이 들었다. 그렇게 엘리엇의 품에 안겨 피터가 잠이 드는 날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엘리엇과 피터의 관계는 달라지지 않았다. 피터가 엘리엇이 저를 아껴주고 1순위로 대해주는 것에 마음이 끌리기 시작한 것은 맞으나, 그것이 사랑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또 피터에게 크나큰 감정적 파동이 일었던 사건은 이러했다. 우연히 피터의 동창, 아이비와 나디아가 피터를 찾아온 적이 있었다. 아이비는 아주 어린 아기를 데리고 왔는데, 피터는 그 아기를 보자마자 사색이 된 채로 또다시 발작 직전까지 갔고, 엘리엇은 하필 차키를 기숙사에 두고와, 차가 있던 나디아가 피터를 가까운 병원에 데려다주기로 해 아이비와 엘리엇만이 남은 상태였다. 근처 카페에 간 둘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이내 엘리엇은 멋저번 피터가 말한 학교의 퀸카가 아이비임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아이비가 지난 2년 동안 나디아와 함께 살면서도, 제이슨의 가족에게 인정받지 못해 미혼모 지원금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고, 대학은 꿈도 못 꾸고 있다는 말에 진심으로 안타까워한다. 뒤이어 아이비가 오늘 피터를 찾아온 것은 그냥 나디아가 여기 피터 다니는 학교라고 해서 한 번 얼굴이나 보고싶어서였는데 저럴 줄은 몰랐다며 말끝을 흐리는 것에도 안타까워한다. 아이비를 진심으로 돕고 싶었던 엘리엇은 아이비에게 조심스럽게 자신의 집안의 도움을 받는 것은 어떠하냐고 물었고 아이비에게 제 아버지의 명함을 남긴다. 그리고 아이비에게 이건 내가 피터의 친구여서 그런 것도 아니고, 네가 진심으로 성장하고 좋은 환경에서 공부를 하고 더 나은 직업을 얻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남기는 명함이니 진지하게 고민해달라고 말한다. 이윽고 다시 돌아온 피터와 나디아를 보고 피터를 챙겨 기숙사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날 밤, 엘리엇은 피터가 숨죽여 우는 것을 들어야만 했다. 제이슨, 미안해와 아이비 어떻게 해, 라는 한 섞인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엘리엇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조용히 문 뒤에서 울음이 그치기만을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그게 엘리엇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아이비와의 만남 이후 잦아들었다고 생각했던 피터의 자살충동이 더욱 강해진다. 그리고 엘리엇은 그것을 막으며 버텨간다. 그러던 어느날, 술에 취한 피터가 횡단보도를 막무가내로 건너던 와중에 차에 치이려던 것을 엘리엇이 대신 당한다. 피터는 엘리엇의 응급수술, 짧은 중환자실 기간 동안 거의 반쯤 영혼이 나간 채로 울며 지낸다. 부재는 존재를 증명한다고들 했던가. 피터는 엘리엇이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지던 그 날, 덜덜 떨리는 손으로 엘리엇의 손을 꼭 붙들고 있는다. 엘리엇이 이윽고 깨어나 제게 늘 보여주던 그 미소를 보여준 순간, 피터는 엘리엇을 으스러지듯 안고 울음섞인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엘, 엘리엇 미안해. 나, 나 때문에. 나, 또 그렇게 될까봐 무서웠어. 나 때문에, 제이슨처럼 네가 가버릴까봐, 네가 없어질까봐, 생각해보면 네가 없는 내 생활은 이제 생각하기도 어려운데. 그걸, 알지도 못하고, 나도 너 좋아하는 걸 이제야 깨달아,았어….”

“응? 자, 잠시만, 피터 뭐?”

“…나도 너 좋아하는 거 같아, 엘리엇….”

울먹이며 확신도 없는 떨리는 목소리였지만, 피터의 그 좋아한다는 말 한 마디로 엘리엇의 귓가가 붉어졌다. 피터는 엘리엇의 목덜미에 제 얼굴을 부비면서 웅얼거렸다.

“나, 구원은 필요없다고 생각했어. 제이슨 그렇게 보내고, 담담하게 살아온 나였지만, 사실은 내가 구원받아봤자, 살아봤자 뭐하냐는 쪽이었는데…. 나 사실 그게 필요했나봐.”

“나, 몇번이고 살려줘서 고마워, 엘리엇….”

피터는 떨리는 목소리로 엘리엇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리고 계속 망설이던 말을 꺼냈다.

“내가, 아직…제이슨을 완전히 잊지 못해도, 괜찮아?”

“…괜찮아. 너만 괜찮다면 천천히 시작해도 돼. 그리고 너 불안하지 않게 여자애들이랑 덜 어울릴게.”

“또, 난 너만 좋다면 널 몇번이고 살릴거야.”

저를 바라보는 커다란 두 눈에 제 눈을 맞추며, 엘리엇은 천천히 피터의 양 뺨을 제 손으로 감쌌다. 그리고 천천히 제 입술을 피터의 입술 위로 겹쳐 부드러이 키스했다. 그렇게 두 청년의 심장은 이제야 같은 속도로 같은 언어를 말하고 있었다.

좋아해, 피터.

좋아해, 엘리엇.

活人之方: 사람의 목숨을 구하여 주는 방법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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